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책 하나 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소소한~ 소식
📖 [심심한 독후감] 기다린다는 것은
🖌️[못 그려도 괜찮아] 부엉이 내 맘대로 그리기-『내가 부엉이를 잘 그리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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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책 하나 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feat 편집후기
by 들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하지요. 이런 질문에 저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건 정해진 게 없어요. 저희(출판사)가 아니라 작가분들한테 달렸죠.”
제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제안부터 출간까지 2개월 만에 나온 책도 있고, 5년도 더 걸린 책도 있습니다. 편집자라면 누구나 계약서에서 정한 기간이 한정 없이 늘어져 한참 후에야 나오거나, 아직도 나오지 않은 원고가 있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결국 포기해 버린 기획도 물론 있지요.
이번에 드디어 마감한 『전선일기』(정문태 지음)도 꽤 오래 끈 원고입니다. 제가 원더박스에 처음 들어온 2022년 2월에 이미 진행 중이었으니까요. 들어와서 여러 원고들 인수인계를 받고, 저자인 정문태 기자에게 제가 원고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인사 메일을 보낸 것이 제 첫 업무였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초고를 받은 것이 2022년 말이었는데, 그 원고는 지금 책을 만든 원고와는 형식이나 내용이 많이 달랐습니다. 원고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서, 수정 원고를 받은 건 올해 초였습니다. 이 원고에서 책의 기본 뼈대는 잡혔죠. 하지만 전체 원고가 200자 원고지 1860매 정도로 너무 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체 1200매 정도로 줄이기로 했고, 이 작업이 7월쯤에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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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후 제본에 들어가기 전 인쇄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받아 보는 가제본입니다)
이런 원고를 대충 ‘최종 원고’라고 부릅니다.(출판사마다 편집자마다 다르지만,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저자가 최종적으로 끝낸 원고이죠. 이 원고부터는 세부적으로 문단, 문장, 단어 단위로 저자와 수정 작업을 합니다. “이 문단은 빼도 되지 않을까요?” “이 문장은 좀 꼬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용어는 추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손질하는 거죠. 이 작업을 9월 초에 완료했습니다. 이제 본문 레이아웃을 짜고 조판에 들어갈 원고가 준비된 거죠. 이런 원고를 (저는) 완성 원고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 오면 나머지 작업은 사실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전까지 원고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원고마다 저자마다 다 제각각이고 변수가 너무 많지만, 완성 원고 이후에는 어느 정도 루틴대로 하면 되거든요. 원고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파악이 다 끝난 상태이고요. 이후에 어려운 건 좋은 제목과 표지를 뽑는 것 정도지요. 이 책도 제목을 정하기까지 좀 오래 걸려서 그렇지, 금방 정해졌으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나왔을 겁니다.
써놓고 보니 이 책이 나오는 데 3년 정도밖에 안 걸렸네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린 것도 아니었군요. 저자인 정문태 기자는 지금 타이 치앙마이에 거주하며 지금도 여러 전선을 누비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부터 내전 중인 버마 전선 취재를 자주 가시기 때문에 원고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죠. 책 막바지 작업 중인 10월 초에 치앙마이에 큰 홍수가 난 것도 막판 작업에 차질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그 바람에 저자가 보관하고 있던 사진 자료가 많이 유실돼서, 좋은 사진을 많이 쓰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책은 계획한 것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항상 그렇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원고의 생산이 저자 한 명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늦어지죠. 또 글이라는 게 재촉한다고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편집자는 저자가 잊지 않게 일깨우고, 독려하고, 사정하고, 읍소하고, 때론 으름장을 놓으며 원고를 받아내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지요. 답이라도 계속 주면 다행인데, 연락 두절에 잠수를 타버리며 아주 속이 터집니다. 책 서문이나 감사의 글에 ‘○○출판사의 인내와 기다림에 감사한다’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동병상련을 느낀답니다. 독자 여러분도 그런 내용을 보면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편집자가 고생 많았구나’라고 알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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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소식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는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청소년들이 읽기 알맞은 도서를 선정, 보급하는 사업으로 경쟁률이 굉장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1189종의 신청 도서 중 우수선정도서 46종, 추천도서 59종을 선정했는데, <어떻게 예술 작품을 되살릴까?>가 우수선정도서에 뽑혔다는 사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국내에서 발간되는 우수문학도서를 선정, 보급하는 사업으로, 선정된 도서를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둘 다 좋은 책으로 인증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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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20화 기다린다는 것은
저는 매일 아침 거의 똑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거의 똑같은 순서대로 출근 준비를 하고 거의 똑같은 시각에 집을 나서서는 거의 똑같은 시각에 오는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합니다. 퇴근도 비슷해요. 좀 더 남아서 일할 때도 있고 저녁 약속을 잡는 날도 있지만, 거의 똑같은 시각에 사무실을 나서서 비슷한 시간대의 버스를 타고 비슷한 시간대에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그릇을 치운 뒤 잠시 TV를 보거나 식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비슷한 시간대에 잠자리에 듭니다.
이렇게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가끔 지루하게 느껴져요. 몸과 마음이 처져 있을 때는 한두 주(아주 가끔은 한두 달) 계속 지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하루이틀 지루함을 느끼다가 저를 반짝 깨우는 일들을 마주하고선 언제 지루했냐는 듯이 비슷해 보이지만 하루하루 다른 일상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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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려 봐』는 그림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햇병아리 시절, '나는 이 책을 낼 거야!' 하고 마음먹고 에이전시 문을 두드렸던 책이에요. 케빈 헹크스가 어떤 작가인지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그저 이 책의 사랑스러움에 폭 빠져 달려들었다가 쭉 미끄러졌죠. ㅠ.ㅠ
창틀 선반에 다섯 친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죠. 점박이 올빼미는 달님을, 우산 쓴 꼬마 돼지는 비를, 연을 든 아기 곰은 바람을, 썰매 탄 강아지는 함박눈을 기다리죠. 하지만 별 토끼는 특별히 기다리는 게 없어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좋거든요.
가끔 훌쩍 떠나는 친구도 있어요. 그렇지만 항상 제자리에 돌아오죠. 어쩌다 신기한 선물도 짠 나타나고, 누군가 찾아왔다가 영영 떠나가기도 해요. 계절에 따라 신기하고, 재밌고, 무서운 일도 일어나요. 다섯 친구는 함께 바라보고, 즐거워하고, 놀라고, 감탄하죠. 어느 날 찾아온 얼룩 고양이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놀랄 비밀을 보여 줬을 때는 다섯 친구들 눈이 동그래졌어요. 또 어떤 일이 우리를 찾아올까? 이제 열이 된 친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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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림책이 그렇지만, 『 조금만 기다려 봐』는 특히 더 그림과 글이 하나예요. 글만 봐서는 이 책의 참맛을 반의 반의 반도 볼 수 없죠. 그리고 케빈 헹크스는 정말 대단한 작가예요. 창틀이라는 공간에서 이처럼 멋진 이야기를 떠올리고,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이렇게 깊고 따스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예요. 그 특별한 눈길이 고맙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어릴 적에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나?' 하는 물음이 떠올랐어요. 가만 돌아보니, 어서 아침이 와서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가기를 기다렸고(작은 동네여서 또래가 한 명도 없었어요),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 사는 사촌형이 언제 올까 하고 기다렸고, 장에 가신 어머니가 언제 오시나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 얼른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기도 했어요(어른의 삶이 이런 거였다면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지는 않았을 듯 ^^).
바라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분명 가슴 떨리는 일이지만, 별 토끼처럼 그저 기다리는 것이 기다림의 본질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 앞에 무슨 일이 찾아올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니 사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저 기다릴 뿐이죠. 진인사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이라는 말처럼요.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아, 제게 탐구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별 토끼처럼 기다림 자체를 좋아할 수 있을지 두고두고 관찰하고 음미해야겠어요.
마지막으로 시 한 편 소개해 드리고 글을 맺을게요.
<여인숙> - 루미
이 몸은 여인숙이라네, 젊은이여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온다네, 달려
그를 어깨의 짐이라고 말하지 마오 금방 무존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오
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자네의 가슴으로 오는 것은 누구나 손님, 기쁘게 맞이하게나
겨울이 제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가슴 활짝 열고 멋진 일들 뜨겁게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참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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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린 부엉이~~
『내가 부엉이를 잘 그리는 이유』 그림책의 부엉이를 보고,
내 맘대로 그려버렸다. ㅎㅎㅎ
아이의 깊은 속살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흠, 너만큼 부엉이를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나도 부엉이 좋아하니
우린 찌이~잉, 통한 겨 ~~ 하하하~
"내가 부엉이를 잘 그리는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아." -그림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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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출퇴근길 다들 무사하셨나요? 첫눈이 아주 많이 내렸네요. 11월에 이렇게 많은 눈을 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길은 안 좋아도 하얗게 덮인 눈을 보고 눈은 즐거웠습니다.
오늘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립니다. 원더박스도 참가하는데요, 어제부터 참새부장님이 가셔서 불광출판사와 공동 부스를 꾸렸습니다. 벡스코 제1전시관 2홀 B10에서 원더박스의 어린이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잘 관찰한다는 건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의미겠죠. 아이들이 책을 보며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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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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