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 맞다
🙋[잠깐 우리책 홍보] 동물의 눈으로 본 인류의 역사
📖[심심한 독후감] 인공지능이 나보다 우월할 때
🖌️[못 그려도 괜찮아] 장다리물떼새-친구 닮은 새
📚[우리 책 파먹기] 죄 없는 죄인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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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낮에는 여전히 볕이 뜨겁기도 하지만, 자다가 이불을 덮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니까요. 며칠 전부터는 창문도 꼭 닫고 잡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름 이불로는 한기를 막을 수 없더라고요(추위에 약한 참새라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
요즘에는 그다지 자주 듣지 못하는 것 같지만, 자라면서 가을과 관련해 가장 자주 들은 말은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닌가 합니다. 이 계절이 오면 저도 모르게 이 구절이 떠올라 머릿속에서 맴돌 정도니까요. 며칠 전에는 저녁을 먹은 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짝을 보며, 그중에서도 근래 더 도톰해진 짝의 뱃살을 보며 “역시 천고마비의 계절이군.” 했다가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확의 계절이라서 그런지, 저희도 여름에 턱 막혔던 숨이 9월 들어서는 조금 쉬어집니다. 매출도 좀 올랐고, 반가운 소식도 날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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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반가운 소식은 『내가 부엉이를 잘 그리는 이유』가 ‘2025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된 것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가난’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집 없이 자동차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는 벨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쫓겨나듯 공원 한구석에 자리 잡게 된 벨. 새로운 생활이 낯설고 두려워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던 벨에게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부엉이가 자기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생각에 벨은 마음이 놓이고, 밤마다 들리는 부엉이 울음소리 덕분에 집 없는 생활에 차츰 적응해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밤, 부엉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자동차 밖에서 서성이던 벨의 눈앞으로 커다란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부엉이와 말 그대로 눈이 딱 마주친 벨은 이 강렬한 만남 덕분에 부엉이를 잘 그리게 됩니다. 이후 벨은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가 전학을 오자 이제는 자신이 부엉이가 될 차례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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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을에 납품할 테고, 매출이 떨어지는 연말에 도서 구입대금이 들어오면 잘 묻어 두었다가 내년에 꺼내 쓰도록 하겠습니다. 묻어 둔 게 많지 않아 다람쥐처럼 잊을 일은 없을 거예요. ^^
두 번째 반가운 소식은 10월 말에 출간될 『외계인 탐사대의 지구인 보고서』에 관한 거예요. 이 책은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터라 그 얘기부터 들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작년 서울국제도서전 첫 날, 원더박스 부스에 어느 외국인 손님이 방문했어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온 그녀에게선 내니 맥피 같은 분위기가 살짝 풍겨 나왔죠. 제 앞에 있던 비밀요원K가 그녀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책과 관련해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며 제게 바통을 넘겼어요. 그 즉시 저는 얼어붙었습니다. 영어는 띄엄띄엄 읽고 들을 줄은 알아도 입 밖으로는 한두 마디 내뱉는 제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녀는 캐리어를 열었어요. 그 안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쓰인 책들이 가득했죠. 그녀는 폴란드에서 온 도서 에이전트K(공교롭게도 또 K네요)였어요. 이내 그녀는 책을 한 권 한 권 꺼내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 보이지 않아 예의상 설명을 들으며 미팅을 곧 마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한 책이 반짝반짝 빛나며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에이전트K에게 그 책을 건네받고서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을 때 제 안에 차오르던 호기심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하네요. 저를 바라보던 그녀는 “네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았어!” 하고 말했습니다. 호감을 숨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죠. 하지만 폴란드어로 쓰여 읽을 수 없는지라 pdf 자료를 보내 달라 부탁하고 미팅을 끝냈습니다. 도서전이 끝나고 며칠 뒤, 번역기의 힘을 빌려 에이전트K가 보내 준 자료를 살펴본 저는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계약 과정을 밟아 나갔습니다. 그렇게 계약한 책이 바로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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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어로 ‘지구인’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외계인 탐사대가 지구인을 조사한 뒤 남긴 비밀 보고서를 어찌어찌 입수해서 지구인에게 전한다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지구인의 생물학적 특성, 문화, 사회 전반에 관해 흥미롭고 다양한 지식을 들려줍니다. 한눈팔 틈 없이 재밌고, 지식을 담은 그림도 예쁘고 경쾌해서 예외적으로 아주아주 즐겁게 편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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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가운 소식에 관해 쓰고 있었다는 걸 깜박할 뻔했네요. 그래서 이 책과 관련한 반가운 소식이 무엇인가 하면, 올봄에 이 책의 한국어판을 ‘©폴란드 번역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덕에 제작비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지원받게 되었어요. 다른 출판사에서 낸 책의 판권에서 “이 책은 ○○○ 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같은 문구를 발견할 때마다 말할 수 없이 부러웠는데,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놔도 되겠습니다. ^^
어느 글에서 만난 내용인데, 예전에 시골 어르신들은 여름에 상수리며 도토리가 여느 해보다 더 주렁주렁 매달리면 “올해엔 흉작이 드는가 보다.” 하셨다고 해요. 흉작이 들지만 굶어 죽지는 말라는 뜻에서 하늘이 안배해 준 것이 풍성한 상수리와 도토리라는 말씀이죠. 올 들어 만난 거의 모든 출판 관계자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도 예외는 아니에요. 출판 일을 20년 넘게 해 오면서 올해 같은 해는 처음인 듯합니다. 그래도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고, 여름이 지나니 기운도 조금씩 차오르고 있습니다. 올가을 농사 잘 지어서 내년에도 ‘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들을 꾸준히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넉넉한 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재킷을 걸치고 콜록거리면서
편집자 참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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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눈으로 본 인류의 역사』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책 글 작가에게 주는 '은연필상'을 두 번이나 받은 야우켜 아크벨트가 쓰고 뎨네 필라가 그렸습니다.
큼직한 판형에 담긴 삽화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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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나보다 우월할 때
여러분은 AI를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일할 때 AI를 이용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처음엔 외국어 번역을 시키거나 잘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는 정도로 사용하다가 좀 더 여러 가지로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고 내용을 알려주고서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을 뽑아줄래? 독자는 30대 여성으로 잡고 있어”라는 식으로 제목을 물어보기도 하고, “이 부분은 이저런 내용이 중복이라 좀 혼잡스럽네. 깔끔하게 정리해봐” 식으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원고를 통째로 업로드해서 원고의 장단점을 요약하고 개선 사항을 알려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AI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제목을 제시해주고, 지나치게 글을 생략하긴 하지만 아주 빠르게 다듬어줍니다. 또 원고 내용을 파악하는(AI의 패턴 인식을 ‘파악’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능력도 신뢰할 만한 수준이지요. 아직은 많이 의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AI가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 앞으로 제가 AI를 활용하는 법을 좀 더 잘 알게 되고, AI도 더 발전한다면 아마 AI에 의존하는 정도는 더 커질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수록 지금은 아직 자그마한 마음속 불안도 점점 커질 겁니다.
“이거 나중에는 편집자도 필요 없어지는 거 아냐?”
지금도 특히 문장을 고칠 때 저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 걸 보면 옳다구나 잘 쓰면서도 찜찜한 뒷맛이 남습니다. 저 자신의 ‘존재 의의’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번역자들은 이 고민을 이미 심각하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작가와 번역자, 편집자, 디자이너 같은 출판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창작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이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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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이번에 소개하는 책 『먼저 온 미래』를 읽은 이유입니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시대의 화두가 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기억하시나요? 이 책은 바로 그 대결 이후 바둑계에 일어난 변화를 소개합니다. 장강명 작가는 여러 프로 기사와 바둑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의 도입 이후 바둑이 가지고 있던 의미, 가치, 철학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모골이 송연할 만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현재 바둑계의 모습은 AI가 다른 분야에도 깊게 침투했을 때 발생할 모습을 앞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책 제목 ‘먼저 온 미래’의 의미이지요.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알파고 쇼크 이전까지 바둑 관계자들은 바둑은 인간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지적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계산이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하고, 두는 사람의 개성과 인생관이 드러나는 예술의 하나로도 바라봤죠. 이세돌 9단도 대국 전에 승리를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만이 갖는 무언가, 그런 창의성…. 이건 컴퓨터가 아직 따라올 수가 없잖습니까. 그런 점에서 아무래도 제가 승리하지 않을까. 그렇게 자신감이 있는 거죠.” 이세돌 9단만이 아니라 모든 프로 기사가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알파고 이후 기사들은 이것이 ‘오만’이었고, AI가 인간보다 바둑에 훨씬 뛰어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인간이 AI의 바둑을 배우고, AI가 알려주는 수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30~40대 기사들은 AI 수법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죠. AI가 어떤 제안을 해줘도 ‘난 이렇게 못 둬, 이게 뭐야’ 하면서 겉으로만 훑거나 ‘그냥 내가 두던 대로 두겠다’ 하고 자기 편한 대로 두거나. 그러면 그게 결과로 나오거든요. 발전도 없고 계속 져요. 그러니까 다들 ‘어쩔 수 없구나’ 하고 AI를 받아들이는 거죠. 승부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오정아 5단)
AI 바둑 프로그램은 각 지점에 돌을 뒀을 때 승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a라는 곳에 두면 승률이 5%p 상승, b에 두면 3%p 하락, c에 두면 12%p 상승… 이런 식이죠. 왜 c에 두면 유리한지 이해하지 못해도, 납득이 안 돼도 c에 두는 것이 정석이 됐습니다. AI가 이미 정답을 내놓았으니까, 인간은 그걸 따라가고 왜 그런지 분석할 뿐입니다.
현재 (인간 중에) 세계 최강인 신진서 9단도 처음에는 AI를 따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AI의 수들이 과연 정답인지 의심스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AI와 바둑을 두며 자신이 틀렸고 AI가 옳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고 고백하지요. “그 뒤로는 AI를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닮게 두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어요.”
자신이, 나아가 수십 년간 바둑 공동체 전체가 치열하게 고민한 수보다 AI가 ‘딸깍’ 하고 내놓은 수가 더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바둑 기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바둑이 아니라 여러분이 자신 있어 하는 무언가를 AI가 더 잘할 때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까요? 여러 권의 인기 소설을 쓰기도 한 저자 장강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만약 내가 소설 쓰는 법을 그런 식으로 인공지능에게 배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 쓸 문장을 예상해서 쓰고, 인공지능이 실제로 쓴 문장과 내 문장을 비교하고, 내 문장을 지우고, 인공지능이 쓴 문장을 외우려 애쓴다. 그 일을 하루에 몇 시간씩, 다음 날 어떤 중요한 행사가 있건 매일 한다….”
자연히 편집의 경우는 어떨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한 제목보다 인공지능이 택한 제목이 더 좋은 제목이라면 그걸 택해야 하나? <파괴된 청춘>보다 <파괴당한 청춘>이 독자가 살펴볼 확률이 5% 더 높다고 계산하는 경우도 나올까? 나는 독자층이 40대 남성이라고 생각했는데, AI는 30대 여성이라고 하면 그걸 따라가야 할까? ‘문을 밀다(推)’보다 ‘문을 두드리다(敲)’가 더 좋은 표현이라고 알려주면 그걸 배워야 할까...
정말로 놀라운 AI가 나와서 그 AI가 시키는 대로 해야 더 많이 팔릴 책을 만들 수 있다면, 솔직히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지금의 바둑계처럼 말이죠. 생존 앞에서는 개인적인 자존심이나 자부심은 나중 일이죠.
그러나 심란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편집자인 내가 하는 원고에 대한 판단보다 AI 편집자의 판단이 더 옳다면, 혹은 의사인 내 진단보다 AI 의사의 진단이 더 정확하다면, 또 작곡가인 나보다 AI 작곡가가 더 음악을 만든다면 나는 뭘까… 각 영역에서 인간보다 AI가 월등하다면 인간은 AI를 배우고 따라가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러면 AI가 하면 되지 인간이 뭔가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알파고 이후에 바둑을 둬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은퇴한 기사들도 여럿이라고 합니다. 아마 다른 영역에서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이들이 더 많이 나올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 인간보다 글을 잘 쓰는 AI는 나오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글쓰기란 너무나 창의적인 일이라서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바둑계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 떠올리면, 자신감의 정도는 푹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미래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강명 작가는 이 책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하지만, 그도 명확한 답은 내놓지 못합니다. 무언가 엄청난, 인간성의 본질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변화가 오리라는 전망과 두려움은 충분히 전해집니다. 마지막 두 장은 저에겐 거의 그의 비명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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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떠올라 다시 읽었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성과 합리성이 내놓은 명백한 정답을 거부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히 계산되어 인간의 이익과 욕망을 다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돼도 오로지 다르게 행동하고 싶다는 충동으로 그 답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죠. 그는 단호하게 “2×2=4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일들이 도표들과 수학에 따라 진행되고, 오직 2×2=4만이 주위에 있을 때, 인간 자신의 의지라는 것은 대체 어떤 종류의 의지가 되겠는가? 내 의지에 관계 없이 2×2=4이다. 자신의 의지도 이와 같은 것이 되는가!”
자, 인공지능이 정말 고도로 발전해서 모든 것에 대해 완벽한 답을, 2×2=4에 가까운 답을 낼 수 있다고 가정해보죠. AI 판사는 오심의 여지 없는 완벽한 판결을 합니다. AI CEO는 최고의 경영을 합니다. AI 정치인의 결정은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하고 정의롭습니다. AI가 지시하는 대로만 하면 인류는 걱정이 없습니다. 기후 문제도, 경제 문제도 해결됩니다. 어쩌면 멋진 신세계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세계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오랫동안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터미네이터> 영화처럼 상상해왔지만, 어쩌면 그 양상은 전혀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기꺼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기계에게 판단을 맡기는 세상이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런 상상이 이어지자 저는 지하생활자의 주장에 기울어지게 됩니다. 2×2=4를 거부하고 2×2=5를 택하고 싶어집니다. 그게 틀린 답이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답이 더 값지다고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심지어는 해로우며 어리석고 대단히 바보 같은 것을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도 바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위하여, 그리고 오직 지혜로운 것만을 바라는 의무에 얽매이지 않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 그것은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즉 우리의 인간성과 개성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저는 인공지능이 모든 걸 결정하는 상황이 되면 일부러 반항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지킬 것인가, 저는 이 답의 실마리를 『먼저 온 미래』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찾았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아내분은 지금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습니다. 작가는 마지막에 아내를 위한 기도를 부탁합니다.
“과학기술의 힘을 믿는 것만큼이나 저는 기도의 힘도 믿습니다. 이 책을 좋게 읽으셨다면, 그리고 종교가 있고 여유도 있으시다면, 기도할 때 ‘김새섬 그믐 대표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주십시오’라고 빌어주십시오. 염치없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이 부탁이 절절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하지 못하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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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물떼새를 보고
내 친구가 딱 생각났다.
긴 다리로 우아하게 종종!
내 친구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물 위를 걷듯 가볍게 걷지.
세상도 그렇게 살지.
파도치고 폭풍이 불어도 우아하고 가볍게.
사실은 엄청난 겁쟁인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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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는 인간 심리의 타고난 결함과 정치적 압력이 어떻게 형사사법 분야의 행위자들 — 경찰관, 검사, 판사, 변호사 — 을 기이하고도 놀라우리만치 불공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설명하려 한다. 개인 차원으로나 사회 차원으로나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대체로 눈감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를 인정 않고 꿋꿋이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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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얼마전 전자책 관련 강의를 들으러 합정 부근에 있는 서울북인스티튜드(SBI)에 방문했습니다. 여기서는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강의를 하는데 전 정말 오랜만에 갔습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 여기서 편집자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출판사에 들어갔는데 어느새 강산이 훌쩍 변했네요. 아~ 세월이여.
그동안 출판 환경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변할 거고요. 어떤 미래가 닥칠지 걱정도, 두려움도 많지만 계속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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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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