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왜 사람들은 노예로 살아도 만족할까
🖌️[못 그려도 괜찮아] 도라지꽃-오각형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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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마감 썰
by 참새🐦
불볕더위로 고생 많으시죠? 지난밤에는 정말 더위가 대단했어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다 깨다 자다 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정신이 말짱한 편이네요. 왜 이럴까, 평소에도 오후만 되면 벼 이삭처럼 고개를 숙였는데... 가만 돌이켜 봤더니 마감 때문이었습니다. 마감이 제 멱살을 붙잡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흔들어 댔거든요.
8월의 책은 『나도 간호사가 되어 볼까?』입니다. 간호사를 꿈꾸는 십 대를 위한 안내서예요. 이 책을 이번 주 금요일쯤 마감하겠다 싶었는데, 몇몇 사정 때문에 오늘 마감하거나 마감 코앞까지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전에 벌어졌습니다. 덕분에 물류에 주문 넣으랴, 디자이너와 소통하랴, 수정한 부분 확인하랴 오전부터 정신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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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간호사가 되어 볼까?』 표지)
점심 먹고 들어왔을 때는 희망이 보였어요. 별 어려움 없이 한두 시간 내에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오후 3시쯤 디자이너에게 받은 최종 데이터를 인쇄소에 넘겼고, 인쇄소에서 인쇄용으로 변환해 준 데이터를 4시 전에 모두 확인했습니다. 한두 가지만 고쳐서 넘기면 고대하던 마감이었지만, 4시에 협력업체 미팅이 잡혀 있었어요. 업체 관계자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요. 저는 서둘러서 디자이너에게 수정 부탁을 한 뒤 회의실로 들어갔죠.
30분 뒤, 미팅을 끝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사이 디자이너가 올려 둔 수정 파일인 ‘나도간호사가되어볼까_표지(최종)_re.pdf’를 클라우드에서 내려받아 확인했죠. 이상 없었습니다. 표지 파일을 인쇄소에 넘기기 전에 이메일을 잠시 확인했어요. 그림 작가분이 보낸 메일이 보였습니다. 얼른 클릭하여 열어 보니, 표지 디자인 작업 중에 디자이너가 그림을 임의로 수정한 듯한데 잘못 고쳐진 부분이 있으니 수정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디자이너에게 연락하여 문제가 된 부분을 바로잡은 뒤 ‘나도간호사가되어볼까_표지(최종)_F.pdf’ 파일을 인쇄소에 넘겼습니다.
인쇄소에서 다시 인쇄용 pdf로 변환해 주었고, 저는 마지막이겠지 싶은 심정으로 파일을 확인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문득 ‘참, 아까 서두르다가 확인하지 않은 게 있었네!’ 하고 깨달았어요. 인쇄용 pdf를 확인할 때는 ‘인쇄 미리 보기’ 기능을 활성화해 둬야 하는데 깜박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 기능을 켜 두고 파일을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컬러 인쇄와 관련한 부분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표지뿐 아니라 본문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견되었고요. 즉시 디자이너에게 전화를 걸었죠. 디자이너는 그 부분에 이상이 있을 리 없다며 포토샵으로 그림 파일들을 열어 확인했습니다. “역시 파일은 정상이에요. 작업 과정에서도 이상은 없었습니다.” 디자이너의 설명을 듣고서 인쇄소에 연락했어요. 제 설명을 듣던 인쇄소 담당자는 잠시 파일을 살펴보더니 “아, 저희가 잘못 변환했네요. 다시 변환해서 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 분 뒤, 인쇄소 웹하드에는 새로 변환한 파일이 올라왔고, 저는 파일을 다시 내려받아 확인을 시작했어요.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더니 “그렇다면 디자인 작업이 잘못되어서 그런 거예요. 디자이너에게 작업 과정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시라고 전해 주세요.” 하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때가 5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어요. 저는 다시 디자이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상의를 했어요. 디자이너는 그사이에 그림 파일들과 작업 과정을 체크했는데 이상한 부분을 찾지 못하겠더라고 말했어요. 통화를 마친 뒤 다시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인쇄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인쇄소 담당자는 인쇄는 가능하나 문제가 생기면 본인들 책임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6시에 또 다른 약속을 앞두고 있던 저는 흔들리려는 마음을 붙들고서 다시 디자이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인쇄소에서 제기한 부분에 대해 상의했고, 문제가 생겨도 별문제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른 뒤 기나긴 마감 일정을 마감했죠. 그런데 정말로 마감한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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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삶(경기, 일 등등)이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생각이나 두려움이 앞선 나머지 서둘러 포기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과제나 예상치 못한 힘든 일들이 끝없이 밀려들 때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농담 삼아 이 말을 쓰기도 하죠.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만두면 안 될까요? 어쩌면, 어느 선생님 말씀처럼, 사실 우리는 이미 모든 걸 중간에 그만두며 사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앗! 또 말이 길어지려고 하네요. 이미 충분히 긴 글이니 이쯤에서 그만 멈추겠습니다. 더운 계절에 긴 글 읽느라 애 많이 쓰셨어요. 고맙습니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며,
편집자 참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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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노예로 살아도 만족할까
청소년 때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한 부분은, 해방을 반기지 않은 흑인 노예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흑인 노예들 중에는 해방을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평생 ‘친절한 주인님’ 밑에서 살 곳과 먹을 것, 적당한 휴식과 오락이 보장된 삶을 살아온 노예들은 해방이 되자 정작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어지죠.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안 된 그들에게는 해방이 오히려 고난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소설이 남부 출신 백인 여성이 쓴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남부에 편향된 서술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차별하고 심지어 노예로 만드는 체제에 우호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그전까지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처럼 모든 노예가 당연히 자유를 갈망하고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을 읽고서는, 해방을 반기지 않은 흑인 노예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더 많은 사회 현실과 역사를 접하고 나서 노예제를 옹호하는 노예의 사례는 허구가 아니라 실재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차별과 불평등과 같은 사회 부정의를 쉽게 수용하며, 적극적으로 변호하기도 합니다. 놀라운 건 그런 부정의로부터 이득을 보는 기득권층뿐만 아니라, 부정의의 희생자들조차 그런다는 거지요. 예를 들면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정에서 집안일을 하는 노동자와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흑인이던 여성들은 임금이 너무 적다든지 착취당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으며, 부유한 백인 고용주와 상생 관계를 이룰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소득이 적은 미국의 라틴계와 아프리카계 어머니들은 가난이 사회 체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약물 및 알코올 남용 등 가난한 사람들의 개인적 단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지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사회 체제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이 오늘 소개하는 책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이 던지는 의문입니다.
"왜 어떤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느낄까? 왜 사람들은 해로운 관계를 지속할까? 왜 어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이들은 백인 인형이 흑인 인형보다 더 매력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믿게 될까? 왜 사람들은 부정의(injustice)로 인한 희생자를 비난하고, 부정의로 인한 희생자는 때로 자신을 비난하는 걸까? 왜 사람들이 자신과 서로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게 그토록 어려운 걸까? 왜 개인과 사회의 변화는 우리에게 그토록 도전적이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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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왜 사람들이 체제 정당화에 나서는지,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그렇게 하는지 지난 25년간 이루어진 여러 연구를 요약해 소개합니다. 내용이 많고 상세하며 학술적이라서 다 소개하긴 힘들 거 같고, 여기선 몇 가지만 언급하려고 합니다.
먼저 사람들은 어느 때 체제 정당화에 나설까요? 이 책에 따르면 1. 체제가 비판이나 위협을 당할 때, 2. 체제가 필연적이고 바뀔 수 없다고 지각할 때, 3. 사람들이 체제에 의존한다고 느낄 때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첫째로 우리는 전쟁이나 기타 여러 재난으로 체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도 각국에서 정권 지지율이 올라갔죠. 불만이 있어도 일단 체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둘째 사항도 분명합니다. 일제 시기에 지배가 길어지고 독립의 가망성이 희미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옹호했죠. 체제를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선택을 합리화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셋째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체제에 의존한다고 느끼는 사람들, 즉 취약 계층이 부정의한 체제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셋째 조건을 좀 더 생각해보지요. 이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나는 잘났고 능력이 뛰어나서 국가나 사회의 도움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한 사람은 “나는 무력하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혼자 힘으론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둘 중에 체제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는 사람은 전자일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둘 중에 체제를 정당화하는 건 후자일 겁니다. 이는 실험으로도 증명되는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무력감을 연상시키고 나서 조사를 했을 때 체제 정당화 성향이 더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사회 변혁 운동은 사회의 최하층이 아니라 비주류 엘리트 혹은 중산층이 주도했는데,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가진 것이 너무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변화에 나설 용기나 의지를 가지기도 쉽지 않지요.(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가정폭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심리가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존적인 사람일수록 폭력 가해자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억압받는 사람들은 왜 체제 정당화를 하는 걸까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이 부정의 혹은 착취 속에 살고 있다고 자각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은 현실을 왜곡하고 방어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즉, 상황이 사실상 보기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합리화 과정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정서적 위안을 준다. 부정 정서는 누그러지고 긍정 정서가 더해지며, 현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이 세상에 일종의 섭리가 존재하며, 정의의 조화가 이뤄진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현재 겪는 고난에도 의미가 있다고 여기죠. 반대로 자신이 아무 의미 없는 고난을 아무 이유 없이 겪고 있다면, 그것만큼 사람을 괴롭게 하는 건 없겠죠. 그럴 바엔 차라리 현 상태를 긍정하고 ‘그래도 괜찮은 세상’이라고 믿는 게 개인의 정신 건강에 나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아우슈비츠처럼 어떤 저항도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신이 준 시련이라고 감내하고 받아들였던 이들이 더 많이 생존했다고 하지요.
이런 차원에서 체제 정당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마르크스의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한 말도 떠오르는데, 사실 아편(즉 모르핀)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경감시켜 주는 진통제로 쓰이죠. 세상의 모든 영역과 부분에서 세상의 부정의를 인식하는 건 삶을 사는 걸 불가능하게 합니다. 지금처럼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글을 쓰는 것도 심각하게 부정의하게 느껴지죠. 사실 저는 어느 정도는 그런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냐’일 겁니다. 아편이 고통을 경감시키는 게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잊게 할 정도가 되면 그때는 진통제가 아니라 마약이 되는 거겠지요.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이 필요한 건 “우리가 지금 놓치고, 간과하고, 눈감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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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한 무더기 핀 곳에 가보니 앗, 활짝 핀 도라지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두색, 보라색 오각형 풍선이 가득했다. 흠, 요런 귀여운 풍선을 달고 있다니.
오각형 꽃에 오각형 풍선의 의미는 무얼까?
피타고라스가 학생들에게 오각형 별 배지를 달게 했다는데 혹시, 우주에 보내는 수학적 암호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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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지금 아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전체가 공유하는 기억이 점점 흐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저는 90년대 생인데, 컴퓨터가 있긴했지만 그래도 제 나이 또래가 공유하는 추억들이 선명하거든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이런 즐거움이 점점 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속상하기도, 더불어 전체가 공유하는 기억들이 부정적인 것들은 아니길 바라게 되네요.
🌱 지금의 아이들도 자신들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겠죠? ㅎㅎ 제 걱정도 그저 '라떼는 그랬지~' 하는 투정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사람들은 또 새롭게 나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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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편집자는 8월에 액땜을 몇 개 했습니다. 먼저 계곡물에 핸드폰을 빠뜨려서 핸드폰이 사망했어요. 중고폰을 새로 샀답니다 😂😂 그리고 안경도 계곡 급류에 휩쓸려갔지요. 안경도 새로 했지요. 어차피 둘 다 바꿀 때 돼서 괜찮아...라고 위안해 봅니다. 어째든 물건은 잃어버리고 망가져도 몸 안 다치고 안 아프면 되는 거겠죠!
독자님들도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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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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