🔖[편집실 통신] 돌아온 탕자, 아니 곽편입니다
📖[심심한 독후감] 동심이여 자라라, 자라라
🖌️[못 그려도 괜찮아] 토종 벼 추수하기
📚[우리 책 파먹기]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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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곽편입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를 오래 구독한 분이라면 저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작년 봄, 서울국제도서전 근무를 마지막으로 원더박스를 떠났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 위해서였지요. 그렇게 지난해 9월,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딱 1년 살다 왔는데요, 제가 한국에 없으니 온갖 재미있는 일이 다 일어나더군요.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을 하질 않나,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질 않나! 물론 즐거운 일만 벌어진 건 아니었지요. 연말에 발생한 계엄령은 호주에 있던 제게도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추운 겨울날 광장에 나가 퇴진과 탄핵을 외친 분들을 멀리서 응원하며 멜버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우버이츠와 도어대시라는 플랫폼(우리나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같은)을 통해 배달 일도 해 보았고요,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일도 해 보았습니다. 자전거를 도둑맞기도 했네요. 음식 픽업해서 내려왔는데 자전거가 사라졌던! 저녁엔 작은 일식당에서 일했는데요, 면접을 영어로 보기에 사장님이 다른 나라 사람인 줄 알았어요. 조심스럽게 일본인인지 여쭸더니 한국인이었다는 다소 머쓱한 일도 있었답니다. 그 외에 100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현장에서 노가다도 해 보고 하루 열세 시간 반 동안(쉬는 시간을 제외한 노동 시간은 열두 시간이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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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던 때
‘워킹 홀리데이’잖아요? 일만 할 순 없죠. 홀리데이도 충분히 즐겼습니다. 제가 살던 집에서 바다까지 3킬로미터도 안 되었거든요, 덕분에 해변을 따라 달리기를 하거나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다 수영을 즐기기도 했답니다. 대학 시절 친구 두 명과 함께 작은 승용차를 타고 로드트립도 했습니다. 호주는 저어어엉말 넓더군요. 셋이서 약 5,800킬로미터를 운전했어요. 숙소비를 아끼겠다며 작은 백패킹 텐트에 둘이 몸을 우겨 넣고 잤습니다. 남은 한 명은 차에서 자고요. 그렇게 3,000킬로미터 넘게 달려 닿은 울룰루는 정말 장엄했습니다. 호주엔 높은 산이 없어서 사방이 지평선인데요, 불빛이라고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밖에 없는 캄캄한 새벽 도로를 달릴 때 보았던 말 그대로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온통 별로 가득한 하늘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아! 해안 길이만 600킬로미터라는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마라톤에도 참가했습니다. 생애 첫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했어요. 힐스빌이라는, 관광지도 아닌 아주 작은 마을의 백 년도 더 된 호텔에서 낯선 외국인(거기선 제가 외국인이었겠죠?)과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밤늦게까지 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요, 그분이 먼저 제게 한국인인지 묻고는 한강 작가의 책을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마침 제 가방에 있던 책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였다는 영화 같은 일~~!
쓰다 보니 호주에서 살던 일이 꼭 전생처럼 느껴지네요. 신기한 건 호주에서 한창 지낼 땐 편집자로 일하던 게 꼭 그렇게 아득하게 느껴졌다는 거예요. 감사하게도 오래 합을 맞춰 온 원더박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시 서울에 집을 구하고 원더박스에 출근하니, 이제야 온전히 돌아온 느낌입니다. 앞으로 참새 부장님, 들풀 차장님과 열심히 책 만들고 알리고 팔아 보겠습니다. 독자님들과도 재밌는 활동 많이 궁리해 볼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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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756km 직진 후 좌회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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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29화
동심이여 자라라, 자라라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이 출간되었을 때, 뒤표지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 홀려 냉큼 구입했다가 두고두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연과 일상에 관한 그의 고백은 제 안에 아름다운 글의 표준으로 남았고, 저는 그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어 자주 조용히 걸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리고는 했습니다.
어제, 1년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곽편이 퇴근 무렵 말했습니다. “부장님, 내일 뉴스레터에서 독후감 담당이십니다.” 순간 막막해졌습니다. 최근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기에 조급해진 저는 서둘러 온라인서점 보관함을 열었습니다. ‘이 책이면 되겠구나.’ 출판사에서 공개한 몇 페이지만 보고도 마음이 뭉클했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퇴근길에 광화문 교보에서 책을 사 들고 몇 장 넘기고서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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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지붕에/ 톡, 떨어지고// 발밑에서/ 바스락,/ 부서져.// 다람쥐가/ 휙/ 안고 달아나.// 신기해…// 어떻게/ 이렇게/ 작은 것이// 참나무의 약속을/ 품고/ 있는지.
힘을 하나도 주지 않고, 눈과 귀에 들어온 것과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툭툭 내놓았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그랜트 스나이더가 쓴 시들은 ‘동시’라고 부를 만한 것입니다. 그동안 동시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저는, 동시를 막연히 ‘아이들이 읽는 시’쯤으로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동시란, 뭐랄까, 아이의 마음으로 쓰고 아이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아이는 물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존재’를 가리키는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실제로도 아이가 어른보다 더 그러한 존재이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랜트 스나이더가 메리 올리버 같다는. 시를 한 편 더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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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바라본다.// 방금/ 떨어진/ 낙엽// 천천히/ 날아가는/ 까마귀// 가을빛에// 서서히/ 물드는 나무// 풀어지는/ 아침 구름// 붉은 담벼락을// 감싼 담쟁이// 잎 떨구고/ 홀로 남은/ 가지 끝.
책은 아직 다 보지 못했습니다. 아침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연하게 내린 커피를 홀짝이면서, 숨겨 둔 과자 꺼내 먹듯 야금야금 볼 생각이에요. 이런 책을 빨리 보면 안 된다는 건 책과 불화하는 저도 금세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당분간 아침 시간이 충만하겠네요.
이 책이 더 놀라운 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 한 편 한 편을 칸 만화 형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이에요. 시를 쓰며 작가가 떠올린 심상이 무엇이었는지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흥미로운데, 소박하고 기발하고 사랑스럽고 혼란스럽고 골똘한 심상들도 글과 마찬가지로 아주 소박하게 표현되었으면서도 그 맛이 참 깊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자꾸 음미하게 돼요. 좀 더 적절한 말들로 표현하고 싶은데, 제 안에 있는 말들이 너무 빈곤하네요.
어른이 된 뒤로,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주 불편함을 느낍니다. 있는 척, 아닌 척 꾸미고 있는 제가 보이거든요. 꾸미는 것이 멋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꾸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도 느끼기 때문에 꾸미고 있지만, 꾸미는 만큼 어긋나는 것 같아서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 아닌가 하고 종종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말을 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와 함께』를 보며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줌의 동심이여 자라라, 자라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00자 이하로 쓰라는 곽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며
편집자 참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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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벼베기와 탈곡을 해 보았다.
그것도 토종벼 6종이라니!
강북도시농업체험장!
올 초 시농제부터 모내기, 김매기를 했는데
드디어 추수의 날~
동네 꼬맹이들, 어른들 모두 모여 벼베기와 탈곡하기 볏단 세우기 체험~
어린아이처럼 웃는 웃음소리가 텃밭을 가득 메운 날! ㅎㅎㅎ
강북도시농업체험장을 만들고 지키는 멋진 지구인들~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꾸벅~*^^
"아, 조상님들이 이렇게 쌀을 만들고 밥을 했구나!
밥 먹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어요~"
-함께 한 지인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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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분은 정말로 무게를 갖고 있거든. 생각할 것이 너무 많으면 머리가 무겁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땐 손발이 무겁고. 우리 몸을 무겁게 하는 감정의 돌멩이들은 여러 가지가 있어. 짜증, 심술, 질투, 우울, 슬픔, 두려움, 불안…… 그중에서도 제일 무거운 돌멩이가 뭔지 아니? ‘미움’이란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우람한 곰 한 마리가 냉큼 우리 어깨 위에 올라타고 누르기 시작해. 그 무게를 견디느라고 우리는 어깨를 잔뜩 웅크리게 되고, 고개를 숙이고서 땅만 보고 걷게 되지. 곰을 어깨에 올린 채 낑낑거리며 걷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렴. ‘미움 곰’은 너무 무겁기 때문에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 누굴 미워하면서 좋은 계획을 세우거나, 그 계획을 실천하거나, 신나는 일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 곽세라,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 13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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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선생님의 『말씨 말투 말매무새』가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세종도서란?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진행되는 유서 깊은 사업으로 국내 출판산업의 양서출판 의욕 진작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됩니다. 교양도서와 학술도서 두 부문으로 진행되며 선정 도서는 870만 원 한도 내에서 구매를 해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보급처의 해당 도서 수요가 많을 경우에는 1000만 원까지 구매를 합니다.👉이번에 선정된 『말씨 말투 말매무새』는 한국어 연구자인 인하대 한성우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땅에 따라 달라지는 말씨, 세대와 성별 및 지위 등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 그리고 그 둘을 말의 씨줄과 날줄로 삼아 펼쳐지는 사람들의 언어생활을 탐색합니다. 그럼으로써 어떻게 해야 아름답고 품격 있는 말매무새, 관계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말하기 방법을 갖출 수 있는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하기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이 책이 많은 독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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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들풀 차장님으로부터 다시 뉴스레터를 넘겨받게 된 곽편입니다. 예전에는 '마케터 시바'라는 부캐로 인사를 드렸는데, 이를 다시 살리는 게 좋을까 고민 중입니다. 아무래도 '곽편'은 심심해서 저도 별명을 하나 지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하는 김에 구독자 별칭도...? 뉴스레터에 무얼 실어 보내면 좋을지, 디자인을 바꿔보면 어떨지 이리저리 궁리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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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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