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2박 3일 부산-포항 여름휴가 이야기
🙋[잠깐 우리책 홍보]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
📖[심심한 독후감] 이 단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못 그려도 괜찮아] 텃밭 애기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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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2박 3일 부산-포항 여름휴가 이야기
by 참새🐦
어느덧 7월 말, 여름휴가를 떠나는 계절이네요. 그 때문인지 버스며 지하철에 사람이 조금 준 건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금 한산해진 광경을 마주하는 것이 제게는 쉼으로 다가옵니다. 대도시의 유동인구가 줄면, 열기와 습기가 꽉 들어차 있는 공기에 사람이 빠진 만큼 여유가 들어선 기분이 들거든요. 그 조금 넓어진 간격 사이로 흐르는 한 줄기 숨을 사랑합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저도 휴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여름휴가 피크 시즌보다 며칠 먼저 떠난 덕분인지 휴가지에도 조금 여유가 있는 듯했어요. 본격 휴가철이 되면 사람으로 빽빽해진다던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였는데도 말이죠.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제가 부산에 간 건, 봄부터 이어져 온 중2 아들 녀석의 강력한 요구 때문입니다. 돼지국밥과 밀면을 먹어야 한다고 어찌나 노래를 부르던지... 총 2박 3일 일정 중 부산에서 먼저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오전 10시 즈음 부산역에서 내린 뒤 맨 먼저 한 일은 밀면 먹기. 부산역 맞은편에 맛있는 밀면 집이 있다는 중2의 제보에 따라 길을 건너긴 했는데, 정작 녀석은 어느 집이 맛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밀면집에 무작정 들어갔어요. 간이 덜 센 편이라 제 입맛에는 잘 맞는 밀면이었습니다. 육수에서 나는 낯선 향도, 식초를 살짝 가미하니 조화로운 맛으로 바뀌어 맛있게 먹었지요. 하지만 우리 중2께서는 가게를 나오며 별로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다음 간 곳은 태종대. 오래전 부산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딱 한 곳이 태종대여서 제가 제안했고, 아무 계획이 없던 두 사람이 그러자고 하여 태종대행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부산을 구경하며 삼사십 분 달리니 어느새 태종대에 도착. 버스에서 내렸는데 공기가 후끈후끈했습니다. 태종대 순환버스를 타러 10분쯤 오르막을 오르는 사이 땀이 줄줄 흘렀지요. 잠시 뒤에 탄 순환버스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역시 뜨거웠습니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잠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다가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태종사 정류장에 내려 걸은 숲길은 습기가 그득했고,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더니 순식간에 모기가 와글와글 모여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다닥 둘러보고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태종대를 나왔습니다.
점심을 중국집에서 간단히 때운 다음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물었더니, 둘 다 지체 없이 “숙소!”라고 답하더군요. 덥기도 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였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숙소 체크인을 할 시간이 되었으니, 숙소에서 잠시 쉬자는 얘기였지요. 그리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광안리에 있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는 시원하더군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면 저녁때까지 숙소 침대에 누워 있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어서 오라고 손짓했고, 우리는 그 부름에 응했습니다. 해수욕을 할 생각은 없었고 발만 담그려 했는데, 발을 담그니 무릎까지 담그고 싶어졌고, 무릎까지 담그니 엉덩이까지, 엉덩이까지 담그니 저도 모르게 물속으로 풍덩! 세이렌이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닌데 왜 정신을 못 차린 건지... 발만 담그고 있던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30분쯤 바다에서 놀다 보니 해운대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해운대는 중2께서 꼭 가야 할 곳으로 점찍어 둔 곳. 그런데 온몸이 홀딱 젖은 저는 갈아입을 옷이 모자랐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으니 “입은 채로 말리지 뭐.” 하면서 해운대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철없는 40대 후반 남성 때문에 두 사람의 고생길이 열린 셈이죠. 그렇게 한 시간을 걸어 해운대에 도착했는데, 걷는 동안 나름 괜찮은 풍경들을 본 터라 불만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또 해운대 풍경이, 특히 웨스틴 조선 호텔 부근이 도심 속 섬 같은 곳이어서 산책하기 좋더군요.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왔다면 거기까지 걷지는 않았을 테니 ‘역시 걸어야 해!’ 하고 속으로 생각만 했습니다. 해운대 해변을 가로질러 점찍어 둔 보쌈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어린이도서전 기간에 갔던 집인데, 맛이 좋아 식구들과 함께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집이었습니다. 두 사람도 엄지 척 반응으로 화답했습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꿀잠에 들었습니다. 첫날 일정은 이것으로 끝.
부산 둘째 날 일정은 들려드릴 얘기가 거의 없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서면으로 가 돼지국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신 다음, 부전역까지 걸어가서 포항행 동해선 기차를 탄 것이 전부거든요. 부산을 떠나면서 중2께서 한마디 했습니다. “부산은 기대만큼은 아니네.” 기대했던 럭셔리 여행이 아니었으니 그럴 만하지요.
포항으로 가는 동해선은,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좋았고, 객실도 쾌적했어요. 포항도 처음이었지만, 기차가 포항까지 달리는 길에서 처음으로 고리원전도 보았고, 울산 태화강도 보았습니다. 낯선 풍경이 주는 여행의 느낌은 언제나 정신을 일깨우지요. 덕분에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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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조금 넘어 포항역에 도착했고, 렌터카 문제 때문에 땡볕에서 30분가량 실랑이를 한 뒤 포항의 첫 행선지인 칠포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칠포 해변은 사람이 적어 좋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산함이 제게는 최고의 휴가입니다. 물도 시원했고, 해파리도 있었고(?), 해수욕장 마감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약골인 저희에게는 한 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물속에 한 시간 있었더니 다들 추워서 벌벌. 따뜻한 음식을 찾아 닭백숙집에 가서 닭볶음탕 배불리 먹고 온천으로 직행, 한 시간 반가량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목욕을 마친 뒤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버스킹족 때문에 자정이 다 되도록 시끄러웠다는 점만 빼면 포항에서의 첫날은 굿~
둘째 날, 별 계획 없이 포항에 간 터라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옆 경주의 석굴암과 불국사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60킬로미터쯤 달려 도착한 석굴암은, 역시 석굴암이더군요. 석굴암에서 배어나는 은은한 기운에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중2께서는 시큰둥. 석굴암에 이어 도착한 불국사도, 역시 불국사였습니다.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지요. 하지만 중2께서는 또 시큰둥. 날이 너무 뜨거운 탓도 있었겠지만, 머릿속으로 그리던 럭셔리한 여행과는 다른 사태가 펼쳐지니 맘에 들 리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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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 경주를 떠나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체력이 소진되어 운전하기 힘들었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달렸습니다. 그렇게 포항 시내에 들어와서는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길도 모르지, 체력도 바닥났지, 차도 많지, 양보도 안 하지... 포항 운전자들은 정말 양보하지 않더라고요. 포항 첫날에도 느꼈지만, 기운이 빠진 둘째 날이 되니 포항에서의 운전이 꽤나 도전적인 퀘스트였습니다. 서울이나 경기였다면 아무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꿀 상황이었는데도, 경적을 울리며 속도를 높여 차선 변경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딱 한 번, 은혜로운 검정 스타리아 운전자를 만나, 결정적인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경우에는 “이 구역에서는 내가 운전을 제일 못하는 사람이 맞아.” 하고 되뇌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아무튼 천지신명이 도우신 덕분에 무사히 포항역에서 오후 6시에 출발하는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차 좌석에 앉으니, 그제야 운전하며 몸에 쌓여 온 긴장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휴~
이상 저의 2박 3일 여행기였습니다. 8월 초에는 익산 부모님 댁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오라는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아니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며 제 마음에 펼쳐지는 고향 풍경이 간절히 그립네요. ^^
참, 지난번에 사서 읽은 김금희 작가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매우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정지아 작가님 말씀을 빌려 표현하자면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착한 마음을 기르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드립니다.
뜨거운 여름입니다. 이런 날에 일까지 잘 풀리지 않으면 마음이 뾰족해지기 쉽겠네요(제가 그렇습니다). 다들 몸, 마음 잘 다스리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참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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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여성 영웅의 여정일까, 남성 영웅의 여정일까? 🧝♀️🦸♂️
이 책을 읽고 나면 📚 소설이든 🎬 영화든 📺 드라마든 대중문화를 이렇게 구분해보는 재미에 빠지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 바로 제가 그렇거든요!
대중문화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줄 책,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
곧 출간됩니다~!
영웅이 여성일 때 우리는 어떤 여정을 경험하게 될까. 여정의 특성을 따져 주인공의 생물학적 성별과 별개로 여성, 남성 영웅의 여정을 분석하는 이 독특하고 용감한 책은 물러남과 돌아옴, 고립과 네트워크, 복수와 영광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여성 영웅의 여정’을 탐색한다. 신화부터 대중문화까지, 무엇이 여성 영웅들을(나아가 우리들을) 연대하고 위안을 얻게 하는가. 창작자와 독자 모두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다혜 ( 《시네21》 기자)
학교나 책을 통해 배운 익숙한 영웅 서사의 틀이 자신의 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작가들, 좋아하는 책들이 이런 틀로 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 게일 캐리거는 다른 길을 열어 보인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남성 영웅의 보편성‘이라는 착각 속에 감추어져 있던 또 다른 서사의 전통이다. 캐리거는 이 영토와 그 거주자들에게 젠더를 부여하고 독자와 함께 탐사를 나선다. 그리고 그 여정은 수상쩍을 정도로 재미있다. -듀나(SF 작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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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편집자들은 저마다 관심사와 취향이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말과 글, 언어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편집자끼리 대화할 때 이런 질문이 나올 때가 자주 있지요.
“이 말은 원래 무슨 뜻일까?”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일반 사람들에게 물으면 별걸 다 궁금해한다고 핀잔 들을 테지만, 편집자들을 꽤 진지하게 그 말의 유래와 어원을 짐작과 상상과 검색을 더해 찾아봅니다. 얼마 전에는 참새 부장님과 ‘동천홍(東天紅)’이라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동쪽 하늘이 붉다’라는 멋들어진 가게 이름이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 같이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여담으로 동천홍은 어느 한시나 문학작품에 나온 말이 아닐까 했는데, 확실한 출전은 찾지 못했습니다. 혁명과 같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하며, 김옥균이 갑신정변 때 ‘동천홍’을 암구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갑신정변을 다룬 「동천홍」이라는 희곡 작품도 있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중국집 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바로 그런 편집자들의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입니다.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라는 책으로, 지난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산 책을 이야기할 때 다룬 적이 있었죠. 또 한 번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단어들의 ‘사연’이 너무 재밌어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 알게 되고 생각도 못한 신기한 유래들이 많아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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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깡통의 ‘깡’이 영어 ‘캔(Can)’에서 유래했다는 건 알고 있었죠. 그런데 깡패의 깡이 ‘갱(Gang)’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건 몰랐습니다. 갱도 본래 패거리라는 뜻인데, 거기에 또 패가 붙은 것이죠. 또 구두와 가방이 일본어에서 건너온 말이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구두는 ‘구쓰’라는 일본어가 변했고, 가방은 일본어 ‘가반’이 변해서 됐다고 합니다. 짬뽕도 마찬가지로 국수에 고기와 야채를 섞어 끓여 먹던 음식을 가리키던 중국어가 일본에서 ‘참폰’으로 표기되고 그게 한국으로 와 짬뽕이 되었고요. 이 단어들은 오래전에 들어와 자리 잡아서 우리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외래어라고 배격하는 건 ‘웃기는 짬뽕’이겠죠.
도대체, 대관절, 물론, 만약, 가령, 혹시, 어차피, 잠깐 중에 한자가 아닌 단어는 무엇일까요? 답은 0개입니다. 도대체(都大體), 대관절(大關節), 물론(勿論), 만약(萬若), 가령(假令), 혹시(或是), 어차피(於此彼)로 쓰고, 잠깐도 잠간(暫間)이라는 한자어가 뜻은 그대로 두고 거센소리로만 바뀐 것이랍니다. 물론이나 만약은 한자 느낌이 나는데, 도대체나 어차피는 한자라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너무 일상적으로 자주 쓰여서 한자로 쓰면 도리어 어색한 정도네요.
한자어가 변한 글자들도 여럿입니다. 짐승을 잡는 사냥은 산행(山行)이 변한 말이랍니다. 요즘 산행은 그냥 산에 가는 거지만, 옛날에는 짐승을 잡으러 가는 거였나봐요. ‘재촉하다’는 ‘억지로 하게 하다’라는 뜻의 ‘최촉(催促)’이 변한 말이고, 피리는 필률(篳篥)이, 비단도 필단(匹段)이 원래 단어였습니다. 심지어 서랍도 ‘혀처럼 넣었다 빼었다 할 수 있는 상자’라는 뜻의 설합(舌盒)이 변한 말이고요. 가장 놀란 건 양치질이었어요. 양치는 왠지 한자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이를 닦는 행위이니 ‘이빨 치(齒)’ 앞에 뭔가가 붙은 게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옛날에는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로 이에 끼인 것을 정리하고 물로 헹궜는데, 버드나무 가지가 한자로 양지(楊枝)라서 그게 변해 양치질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 이거 저만 몰랐던 거 아니죠?
신기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들도 있습니다. ‘얄팍하다’는 ‘얇다’와 역시 얇다는 뜻의 한자 박(薄)이 합쳐진 단어랍니다. ‘익숙하다’도 ‘익다’와 ‘익을 숙(熟)’이 합쳐진 단어고요.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를 겹쳐서 뜻을 강화한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킹왕짱’이라는 신조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네요. 이 조어 방식의 긴 역사란!(이 경우는 영어+한자+순우리말이 더해졌네요).
단어의 형태가 바뀌면서 뜻이 변한 경우도 있습니다. 얄밉고 꼴사나운 사람을 가리키는 ‘얌체’라는 말이 있지요. 사전에는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얌치는 한자어 염치(廉恥)가 변한 말입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하고 지금도 많이 쓰죠. 그런데 그 말이 변한 얌체는 ‘염치가 없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일컫는 ‘푼수’는 분수가 변한 말입니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로 많이 쓰는 그 단어죠. 그런데 분수가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나 ‘사람에 맞는 한도’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과 달리 푼수는 부정적으로 쓰이죠. 역시 ‘분수를 모르는 사람’을 줄여서 ‘푼수’라고 하는 식입니다. 이런 식의 의미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칠칠하지 못하다’의 ‘칠칠하다’도 원래는 ‘단정하고 야무지다’라는 좋은 뜻인데, 원래의 뜻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저도 몰랐어요) ‘칠칠하지 못하다’ ‘칠칠맞지 못하다’로만 사용되다 보니 점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지고 있지요. 요즘은 누군가를 ‘칠칠하다’ ‘칠칠맞다’라고 부른다면 그 사람은 그걸 칭찬보다는 비난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런 단어의 의미 변화를 보면서 언어란 살아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요즘의 사례도 떠올려봤어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뜻하는 ‘짤’이라는 단어를 아실 거예요. 원래 이 단어는 디시인사이드(원래는 디지털 카메라 유저들의 커뮤니티였죠)에서 게시글을 쓸 때 사진이 없으면 글이 삭제돼서, ‘짤림 방지’용으로 아무 사진이나 올린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줄임말인 ‘짤방’이 사진을 뜻하게 되었다가 짤이라는 한 글자로 줄었죠. 본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고 화면상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뜻하는 말로 거의 정착이 되었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이렇게 단어들의 재미난 사연을 들려주면서, 언어의 본질에 대해서도 슬쩍 건드리고 있습니다. 언어란 순수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이것저것 섞인 짬뽕 같은 것이며, 단어의 변화, 생성, 소멸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지요. 우리 조상님들도 참 여러 가지 신박한 방식으로 신조어를 만들고 언어를 비틀어 사용하셨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그런 걸 다 떠나서 신기해서 재미 있고 TMI스러운 지식이 가득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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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하나 더: 세상에나, 미루나무는 ‘미국 버드나무’라서 미류(美柳)나무라고 부르다 미루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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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접시꽃이 딱 하나 피어 있다.
왜 혼자인겨?
그래, 때로 혼자도 좋지.
당당하고 화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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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두 분의 수련회 생생한 후기와 읽고 싶게 만드는 사진(?)그림책 추천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고생 많으십니다. 홧팅홧팅아자아자!!!!!
🌱 올해는 8월까지만 덥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 수련회~저도 추억돋는이야기가 있어요 고1때 친구교회수련회를 따라갔었는데 섬여행이 처음이기도하고 아이들고 너무 신나게 논 나머지 전교에서 가장 까만 아이가 되었지 모에요...ㅋㅋ(참고로 전 여고생이었어요) 의도치 않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는ㅋ 림보와 훌라후프를 잘하신다니 꽤나 유연하신가봐요~조용히 업무하는것을 생각하면 가만히 움직임없이 일해서 몸이 굳었을거라 생각했는데 틈틈히 운동도 즐기셨나봐요?ㅎ 아니면 수련회날 즐거움이 샘솟으면서 몸이 말랑해진걸까요?ㅎ 여튼 즐거운 시간이셨다니 저도 함께 즐거웠습니다 다음 편지도 기대할게요 부디 뜨거운 태양에 녹지않으시길~♡
🌱 여름에는 좀 까매지는 게 '국룰'이지요 ㅎㅎ 제가 몸이 유연한 편이라서 어릴 때는 다리 1자로 찢기도 가능했답니다~ 태양을 적당히만 즐기시는 여름이 되시길 바랍니다.
💌 사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아들이 사과를 엄청 좋아하는데 하나로마트에서 주먹만한 5개들이가 1만 7천원을 넘더라구요. 흑... 아들아... 왜 사과를 좋아하는거니? 그래도 열심히 사줍니다. 사춘기라 지금 키 안크면 나중에 원망 들을 것 같아서요. 여기 충청도 한 지방은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답니다. 다들 비 피해는 없으시죠? 늘 건강하소서.
🌱 헉, 사과가 그렇게 비싸군요. 그래도 열심히 사주신다니 아드님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번 비는 수도권 빼놓고 충청, 전라, 경상, 경기 북부로 돌아가면서 때렸더라고요. 저희는 피해가 없었지만, 잠기고 쓸리고 무너진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자연은 참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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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많았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요즘 비가 많이 안 와서 가뭄이 걱정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와버렸네요. 한나절 새 400미리씩 온 지역들도 있는데, 1년치 강수량의 3분의 1이 내린 셈이니 그 강도를 짐작할 만합니다. 적당히 내릴 수는 없는 것인지... 하기야 자연이 인간 뜻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인간중심주의겠지요.
신간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가 곧 출간됩니다. 내용이 아주 재미있고 통찰력 있어서 독자 여러분들께 어서 선보이고 싶네요. 어떻게 읽으실지도 궁금하고요. 곧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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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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