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세상은 어떻게 해야 변하는 걸까?
🙋잠깐 우리 책 홍보
📖 [심심한 독후감] 재밌는 그림책의 정석
🖌️[못 그려도 괜찮아] 칡꽃-갈등-살살 얽히는 게 어떠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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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by 들풀🌱
오늘은 편집실통신답게 편집실에서 요즘 뭔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볼게요. 이번주에 따끈따끈한 새 원고가 들어왔습니다. 프리데만 카릭이 쓴 Was Ihr Wollt(직역하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정도 뜻) 이라는 독일어 책의 번역 원고이지요. 원더박스 책에 관심이 많은 독자분이라면 저자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바로 원더박스의 베스트셀러인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의 저자 중 한 명입니다. 지난 봄에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를 계약할 때 중계한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어요. 프리데만 카릭의 신간 도서가 나오는데 관심이 있느냐며.
보통 이렇게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저자의 책을 내면, 다음번 책이 나왔을 때 그 출판사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계약 우선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옵션’을 준다고 표현하죠. 프리데만 카릭이라는 저자는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가 국내 소개된 첫 책이었고, 또 좋은 판매를 보였기에 에이전시가 저희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죠. 물론 저희도 관심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시위, 저항, 항의 등의 변혁 운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저항 운동(protest)이 효과를 발휘할까?’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보여 줍니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와는 분야와 결이 다른 책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야 같이 묶어서 알리기 수월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이고, 또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기에 책을 계약해서 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이 갈수록 엉망이고,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라는 무기력함과 답답함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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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도 일정 부분은 이 책을 준비하는 연장선상에서 읽은 것이기도 해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변화를 두려워하고 반대하는지 알 필요도 있으니까요. 그전에는 사울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을 읽기도 했습니다. 변화를 위한 운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쓴 고전적인 책이죠. 저자인 사울 알린스키는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한 운동가였는데, 그가 이끈 조직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죠.
세상은 분명 바뀝니다. 우리 역사를 봐도 그렇죠. 1987년의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과 군부독재의 종식을 가져왔습니다. 간디의 독립운동은 영국으로터의 독립이라는 성과를 얻어 냈죠. 마틴 루서 킹 주니어와 그가 이끈 민권운동은 미국에서 흑인 차별을 막는 민권법을 통과시키는 데 영향을 줬죠.
하지만 세상은 또 바뀌지 않기도 합니다. 1989년 중국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크게 벌어졌지만, 천안문 사태로 짓밟히고 수그러들고 말았죠. 한국인의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란에서는 히잡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여성 인권이 탄압받는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모든 시위, 저항, 항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아무리 옳고 정당하며 간절하다고 해도 그것이 꼭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은 어떤 때 바뀌고 어떤 때 바뀌지 않는 걸까요? 한국의 경우만 해도, 1987년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독재정권 반대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그들의 운동은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정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1987년은 뭐가 달랐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6월 항쟁을 다룬 최규석의 만화 『100℃』에서는 물은 99℃까지는 변화가 없지만, 거기서 1℃만 올라 100℃가 되면 끓기 시작한다며, 온도를 100℃까지 올리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때’가 되면 분명히 변화가 온다는 것이죠. 그 말이 분명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 어떻게 올까요? 또 시대의 흐름이라고도 할 그런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요? 시위든 투표든 개인 혹은 단체의 실천은 그런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해지기만 할 뿐 답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을 때 바뀔 수 있고, 바뀔 수 없다고 믿으면 바뀔 수 없습니다.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에서는 “체제가 필연적이고 바뀔 수 없다고 지각할 때” 사람들은 체제를 정당화하고 거기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에서도 “사람들은 만일 자신이 열악한 상황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슷하게 이야기하죠. 같은 맥락에서 변혁을 가로막는 수사법을 분석한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는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무용 명제가 변혁을 막는 주된 논리 중 하나였다고 지적합니다.
세상이 바뀌어야 하고 바뀔 수 있다는 믿음, 결국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이 확산될 때 사람들은 시위와 기타 저항 운동에 참여하고, 그런 참여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더 키우는 순환이 일어나겠죠. 중국 작가 루쉰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희망이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모쪼록 이제 작업을 시작한 이 책(아마 10월 출간 예정)이 그런 믿음과 희망의 길을 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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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우리 책 홍보~🙋
나도 간호사가 되어 보면 어떨까? 직업으로 간호사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원더박스 스테디셀러 『간호사를 부탁해』 저자 정인희 선생님의 십 대 진로 안내서
『나도 간호사가 되어 볼까?』가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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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17화 재미있는 그림책의 정석
도서관의 장점 중 하나는 ‘있는 줄 몰랐던 책’을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도 모르던 책을 만나죠. 그런데 저는 왠지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마음 편하게 책을 보기 힘들어요. 내용이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얼른 책을 내려놔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쫓기죠.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아주 일부만 볼 수 있어서 아쉽기만 하고요. 이런 이유로 도서관만큼 새로운 책을 만나기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이지은 작가의 『빨간 열매』예요. 이지은 작가는 그림책 세계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니 아는 분이 많이 계실 거예요. 저는 『팥빙수의 전설』을 통해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는데... 아유, 귀여워라! 찡긋 미소 짓고 말았답니다. 이후 작가의 신간은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고, 볼 때마다 역시 미소 찡긋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작주의자는 아니어서 작가의 다른 책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서점에서 눈에 띄게 진열(노출)하지 않는 한 제가 작가의 이전 책들을 만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어느 주말, 할 일이 별로 없던 저는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고, 책장 사이에서 졸린 눈으로 어슬렁거리다가 『빨간 열매』를 만나고 말았답니다.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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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열매』는 빨간 열매를 찾아 모험을 하는 아기 곰 이야기에요.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던 배고픈 아기 곰의 머리에 빨간 열매가 톡 떨어집니다. 열매를 입에 쏙 넣었더니 맛있었어요. 열매를 더 먹고 싶어진 아기 곰은 나무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빨간 열매가 위에서 떨어졌으니까요. 아기 곰은 나무를 오르면서 빨간 것들을 만났어요. 하지만 애벌레와 다람쥐 같은 것들뿐, 꼭대기에 오르도록 열매 그림자도 볼 수 없었죠. 그렇게 나무 꼭대기에서 잠시 허탈해하던 아기 곰은 동쪽에서 떠오르는(아기 곰은 일찍 일어났거든요) 커다랗고 빨간 것을 보았어요. “엄청 큰 빨간 열매!” 아기 곰은 군침을 흘리며 새빨간 해를 향해 점프합니다. 아이쿠! 아기 곰은 과연 무사할까요?
글로 이야기 줄거리를 썼더니 재미가 하나도 없네요. 그렇지만 『빨간 열매』는 정말정말 재밌는 책이에요. 이지은 작가의 책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죠.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재밌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작가의 깔끔하기 그지없는 솜씨에 반해 버렸기 때문이죠. 검은색과 빨간색(그리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노란색)만 이용해 집중도를 높인 그림과, 군더더기 설명을 모두 덜어내고 그림과 힘을 합쳐 이야기를 끌어가는 몇 줄 안 되는 글의 조화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거든요! 하품 한 번 하지 않고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서 “와~”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얇은 그림책이 아니었어요. 이번에 글을 쓰려고 쪽수를 세어 봤더니 자그마치 64쪽! 32쪽짜리 그림책 중에서도 이 책처럼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책이 드문데... 그만큼 『빨간 열매』는 독자의 주의를 단숨에 확 끌어 쥐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달립니다. 그렇다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건 아니에요. 아기 곰의 귀여운 엉덩이와 얼굴과 몸짓과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마음을 비롯해 온갖 매력적인 것들을 독자의 눈과 마음속에 쏙쏙 집어넣어 주죠. 끝까지 본 뒤 아기 곰이 생각나 또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책을 만들 때 참고하고, 또 참고하고, 또 참고하고 싶은 그런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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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무에서 점프해 공중을 이동하고 있는 아기 곰은 무사할까요? 설마 이 책에서 작가가 전하려던 것이 ‘먹는 것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면 아기 곰처럼 되는 거야!’는 아니겠지요? ^^;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랑 함께 사는 열세 살 아이는 비염이 시작했는지 어제부터 코를 훌쩍이네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길. 다음에 다른 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기 곰처럼 배가 고파진
편집자 참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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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가는 길 꽃향기에 놀라 살펴보니 칡꽃이 한창이다.
칡뿌리만 생각했지 꽃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다.
"갈등: 갈(葛: 칡 갈) 등(藤:등나무 등)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가 만나면 얽혀서 풀기 어렵다."
흠, 그대와 내가 칡과 등나무의 관계?
어차피 만났으니, 우리 그냥 살살 얽히는 것이 어떻겠소?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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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들풀님... 저는 아주 크게 마음먹고 산 누진다초점렌즈 4개월만에 분실했어요. 그래서 페인트가 벗겨진... 6년쯤 된 안경테를 다시 꺼냈답니다. 훗.... 매월 고정비용을 모든 출판사들이 흥하기를 응원하며 새 책 구매에 지출하는데 (가급적이면 서평단에 당첨된 출판사 책도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구매하려고 애쓰는 중) 왠지 출판사 관계자님들에게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들풀님이 어느 도서관에서 빌렸을듯한 책 소개를 보니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ㅎㅎ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읽지 않은 책이 서가에 꽂혀만 있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 그래서 꼭 읽을 책만 사는 편이에요. 그리고 빌려서 읽고 나서, 참 좋은 책이다 싶으면 간직하고 싶어서 사기도 하지요. 독자가 사기 아깝지 않은 책을 만드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답니다.
💌 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새님과 들풀님이 때로는 짹짹짹 경쾌하게, 때로는 싱그럽게 전해주시는 따뜻한 책 이야기로 무더위 이겨내 봅니다. 갈수록 힘든 출판시장에서도 양질의 도서로 훈훈한 정서 가꾸려는 노력 멈추지 말아주세요.
🌱 독자가 읽고 나서 시간과 돈이 안 아까운 책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이렇게 근본없이 불쑥 답장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요즘 원더박스가 보내주시는 뉴스레터가 기다려 집니다. 편집실 마감 썰은 제 심장을 뛰게 했고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도 읽고 싶은데... 현실은 도서관 연체자 (무더위 탓) 안경분실현장사진으로 (타인의 고통에 슬퍼하기 보다는) 시원해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피식 웃었거든요^^ 사진 제목으로.. 요즘...날 밝을 때는 항상 놓치고,간과하고,눈감고 살다가 어두워 졌을 때 괴로워하고 합리화하는 ..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여름 나세요~
🌱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웃음(+)이 되었다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세상의 균형이 지켜지지 않았을까요? 😁 뉴스레터를 기다려 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힘이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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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한낮은 따가운 햇볕이 내리 쬐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하늘도 쨍한 색을 드러내서 출근길이 상쾌한 이번 주입니다. 오늘 낮에는 잠시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갔어요. 옥상 뷰가 제법 좋거든요. 오늘은 멀리 북한산이 선명하게 보이는 게 눈이 시원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어딘가로 휙 가봐야겠습니다. 독자님들도 맑은 날을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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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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