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발해를 꿈꾸며
🙋[잠깐 우리책 홍보] 깨꽃이 되어
📖[심심한 독후감] 뱃사람이 된 어느 학자의 이야기
📚[우리 책 파먹기]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못 그려도 괜찮아] 꽃과 나비-나비의 꿈과 양자역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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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by 들풀🌱
“북한에는 어떤 멋진 산이 있을까?” 등산이 취미가 되고 국내 곳곳의 명산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남한 땅에만 해도 이렇게 멋진 산들이 많은데, 북한까지 하면 최소 두 배는 더 갈 산이 많지 않겠어요?
게다가 역사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산이 얼마나 많아요. 식후에 구경해야 한다는 1만2000 봉우리의 금강산, 단군이 신선이 되었다는 묘향산, 고려가 도읍한 개성의 송악산, 임꺽정과 장길산이 근거했다는 구월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뿌리는 영변의 약산, 한반도의 지붕이라는 개마고원... 그리고 훌쩍 지도로 봐도 산악 지형이 많으니 가보지 않아 모르는 멋진 산들이 즐비하겠지요. 개성 송악산만 해도 길만 뚫려 있으면 제가 사는 고양시에서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날씨가 아주 좋은 날은 북한산에서도 보입니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등산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보고 산다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백두산에 갔습니다! 북한의 다른 산은 못 가니까 일단 백두산이라도 가야겠다 싶어서 결행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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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백두산에 대한 상식 1.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이 나눠서 가지고 있습니다. 천지를 반으로 나누는 선을 경계로 나뉩니다. 백두산의 정상, 2744미터의 장군봉은 북한 지역에 있습니다. 한국 국적의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중국 소유의 백두산뿐입니다.
상식 2. 백두산을 오르는 코스는 동서남북 4곳이 있습니다. 각각 동파, 서파, 남파, 북파라고 부릅니다. 이 중 동파는 북한 땅이라서 우리는 갈 수가 없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갔을 때 이 동파로 올랐지요.) 서파와 북파는 중국 땅이라서 일찍부터 관광 코스로 개발되었습니다. 실제로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남파 정상은 원래는 북한 땅이지만, 중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합의해서 최근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일 방문 허가 인원도 적습니다. 관광객 대부분은 서파와 북파로 다녀옵니다.
상식 3. 저는 산을 좋아하는 만큼 되도록 산을 오래 걷고 즐기는 ‘등산’을 하고 싶었는데요,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2000년대에는 북파에서 서파로 가는 종주 코스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이가 셔틀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정해진 구역으로만 다녀야 합니다. 이유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 환경보호나 안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경 지역이라 잘못 길을 잃으면 넘어갈 수도 있겠고요.(그 덕분인지 백두산 지역에 호랑이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백두산 호랑이!)
등산을 하지 못하고 어차피 차량으로 올라가는 거라면 자유여행보다 패키지가 편할 것 같아서 3박 4일간 북파와 서파 두 곳을 오르는 상품으로 다녀왔습니다. 보통은 백두산을 갈 때 연길(옌지)공항으로 많이 들어가는데, 저희 일행이 택한 건 심양(선양)공항으로 가는 일정이었어요. 멀어서 버스는 2~3시간 더 타지만 이게 많이 싸서(30~40만 원 차이), 그냥 만주 풍경을 버스 타면서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백두산 근처 동네까지 6시간이라 그때는 지겨웠지만,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름 ‘만주 벌판’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우리나라 강원도와 비슷한 풍경이었습니다. 녹음 무성한 산이 이어지고, 사이에 크고 작은 하천이 흐르고... 간간이 보이는 평지에는 마을과 옥수수밭이 있고... 그냥 뚝 떼놓고 보면, 누구나 한국과 구분 못할 거 같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그런 벌판은 좀 더 북쪽으로 가야 나온다고 합니다. 하기야 이어진 땅이고 많이 멀지도 않은데 얼마나 다를까 싶습니다.
도착한 첫째 날에는 백두산 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구려 유적지와 압록강을 들렀습니다.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국내성 터, 광개토대왕비와 광개토대왕릉, 장수왕릉을 봤지요. 전 광개토대왕비가 사람만 하거나 좀 더 큰 정도의 보통 비석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크기가 엄청 커서 놀랐습니다. 6미터나 된다는군요. 글자도 아직 읽을 만하게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무려 1600년 이상 전인데! 옛날 국사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본 걸 보니 신기했습니다. 광개토대왕릉과 장수왕릉도 규모가 볼만했고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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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광개토대왕비, 아래: 장수왕릉.)
압록강을 보고서도 그랬습니다. 따져보니 ‘국경’이라는 걸 본 게 처음이었어요. 휴전선의 철책은 멀리서 봤지만 그건 ‘출입금지구역’의 느낌이지 국경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죠. 바다에서는 국경선이 보이지 않고요. 그런데 압록강은 진짜 국경이지요. 고작 30~40미터 너비의 강을 건너가면 나라가 달라집니다. 우리 머릿속과 법적 서류상에서 국가의 차이는 매우 크고 마치 장벽이 나누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둘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건 별 게 아니었죠. 다리만 건너면, 혹은 나룻배만 타도, 혹은 강폭이 좁은 곳에서는 걸어서도 오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공권력의 개입만 없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자연히 과거의 풍경을 상상해봤습니다. 고려와 조선도 압록강을 국경으로 삼았고 지도에도 그렇게 그려져 있지만, 현실에서 강 이편 저편의 주민들은 자유롭게 오갔을 겁니다. 곡식과 가죽을 거래하고, 정보를 나누었겠죠. 때론 결혼 상대를 찾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에 흉년이 들거나 전란이 생기면 아예 넘어가서 사는 일도 있었을 겁니다. 구한말 많은 조선인이 만주와 연해주로 건너갔듯 말이지요. 고조선이나 그전부터 작게는 가족과 가문이, 크게는 부족과 민족이 그렇게 오고 가며 교류하고 섞였을 겁니다. 최근까지도 북한 정권의 통제가 심해지기 전에는 이리저리 많이 다녔다고 하고요. 그러면서 자유롭게 오가는 접경 지역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세계가 이어져 있고, 어디든 뻗어갈 수 있다는 감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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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너머 남쪽에는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겠지요. 사람은 못 봤지만 트럭이 지나가는 건 봤습니다)
둘째 날은 백두산 북파를 올랐는데, 2600여 미터의 천문봉까지 전부 차로 오릅니다. 중간까지는 1시간 정도 일반 대형 버스로 오르고 중간 지점부터 10인승 SUV로 갈아타 다시 20~30분을 올라가요. 차로도 그렇게 걸리니 백두산은 정말 큰 산입니다. 아쉽게도 이날은 비가 와서 천지를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산 중턱에서는 시야가 트여서 백두산의 광활한 고원을 볼 수 있었고,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장백폭포가 웅장해서 만족했습니다.
셋째 날은 서파로 올랐습니다. 이날은 아침에 비는 안 왔지만 여전히 구름이 많았습니다. 제발 하늘이 열리길 바라는 심정으로 출발했죠. 서파도 차로 거의 다 올라가긴 하지만, 마지막 200미터 높이 정도는 계단으로 올라야 합니다. 경사가 낮아서 대부분은 오를 만한 난이도입니다. 그래도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는 가마꾼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상행 편도 한국돈 8만 원, 하행은 5만 원으로 자본주의 등산이 가능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 하늘이 잠시 갰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하길래 천지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온통 회색 안개였지만 자리를 잡고 수백의 인파와 함께 기다렸죠. 문득 온기와 함께 태양빛이 느껴집니다. 하늘도 노랗게 변하고, 구름이 엷어집니다. 그러더니 홀연히 천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본 최고의 등장 씬이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느긋하게 보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백두산 천지는 왜 옛날부터 사람들이 이 산을 신성시했는지 이해시킬 만큼 경이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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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들판을 보면 배낭 하나 짊어지고 걷고 싶어집니다.)
백두산을 오르면서 아쉬웠던 건 그 멋진 곳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히말라야나 알프스처럼 중간중간에 산장을 두고 트레킹 코스를 만들면 참 좋을 텐데. 광활한 고원에서 은하수 아래 하룻밤을 보내고 천지를 가운데 두고 백두산을 한 바퀴 돌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다면, 한국인과 중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이 찾는 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이곳을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쉬웠습니다. 적어도 북한과 평화 교류가 된다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올 수도 있을 텐데 멀리 돌아와야 하는 현실이지요. 나아가 길만 뚫려 있다면 베이징이나 중앙아시아, 유럽까지도 육지로 갈 수 있지만 지금 우리는 육지 길에서 단절돼 있지요. 그로 인해 여러 기회와 가능성이 제약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다시 육지로 연결되고 국경을 두 발로 오갈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상상력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백두산을 넘어서 중국으로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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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우리 책 홍보~🙋
깨처럼 고순 냄새 나는 그림책 『 깨꽃이 되어』가 출간되었습니다.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의 대표작을 고정순 작가가 푸근하고 정다운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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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27화
뱃사람이 된 어느 학자의 이야기
그제 퇴근했더니 아들 녀석이 눈에 아이스 팩을 대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눈이 찢어질 듯 아프다는 거예요. 다친 건 아니고 오후부터 그냥 아프기 시작했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고. 저녁도 먹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든 녀석은, 밤새 코를 킁킁거리며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습니다. 잠결에 그 소리를 들으며 ‘가을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1년에 한 차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녀석은 늘 알레르기 때문에 보름쯤 고생하는데, 이번에는 증상이 눈부터 시작한 거였습니다. 이제 볕은 뜨거울지언정 8월 말처럼 다시 무더워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의 고전이라 불리는 『마지막 거인』입니다.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만 있던 책인데, 얼마 전 고정순책방 개업식에서 만나 책꽂이에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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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화자는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라는 영국인 학자입니다. 어느 날 부두를 산책하던 그는 늙은 뱃사람에게 아주 커다란 이(치아)를 삽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 이를 연구하던 중 이 뿌리 안쪽 면에서 티베트의 ‘검은 강’ 원천에 있는 거인족의 나라로 가는 지도를 발견합니다. 그의 탐험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정은 험난했습니다. 인도에 도착해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위험천만했고, 걸어서 빽빽한 삼림을 헤치고 나갈 때는 모기와 개미들을 견뎌 내야 했으며, 도중에 사람의 머리를 절단하는 습성을 가진 부족을 만나 자신을 뺀 일행이 모두 몰살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는 건 확실한 죽음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기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지고 혼자 여행을 계속합니다.
피로와 추위와 허기 속에서 길을 가던 그의 눈앞에 기괴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그것은 거인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거인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어느 계곡에 도착합니다. 그곳은 거인들의 묘지. 발견의 기쁨 속에서, 그는 거인의 뼈 크기를 기록하고 해골을 그리고 계곡의 지형도를 제작하며 한 달을 보냅니다. 기록을 마친 그는 고원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이끼와 나무뿌리로 연명하며 고원에 이른 그는 탈진하여 깊은 잠에 빠집니다.
꼼짝 못 하고 쓰러져 있는 그를 거인들이 발견합니다. 거인들의 보살핌 속에 몸을 회복한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거인의 노래를 듣고, 거인과 함께 별을 바라보고, 거인의 몸에 빽빽하게 새겨진 문신을 그리고, 거인들의 힘겨루기를 구경합니다. 거인의 목소리는 감미로웠고, 노래는 천상의 음악이었으며, 햇빛을 받은 거인의 피부는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그는 거인들과 생활하며 거인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열 달 가까이 지내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의 마음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진 거예요. 그의 마음이 변했다는 걸 알아차린 거인들은 그를 어깨에 태우고 상인들이 있는 데까지 데려다 줍니다.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그렇게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옵니다. 집에 도착한 그는 거인들에 관한 책을 집필하여 큰 성공을 거둡니다.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학자들도 만납니다. 탐험 기금도 모여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거인의 나라로 가는 두 번째 여행을 떠납니다.
미얀마에 도착한 그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 맞닥뜨리지요.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섯 마리의 소가 끄는 마차에 실려 오는 거인 안탈라의 머리를. 그리고 거인들의 나라에 쓰러져 있는 거인들의 시체를. “거인들이 실재한다는 달콤한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던 내 어리석은 이기심이 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속 깊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써낸 책들은 포병 연대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거인들을 살육한 것입니다.”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글쓰기를 중단합니다. 책은 모두 기증하고 재산은 가정부에게 맡긴 뒤 고기잡이배의 선원이 되어 하늘만 바라보며 삽니다. 그리고 새롭게 들은 이야기들을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들려주지요. 딱 하나, 거인에 관한 이야기만 빼고.
『마지막 거인』의 속표지를 넘기면 눈길을 잡는 다음 문장이 나옵니다.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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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가 비밀을 간직할 수 있었다면, 학자로서의 명예욕에 눈이 멀지 않았다면, 거인들에게 닥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물론 그랬더라도, 언젠가 거인들은 다른 인간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입니다. 인류는 지구 곳곳을 샅샅이 뒤져서 먼지 하나까지 찾아내는 특기를 지녔으니까요. 하지만 인류가 정복과 파괴를 일삼던 과거를 반성하며 공존을 생각하는 시대에 거인들과 조우했다면, 그 만남의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무해하다’라는 말이 이 사람 저 사람 입에서 오르내렸습니다. 세상에 선의를 품은 이들이 스스로 무해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며 그 말을 입에 담았지요. 무해한 존재가 되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동물로 태어난 이상 불가능한 꿈이지요.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해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좀 더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인간과 인간이, 인간과 비인간 생물이, 인간과 무생물이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이지요.
이야기로 돌아가, 만약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가 어떻게 하면 거인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가 살아가던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거인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면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을 것입니다. 거인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더라도, 정말 믿을 만한 사람 한둘에게만 비밀을 지킨다는 굳은 약속 아래 조심스럽게 얘기했을 테고요. 어쩌면 이 소중한 존재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비밀결사를 조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이야기에서 ‘거인’이라는 말이 들어갈 자리에는 수많은 다른 이름들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도, 코끼리새, 콰가, 큰바다쇠오리, 여행비둘기, 스텔러바다소, 독도강치… 지금은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들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거인들처럼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심 때문에 말이죠. 『마지막 거인』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많은 “작은 거인”들을 떠올리며 책을 덮습니다.
강릉을 가뭄에서 구해 줄 비님이 오시기를 간절히 빌며
편집자 참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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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나비의 꿈과 양자역학
나비 하나 그려놓고, 생각에 빠졌다.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시작해서
물질인 나는 확률로 존재할 뿐이라는 양자역학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철학까지.
나비가 웃는다. ㅎㅎㅎ
바쁜데 뭐 하는 겨?
네가 옳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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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동시대 예술가가 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꽤 조숙한 태도로 손을 들더니 “스타벅스에 앉아 빈둥거리며 유기농 샐러드를 먹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거야말로 도시의 화려한 구역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하는 행동을 꽤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동시대 예술가들이 하는 일을 알아보며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 친구는 다시 물었다. “이제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무슨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러자 아까 그 아이가 다시 말했다. “그들은 사물들을 알아봐요.” 나는 생각했다. ‘와, 이거야말로 정말 예술가가 하는 일에 관한 짧고 예리한 정의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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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습니다~📮
💌 미생물 때문이야 시리즈가 절판된다니! 처음에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아이와 도서관에서 빌렸던 기억이 선명한데요. 제목이나 내용이 흥미로워보였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이런 내용을 그림책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했습니다. 책은 좋아하지만 출판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왜 절판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저도 아쉬운데 원더박스에서 책을 만드신 분들은 얼마나 아쉬우실까 싶어요ㅠㅠ. 사서 볼걸 빌려서 봐서 그런가 싶고ㅠㅠ. 그래도 좋은 책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답장드립니다.
🌱 저희도 아쉽습니다 ㅠㅠ 절판의 이유는 역시 책이 안 팔려서겠지요...책의 제작비+보관비를 커버하지 못할 만큼 책의 판매량이 적으면 절판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번역서인 경우는 계약 기간(통상 5년)이 끝나면 다시 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계약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절판을 선택합니다.
💌 늘 좋은 메일 감사합니다, "미생물 덕분이야" 시리즈는 혹시 E북으로 내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물론 판형이나 질감이 달라지긴 하지만 좋은 책들이 절판이라는 이유로 사라져버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별개로, E북 시장이 작가분이나 출판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종이책과 비교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 고전SF를 좋아하는데 아시다시피 종이책으로는 소량1쇄만 나오곤 절판되면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책만의 장점이 있을텐데 발매되지 않는 작품들도 꽤 되는 것 같아서 어떤 원인으로 공급자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궁금합니다.
🌱 그림책은 전자책으로 만들 때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폰트 문제입니다. 폰트 저작권 문제로 종이책에 사용한 폰트를 사용할 수 없고, 무료 서체로 바꿔야 합니다. 그림을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해서 매력도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출판사 입장에서야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독자들이 사서 읽는다면 다 좋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자책을 찾는 독자가 많지는 않아요. 전체 매출의 한 5%쯤 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조금씩 늘고 있고, 앞으로도 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국 책의 경우는 전자책도 절판됩니다. 출판계약이 끝나고 재계약을 안 하면 절판하지요.(절판 안 하면 저작권 위반!) 말씀하신 고전SF가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 3년전. 책육아 하면서 소소하게 책을 소개 하기 시작하다가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출판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동안 몰랐는데 알고보니 원더박스 책도 책장에 몇 권 있더라구요. 미생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사준 "빛을 내는 오징어의 비밀" 이책 보자마자 진짜 한눈에 반해서 한권씩 사서 모았거든요. (뉴스레터 받기 전까지도 원더박스 책인줄 모르고 있던... )아이들 책인데 수준도 높아서 너무 애정하는 책! 나오자 마자 감탄하면서 샀으니 21년도에 샀을 듯 해요. 공부도 안했던 학창시절,,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무지랭이였는데 책육아를 하면서 어느순간 눈이 떠지더라구요.. 나름 좋은책 보는 눈이 생겼다고 혼자 만족하는데, '미생물 덕분이야' 시리즈.. 이 책은 벌써 절판되는게 이해가 안되네요. 이렇게 좋은책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이번.. 뉴스레터는 개인적으로 너무 충격입니다. 저도 충격인데 직접 책을 내신 편집자님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 말씀하신대로 이런 좋은책을 이제는 개인 책장에 못 꼽아 놓고 도서관에서 밖에 볼 수 없다니.. (그마저도 꼽혀있는 도서관에서만) ㅠㅠ 속상합니다.
🌱 독자님께서 사주신 덕분에 <빛을 내는 오징어의 비밀>은 초판을 소화하고 재쇄를 찍을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저희 책의 죽음...을 같이 안타까워해주셔서 위로가 됩니다. ㅎㅎ 남은 책이 좀 아깝지만, 독자님 서가에서는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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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비를 맞는 건 보통 싫은 일입니다. 하지만 미리 비에 맞을 생각을 하고 대비한다면 의외로 괜찮은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바다나 계곡에 옷 입은 채로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요즘은 또 흠뻑쇼나 워터밤에 가서 일부러 젖기도 하고요. 고도로 계획된 비는 물놀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산에서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후두둑 굵은 물방울이 나뭇잎을 뚫고 우수수 쏟아졌죠. 소나기 예보를 확인하고, '비에 젖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간 거라서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온몸이 다 젖고 나니 즐거워지기까지 했어요. 진흙에 몇 번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비에 두드려 맞는 멋진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예기치 못한 고생이지,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왠만한 건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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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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