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독서율을 높이는 방법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잘생겨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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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독서율을 높이는 방법
by 곽편🏃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트위터를 둘러보던 중,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국민들의 독서 실태를 확인하고 독서 진흥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통계 조사지요. 오늘 막 발표한 따끈따끈한 보고서군요.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이야깃거리를 전해 주신 '책 먹는 편집자'님께 감사를!
보고서 내용은... 살짝 충격적이었습니다. 2년 전 40.7%였던 종이책 독서율이 32.3%로 더 떨어졌거든요. 독서율은 '최근 1년 내 1권 이상 독서한 비율'인데요, 그러니까 이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내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절반이 깨진 건 2년 전이었고요, 이제 2명 중 1명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서 '3명 중 1명만 책을 읽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지요.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보이는 분들은 다 뭐란 말인가... 싶지만, 지난 10년 간 꾸준히 하락세였으니 예견된 미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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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살피다 보니 재밌는 지점, 혹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지점이 보이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집단은!? 바로 초등학생들입니다. 99.8%에 달하네요. 학교급이 높아지면 여전히 90%가 넘긴 하지만, 수치가 낮아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성인들도 연령이 높을수록 독서율이 감소한다는 것! 40~50대가 출판 시장을 끌고 간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실제로는 20대가 제일 높은 게 의외였습니다. "요즘 애들은 책을 안 읽어!"라는 통념이 무색한 통계인지라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도 나왔고요.
또 하나 눈여겨본 부분은,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71.9%(성인)'였다는 점입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비독서자'의 경우 89.1%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다들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을까요? 보고서에 그에 대한 분석도 실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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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도 의외였습니다. 흔히들 '책 말고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고 생각하는데요, 비독서자가 '다른 여가/취미 활동을 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한 건 10%도 되지 않았어요. 제 눈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다는 결과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작년 말, 현대인의 시간 부족에 관한 책을 편집한 탓일까요?
독일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테레사 뷔커는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는 친구에게서 받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책 한 권 읽는 것도 힘들어. 꼬맹이가 잠들면 내가 16살에나 좋아했을 법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볼 거야. 36년이 된 내 뇌는 지금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어.” 실제로 우리는 8시간보다 길게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출퇴근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남은 시간마저도 집안일과 돌봄 노동, 타인과의 약속, 자기계발 활동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진득하니 책을 읽는 건, 어쩌면 환상과도 같은 일이지요. 손쉽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숏폼 영상이 대세가 된 것도 그 영향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제 흥미를 끈 부분은 보고서의 맨 끝 부분에 수록된 2장 5절 '학생 독서 진흥 방안' 아래 '학교와 가정에 바라는 점' 부분이었어요. 과연 학생들은 어떤 걸 바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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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학생들이 90% 넘게 책을 읽는 건 결국 강요에 의한 것이었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 잘 읽고 있는 학생들의 독서 진흥 방안을 고민할 게 아니라 성인들 책 읽게 만들 고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그 해답은!?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지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앞에서 소개한 테레사 뷔커의 책 속 구절로 편집실 통신을 마칩니다.
진정한 자유 시간이 많아지면 지금까지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알 수 없었던 나의 자아를 탐색하고, 온전한 나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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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12화
잘생겨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가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일 때가 있습니다. 대개는 몸이 피곤해서 그러는데, 어떤 날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심사가 꼬이거나 마음이 구석에 처박혀서 그러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그날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오후 반차를 내고 무작정 사무실을 나왔죠.
터벅터벅 걸으며 SNS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는 작가님이 멀지 않은 데서 전시회를 열었다는 게시물이 보였습니다. 그길로 전철을 타고 몇 정거장 지나 내려서 다시 터벅터벅.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자리한 전시장으로 들어가 액자에 담긴 그림책 원화들을 찬찬히 만났습니다. 그중 본 적 없는 작품이 몇 점 있었습니다. 노란 지팡이를 짚은, 염소인지 양인지 모를 어느 동물 그림이었습니다. 그 그림들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안내 데스크 쪽을 봤더니, 들어올 때는 안 계시던 작가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쳤죠. “어! 어인 일이에요?” “사무실에 있기 싫어서 나왔어요. 마침 전시회를 하신다길래…, 저기 저 그림 어느 그림책에 있어요?” 작가님은 새로 나온 그림책을 건넸고, 저는 신용카드를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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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그 그림책이 오늘 소개하는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이래요. 나이 들어 지팡이 없이 다니지 못하는 어느 늙은 산양이 어느 날부터 지팡이를 놓치기 시작합니다. 자꾸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죠. ‘혹시 죽을 날이 가까웠나?’ 깊이 고민하던 산양은 결심합니다. 죽이 딱 좋은 곳을 찾아가서 죽기로. 그렇게 길을 떠난 산양은 들판, 절벽, 강을 찾아가지만, 한 군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무에 기대앉아 아무리 고민해 봐도 죽기 딱 좋은 곳은 떠오르지 않았죠.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더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해. 그리고 그날,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에 듭니다. 아주 길고 긴.
책을 받아 든 저는 작가님 앞에 서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어색한 침묵이 안내 데스크를 구름처럼 덮었습니다. 한참 만에 책을 덮은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좋네요.”
정말 좋았습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는 이제까지 만난 고정순 작가의 모든 책 중에서 제게는 여전히 최고입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어 하나로 집약될 수 있어요. 담담함! 죽음을 앞둔 자의 고민과 선택, 이윽고 찾아온 죽음이라는 주제는 무겁고 강렬하잖아요. 그런 주제를, 글과 그림에 여백을 넉넉히 넣고, 검정과 노랑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하여, 우화 형식으로 담담하게 표현했습니다. 독자가(그리고 작가 자신이)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감지한 듯이, 작가는 시종일관 감정 표현을 절제합니다.
그 덕분일까요? 이 책을 보고 난 뒤 슬프거나 두려운 감정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용기와 비슷한 정서가 마음에 자리했어요. 죽음이 다가오더라도 차분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정서가요. 물론 한 백 리 바깥에 죽음 비슷한 게 보이기만 해도 겁쟁이인 저는 서둘러 등을 돌리고 냅다 줄행랑치겠지만 말이죠.
한 가지 이상한 건, 이 책의 주인공은 분명히 늙은 산양인데, 책을 덮고 나면 늙은 산양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딱 한 번 나오는 젊고 용맹한 산양이 저를 똑바로 바라본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는 ‘생명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정체 모를 어떤 에너지를 제게 전해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젊은 산양이 잘생겨서 그런 게 절대로 아니에요! 음… 바로 앞 문장에는 자신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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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작가는 평소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젊은 산양은 작가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그렇다면 작가의 잘생긴 얼굴을 책 속에서 좀 더 만나고 싶습니다. 왜 이런 바람이 드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러고 싶습니다.
봄입니다. 나뭇잎처럼 피어나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참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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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를 느껴 봐, 태양을 느껴 봐』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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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느껴 봐, 태양을 느껴 봐』가
<학교도서관저널> 4월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공기와 태양의 역할을 한 권에 조화로이 소개하는 책. 책의 한쪽에서는 공기의 파란색이, 그 반대편에서는 태양의 노란색이 책 속에서 서로 펼쳐지다 두 색깔이 책 한가운데서 소용돌이치며 만난다. 그렇게 바람과 태양이 오랜 시간을 두고 지구 온갖 것에 끼친 영향과 그 변화상을 전한다. 이 책은 느끼는 책이다. 바람과 태양을 부르는 여러 이름부터 바람과 태양이 눈과 손, 어깨에 닿는 감각까지. 활기찬 그림과 위트 넘치는 글로 책이 독자를 감싼다. 과학적 현상만 부리나케 다루지 않고 현상과 현상 사이를 기발한 상상력과 오랜 역사가 전한 이야기로 채운다. 틈틈이 관찰하고, 발견하고, 그리고, 쓰는 다양한 활동을 넣어 책을 그저 보게 하지 않는다. 만지고, 말 걸고, 쓰고, 그리며 촉각적으로 관계 맺게 한다. 책의 한가운데서 노랑과 파랑이 엇갈리는 순간 살갗을 파르르 일으키는 실바람 속 햇볕 느낌, 슬며시 전해진다.
_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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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답장을 받았지만, 공개되길 원치 않으셔서 짧은 코멘트만 더합니다. 저번 레터를 받아보시고 속이 후련하셨다는 독자님의 답장을 보고 저도 속이 후련했답니다. 서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나만 그렇게 답답한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죠. 답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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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쉰 번째 원더박스 뉴스레터를 띄웁니다!!!!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염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잊지 않고 살펴주신 독자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50호 발행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요, 여기 맨 아래까지 꼼꼼히 읽어 주신 찐찐찐 애독자님을 위한 특별 이벤트! 이번 레터에 답장을 보내 주신 독자님 중 다섯 분을 추첨해 원더박스 도서를 선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축하 인사도 좋고요, 평소 궁금했던 걸 물어보시면 원더박스 구성원들이 답변해 보겠습니다.🤗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릴게요. 따뜻한 봄날 즐거이 보내시길 바라며,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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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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