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잘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다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취향이 묻어나는 가게에 가는 즐거움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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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잘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다
by 들풀🌿
이 사람은 이국 땅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였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 한국에서 감히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는데, 그 때문에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내세우지 못했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도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울대학교를 나왔지만, 외국의 망명자로서 택할 수 있던 직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택시운전과 관광 가이드 등의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야 한국에서 조금씩 활동할 수 있었고, 귀국해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여러 권 내고, 많은 곳에서 찾고 누구나 선망하는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스타’나 ‘인플루언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진보정당에 들어가 평당원으로 지내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는 자신은 ‘장교’로 진급하지 않고 끝까지 ‘사병’으로 남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죠.
수줍음이 많았던 그는 방송에 나가거나 크고 웅장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 앞에 나가 이야기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평범한 노동자들이나 마을 공동체의 작은 모임에서 강연하는 걸 좋아했죠. 모르는 누가 찾아와도 불쾌해하지 않았고, 자리를 따지지 않고 초청에 응했습니다. 저는 고작 마을 주민 열댓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의 강연을 듣고, 뒤풀이도 함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선 항상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사람들을 만날 때면 언제나 주섬주섬 『한겨레』 구독 신청서나 당원 가입서를 꺼내 권유하길 꺼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직책은 은행장이었습니다. 이 은행은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한 은행이었습니다.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감옥에 갈 처지에 있는 범법자들에게 담보도 이자도 없이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빵을 훔치다 긴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같은 이들을 돕는 것이 목적인 ‘장발장은행’이었죠. 이렇게 그는 항상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편에 서고자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홍세화입니다. 저는 지난주 홍세화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지인들과 함께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강연이나 행사에서 봤을 뿐 개인적으로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의 동료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후배 내지 후학으로서 말이죠.
요즘의 독자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홍세화라는 이름은 대단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흔해진 ‘똘레랑스’라는 용어를 한국에 처음 들여오고, 당시로선 대단한 인권 선진국이었던 프랑스 사회에 망명자로 살았던 이로서 진보의 선구자 같은 어떤 아우라가 있었죠. 그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아마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제목은 다 들어봤던 대단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그 다음에 나온 『쎄느 강은 좌우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저도 알고 있었을 정도니까요.(그때는 인터넷도 뭣도 없던 시기였습니다) 저 책은 분명 한국 사회의 관용 수준과 생각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성의 흐름이 분명히 저한테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그 당시 인기 있는 진보 지식인은 여럿 있었습니다. 강준만, 진중권, 유시민, 김규항, 박노자 등의 이름이 떠오르네요. 생각해보면 활동 무대도, 각자의 지향도 조금씩은 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홍세화 선생은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해왔습니다. 학습하고, 비판하며, 약자와 연대하는 삶. 정말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말이죠. 지식과 사유의 깊이로도, 인격과 행동으로도, 존경할 수 있는 드문 지식인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의 책을 읽은 사람이 수십만 명은 될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더군요. 다만 여야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정치인과 단체들의 근조기가 그가 끼친 영향력을 보여 주는 듯해 위로가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모든 게 가볍고, 가치도 신념도 지향도 쉽게 변하는 시대에 그가 보여 준 우직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그의 우직함은 변하지 않고 멈춰 있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근본적인 것을 추구한 데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다고 한탄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의 삶에서 배웁니다.
한 자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바위는 확실히 부서진다’는 확실성이 아니라 ‘바위도 부서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행동해야 한다. (…) 그것은 더 좋은 세상이 아닌, 덜 추악한 세상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인간이 아직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좌절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은 이나마 인간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것도 비록 소수이지만 덜 추악한 사회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유인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간다.’
-『결: 거칢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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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펼친 날: 2024.4.15.
덮은 날: 2024.4.24.
취향이 묻어나는 가게에 가는 즐거움
언젠가부터 마케팅과 브랜딩 담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취향’이라는 말이지요. 바야흐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고객의 취향을 저격해야 하는 시대! 그런데 또 언젠가부터는 ‘판매자의 취향‘ 역시 중요해진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그 가게만의 독특한 분위기, 가게 주인(서비스 제공자)에게서 풍겨오는 느낌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 데, 혹은 그곳을 방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이번에 읽은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에는 자신의 취향을 사업으로 발전시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도 ‘취향‘입니다. 저자는 “획일화된 소비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가꾸며, 저마다 빛나는 것을 건져 올리려 탐색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서울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서울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가꾸는’ 고객들은 어떤 가게에, 어떤 공간에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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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고객을 불러 모으는 판매자/서비스 제공자 역시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걸요. 멋진 공유주택을 만든다기에 관심 두고 팔로잉 중인 삼시옷, 빈티지 오디오를 들이겠다는 꿈을 품고 틈틈이 들여다보는 레몬서울 등 이전부터 알고 있던 브랜드도 있었는데요, 사업을 꾸려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살필 수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언젠가 성수동을 지나며 알파벳 ‘R’만 쓰인 간판이 신기해 들렀던 곳이 프로젝트 렌트의 팝업스토어를 위한 공간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마르쉐 농부시장에 방문했던 기억도 떠올랐지요.
읽다 보니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책에 소개된 곳도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와 맞닿은 공간을 찾고 싶었습니다. 마침 다음 날 애인과 자전거를 타기로 했는데, 딱 어울리는 곳이 생각났어요.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HBC coffee라는 카페였지요. HBC는 히치 바이시클 클럽(HITCH BICYCLE CLUB)의 약자로, 자전거 애호가인 사장님이 만든 카페입니다. 히치(HITCH)라는 이름의 브랜드로 자전거 관련 물품도 판매하지요. 라이딩을 취미로 하는 분들은 보통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로드 자전거를 타거나 험난한 지형에 알맞는 산악 자전거를 타는데요, 저는 짐을 잔뜩 싣고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히치를 꾸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자전거가 딱 그런 자전거더라고요!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접하며 방문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말 오후, 애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성수동 HBC coffee에 갔습니다. 위치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쉽게 한강 나들목에서 나가자마자 있답니다! 도착한 순간부터 실실 웃음이 나더라고요. 밖에 세워진 자전거가 딱 제가 좋아할 만한 것이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핸들 앞에 바구니를 달고 있는!! 로드 자전거를 타는 애인의 눈에는 저게 왜 예쁘지? 싶은!!! 그런 자전거가 있던 것이죠. 들어가려는 순간에도 웃음이 빵! 카페 문 손잡이를 자전거 핸들바로 만든 재치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카페 내부에도 멋진 자전거 한 대가 세로로 거치되어 있었고요, 한켠에는 자전거 용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가게 앞에서 애인이 찍어 준 사진을 뒤늦게 받아 보았는데, 어찌나 좋았는지 말 그대로 빵긋 웃고 있더군요.
사실 커피나 음료를 맛있게 하는 카페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방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 공간만의 매력을 가진 카페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요. 가는 동안의 설렘과 방문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책을 만드는 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요?’ 하고 제안하는 일이겠지요. 어떤 이야기를 어떤 독자들에게 전달할까, 출판사 사람들은 오늘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독자님들도 마음속으로 찜해 둔 공간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답장하기를 통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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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좋은 봄날입니다~~~! 텐트 싣고 캠핑 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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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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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시간 부족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란에 소개되었습니다. 한신대학교 황규성 교수님께서 「시간이 넘쳐나는 세상 그리기」라는 제목으로 서평을 써 주셨습니다.
“진짜 시간 빈곤인은 이 책을 접할 틈도 없을 것 같다. 먼저 읽어본 사람이 퍼트려주면 좋겠다.”라는 재치 넘치는 말로 끝맺어 주셨는데요, 서평 전문이 궁금하시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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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벌써..쉰 번째 레터가 와버렸군요... 세월이 빠릅니다. 세월 한탄은 차치하고, 쉰 번째 뉴스레터를 축하드립니다!!! 계속해서 아끼고 성원하고 격려하고 염려하고(?) 사랑해줄 수 있게 오만번째 레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 오만 번째 레터를 보내려면 아주아주 건강히 오래 살아야겠네요.ㅎㅎ 아끼고 성원하고 격려하고 염려해 주신 독자님 덕분에 이번 한 주도 즐거운 마음으로 레터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원더박스 레터 50호 축하합니다. 👏🏼👏🏼👏🏼 제가 구독하는 출판사 레터 중에서도 항상 챙겨보는데요. 세 분의 개성이 다르고 글도 재밌고 좋은 책들 소개해줘서 항상 기대하며 읽습니다. 앞으로도 100호 200호 쭉 해주세요!
🐶 밖에서 보는 저희 셋은 어떤가요? 서로 다른 면모가 글에도 드러나나 보네요. 챙겨 봐 주신다는 말씀만큼 기분 좋은 말이 또 있을까요?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챙겨들고(?) 메일함 문을 두드리겠습니다~!☺️
💌 와~ 벌써 50번째 뉴스레터라니 축하드려요!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열심히 챙겨보게 된 독자입니다 ㅎㅎ 그동안 뉴스레터에 답장을 보내기도 하면서 원더박스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원더박스는 제게 회사로써의 출판사 보다는 아는 사람같은 친근한 출판사가 되었어요! 편집자분들의 사는 얘기, 좋은 책 소개 등도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구독하고 답장 남기겠습니다!
🐶 도서전에서 인연을 맺은 독자님이시군요! 저희가 열심히 책 파는 모습도 보셨겠네요.(올해 도서전에서도 뵐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아는 사람 같은 친근한 출판사’, 이 말도 참 좋네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책 만들고 알리고 파는 이야기 잘 엮어서 보내드릴게요. 계속해서 잘 부탁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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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침에 확인한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는데 비가 올 것처럼 꾸물꾸물한 하늘을 보며, 쉰한 번째 원더박스 뉴스레터를 띄웁니다. 답장을 보내 주신 세 분의 독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약속드린 책을 보내드리기 위해 도서와 주소를 입력할 링크를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심심한 독후감에 자전거 탄 이야기를 쓰다 보니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이번주엔 월요일 빼놓고 모두 저녁 일정이 있어 출퇴근길에 못 타고 있는데요, 월요일에 타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마침 그날이 자전거의 날이었거든요!! 독자님들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취향에, 취미에, 오늘 이것저것 많이 여쭤보네요. 어떤 분들이 저희 레터를 즐겨 보시는지 궁금한가 봅니다. 아래 답장하기를 통해 취미에 관해, 자주 가는 ‘취향이 있는 공간’에 대해 들려주세요~!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싱그러운 봄날 마음껏 누리시길 바라며,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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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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