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사무실 정리는 언제쯤 끝날까?
📢소소한~ 소식
📖[심심한 독후감]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그리고 다시 봉건주의로?
🖌️[못 그려도 괜찮아] 박새와 동박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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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by 참새🐦
11월 첫째 날, 저희가 새 사무실로 이사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불광출판사와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다가 딴살림을 차린 것이죠. 성공해서 그렇게 한 건 아니고요, 시절인연이 무르익었으니 그에 따를 수밖에요.
책상 세 개와 서랍 세 개, 파티션 세 세트와 의자 두 개, 책 몇 상자와 컴퓨터 세 대를 이전 사무실에서 400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일이었는데도 꽤 힘들었습니다. 불광출판사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훨씬 더 고되어서, 다음 날 앓아누웠을지도. 이 자리를 빌려 불광출판사 식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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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짐을 옮기는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도 새로 설치하고, 전화도 이전하고, 책상을 비롯한 집기들 자리를 잡고, 파티션만 조립했는데도 어느새 저녁. 일단 업무를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뒤, 사무실 지하 식당에 가서 들풀 차장님과 저녁으로 만둣국 한 그릇씩 먹고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사무실에 필요한 것들을 쇼핑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린터, 정수기, 청소기, 냉장고, 책장, 회의 탁자와 의자, 식기 건조대, 두루마리 휴지 등등 사무실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있어야 할 게 정말 많았습니다. 한정된 공간에 넘치지 않게 들여놓기 위해 자로 재고 또 재고, 어느 것이 적당한지 보고 또 보고… 역시 쇼핑은 어려웠어요. 곁님에게 “그거 하나 사는 데 뭘 그리 고민하시나?” 하고 별생각 없이 말했던 기억이 떠올라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주문으로 끝이 아니더라고요. 물건이 들어오면 제대로 샀는지, 저희 쓰는 데 적당한지 하나하나 맞춰 봐야 했죠. 자로 몇 번이나 길이를 쟀는데도 잘못 산 물건도 있었고(그래서 반품 예정), 새로 산 DIY 가구는 왜 그리 어긋나 있는지 조립하다가 멈췄습니다. 역시 이사는 보통 일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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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무실 정리가 대략 80퍼센트쯤 되었습니다. 사무실 정리에 신경을 쓸 일이 별로 남지 않았으니, 이제 본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닌가? 이제 고마운 분들 초대해서 냉수라도 대접해야 하는 타이밍인가? 그렇다면 음….
조만간 책장 두 개가 더 들어올 예정이에요. 그러면 구석에 보이는 상자를 모두 비워 책장을 채울 테고, 그것으로 사무실 정리도 일단락될 것입니다. 물론 지내면서 소소한 것들을 정비해야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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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무실 이사를 축하한다며 『공기를 느껴 봐, 태양을 느껴 봐』를 번역한 유민정 선생님이 사과 한 상자를 보내 주셨습니다. 공교로운 사정이 생겨서 한 번 뵙지도 못했는데 마음 써 주셔서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
평소에도 그랬지만, 이번엔 특히 더 TMI네요. 말이 많아지는 건 나이 탓일까요, 아니면 참새라서 계속 짹짹거리는 걸까요? 어수선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환절기 건강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 오늘이 수능시험 보는 날이네요. 수험생 여러분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편집자 참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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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상은 한국 친일 문제 연구에 이정표를 세운 임종국 선생을 기리며 만들어진 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진실 규명과 역사정의실현에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합니다.
심사위원회는 "특히 간토대학살 100년이었던 지난해에는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저서를 출간하여 진상규명과 사죄·배상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심사위원회는 민병래 선생의 일련의 작업들이 한국근현대사의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고 사각지대를 재조명함으로써 역사정의의 실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판단하고 그를 사회부문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원더박스의 책이 세상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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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그리고 다시 봉건주의로?
잠시 이런 상상으로 시작해 봅시다. 여러분은 무언가를 만드는 생산자입니다. 옷이든, 책이든, 곡괭이든 뭐든 좋아요. 여러분은 열심히 만든 물건을 시장에서 팔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는 주인이 있어서, 여러분은 물건이 팔릴 때마다 대금의 30%를 주인에게 주어야 해요. “너무나 폭리잖아! 난 이 시장에서 팔지 않겠어!”라고 울분을 토해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 시장 말고는 물건을 팔 장소가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매번 30%를 시장 주인에게 내면서 물건을 팔아야 합니다.
이상한 이야기죠?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건 공상이 아닌 현실이에요. 스마트폰 앱 시장이 바로 이렇습니다. 구글과 애플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한 개발사의 앱 내에서 발생한 결제 금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세상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나 iOS를 운영 체제로 택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사들로서는 이 두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시장’ 자체를 소유한 두 기업은 직접 물건을 만들고 파는 기업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거둬들입니다. 구글과 애플만이 아니에요. 페이스북, 네이버, 쿠팡, 배민…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은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득을 얻어냅니다.
이런 모습은 아무래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시장에서 만나 거래하는 자본주의의 이상적인 모델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오히려 모든 사람이 영주에게 소작료나 세금을 내야 하는 봉건주의가 연상되지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디지털 봉건주의’ 혹은 ‘테크노 봉건주의’를 문제 삼는 담론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운 경쟁이 이상인 자본주의가 플랫폼이라는 영지(領地)를 장악한 기술(techno) 봉건 영주들로 인해 질식되고 있다는 것이 이 담론의 요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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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바루파키스의 『테크노퓨달리즘』은 이 새로운 봉건주의를 전면으로 다루는 첫 번째(제가 알기로 한국에 출간된 중에는) 책입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그리스의 경제학자로 2015년 파산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재무장관을 맡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여러 권의 경제 관련 책을 냈고, 국내에는 『딸에게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라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2년 전에 도서전 자료에서 봤습니다. 그때 제목은 Technofeudalism: Talking to my father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테크노퓨덜리즘(봉건주의)을 설명하는 책이라고 소개돼 있었죠. 관심 있는 주제고 풀어가는 방식도 재밌어 보여서 관심을 가지고 봤었습니다. 다만 이런 주제의 책이 국내에서 얼마나 팔릴지 가늠이 안 가서 그냥 두다가, 여러 달 뒤에 다시 생각 나서 에이전시를 통해 문의를 넣어 봤는데, 그때는 이미 저작권 계약이 돼 있더군요. 일찍 물어볼 걸 그랬나, 약간 아쉬웠었습니다.
아무튼 그런 인연(?)이 있는 책이어서 나온 게 반가워 사 보았습니다. 책은 자본주의의 진화 끝에 테크노퓨달리즘이 탄생했으며, 그것이 자본주의를 죽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날의 빅테크 기업들은 특별히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그 기업들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이용자’죠. 우리가 네이버에서 검색을 많이 하는 이유는 블로그나 지도에 정보가 많기 때문인데, 그 정보는 이용자들이 올린 것입니다. 즉 네이버를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이용자들이지만, 그로 인한 이익은 네이버가 거두죠. 페이스북도,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들도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가지고 이득을 거두죠. 저자는 이것이 중세 시대 농노가 영주를 위해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테크노 영주들은 테크노 농노들을 자신들의 울타리(클라우드) 안에 계속 붙잡아 두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경쟁 상대가 나타나면 이미 쌓아놓은 자본력을 이용해 눌러버리거나 인수해버리죠.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자본주의가 자랑하는 경쟁과 혁신의 소멸입니다. “자본주의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최고의 산물에 의해, 스스로의 손에 의해 간접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다만 그 산물은 프롤레타리아가 아니었죠. 클라우드 영주들이었습니다. 조금씩 자본주의의 두 기둥인 이윤과 시장이 대체되어 갔죠. 그리하여 자본주의 이후의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자본주의 이후의 체제가 등장했다’는 저자의 진단은 조금 섣부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오늘날은 이제 테크노 봉건제다’라는 규정과 선언으로 지금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올바른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했던 일이나,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가 오랜 관례를 깨고 대통령 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빅테크 수장들이 정치 권력에 영합하려는 모습에서 봉건제의 그림자가 조금 더 어른거립니다. 우리가 정말 ‘농노’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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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이 뭐 하고 있는 겨?
세상의 모든 언어 통역기, 바벨 피쉬 작동!
"귀여운 척 그만하라고 했지?"
"흠칫뿡!"
원래 귀여운 걸 어쩌라구~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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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잘 읽었습니다. 5.18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의아해했습니다. 아마 중학생 때 였던거 같네요. "아니, 국가가 국민을 곤봉으로 패다니...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조사를 하다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고 했습니다. 충격적이였죠. 5.18을 접했던 계기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했을 때, 어머님이 저를 데리고 같이 보러 갔습니다. 당시 어머님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긴 해요. 집이 시골이라 영화관은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했거든요. 영화를 보면서도 단순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었죠. 저녁에 가족끼리 밥을 먹으면서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영화를 봤다고. 아버지는 어머님에게 화를 내셨죠. 아직 중학생 밖에 안됐는데, 왜 그런 영화를 보러갔냐고. 개인적으로 아버지 말씀이 지금에서는 이해가 갑니다. 어린 혈기에 못 이겨서 이상한 짓을 할까봐 걱정이 됐나 봅니다, 하하. 그 이후로 저는 생각합니다. 거대한 폭력 앞에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저는 겁쟁이라 당당하게 외치지는 못하지만, 역사는 왜곡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관련 역사서적을 읽고 잊지 않는 일이겠죠. 원더박스 파이팅
🌱 저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5.18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때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거든요. 그러고 나서야 전라도 지역에서는 왜 한나라당 계열(지금의 국민의힘)을 뽑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그저 지역주의로만 이해했지요. 국가 권력이 국민을 학살하는 일이 고작 40여 년 전에 일어났다는 게 끔찍하고, 아직도 폭도 운운하며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슬픕니다. 역사를 바로 전하는 책들이 계속 나와야겠습니다.
💌 앗. 매번 답장하면 너무 집착하는것 같아서 (무서우실까봐) 저는 답장 쉬었는데요 ㅎㅎㅎ 들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소개~ 어디가서 쪼~~금 아는척? 해보아야겠습니다. 참새님의 그림책 설명은... 우와.... 저는 휘릭휘릭 1분컷 하는 그림책을 역시 저렇게 이야기를 담아 풀어내시니... 본받고 저만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 펼쳐보아야겠습니다. (아이가 커도 그림책을 노출해 주는 이유가 참새님처럼 본인만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 생각 했으면 해서 노출하는데 저는 그렇게 못하고 있었네요. ^^:;;;) 저 사실 비밀요원 외계인님의 그림도 맨날 째려봐요. '흠. 이번 산 그림 쫌 멋지다' (취미로 어반스캐치, 보태니컬 배우는 중이라 아무도 모르게 혼자 경쟁 ㅋㅋㅋㅋ)
🌱 답장은 매번 해주셔도 좋습니다~! 집착 환영합니다 ㅎㅎ 외계인님 그림 솜씨가 날로 느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그리신 새들도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저는 그림을 정말정말 못 그려서 잘 그리시는 분들 보면 그저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독자님 그림은 어떨지도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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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능날이네요. 구독자 분들 중 수험생은 없겠지만, 모든 수험생에게 고생했다고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수능날은 자주 한파가 찾아왔던 기억인데 오늘은 전혀 춥지가 않네요. 11월 중순인데도 낮에는 제법 덥기까지 하고 이상한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주 주말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을 다녀왔는데 그제서야 단풍이 물들고 있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절정을 지날 시점인데... 지구 온난화가 정말 실감되었습니다.
수치로도 분명한데, 올해 9월은 월간 평균기온이 역대 1위로 높았고, 10월은 역대 2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과 4월 평균기온도 1위였으며, 6~8월의 평균기온도 1위였습니다. 올해는 그냥 내내 기온이 높았네요.
이쯤 되니 올해 본 단풍이 가장 예쁜 단풍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듭니다. 이제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가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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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내장산의 대표적인 포토 스팟인 우화정이랍니다. 이 연못에는 수달이 살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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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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