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편집자가 다 하지 못한 말들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저 사람은 다독가가 확실해!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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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편집자가 다 하지 못한 말들
by 편집자 들풀🌱
‘이 내용을 설명해주는 게 나을까? 이것까지 넣는 건 좀 오버 아니야? 이걸 빼는 건 좀 아깝긴 한데…’
편집 실무에서 편집자가 하는 고민들입니다. 편집자는 책에서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됩니다.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 지식, 내용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책에 넣을지 말지 판단하는 거죠. 설명이 부족하면 독자가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설명이 과하면 전체 흐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설명을 하려고 페이지를 낭비하는 꼴이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가 핵심이죠.
하지만 당연히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고가 완벽히 나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알면 좋긴 한데, 그렇다고 상세히 설명하기에는 오버 같아서 고민하는 부분들도 많지요. 오늘은 이제 막 나온 『만화 예술의 역사 4-바로크 예술』에서 설명을 넣을까 말까 했던 TMI들을 방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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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는 유명한 『돈키호테』의 저자죠. ‘라만차라는 곳에서는 시작되는 이야기’가 바로 『돈키호테』(원제는 ‘재치 있는 이달고 라만차의 돈키호테’) 입니다. 이건 독자들이 다 알 것이라 생각해서 설명을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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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들이 가장 고민됩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고라와 케베도를 모를 거예요.(저는 몰랐습니다) 이 둘은 바로크 시대 스페인의 유명한 시인으로, 사이가 나빠서 서로 디스를 했다고 합니다. 특히 케베도는 공고라의 큰 코를 놀리는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만화의 내용은 바로 그런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 스페인 독자라면 맥락을 알겠지만 한국 독자들은 대부분 모를 테죠. 하지만 이 둘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다는 건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듯해서 공고라와 케베도의 이름 앞에 ‘시인’이라는 단어만 추가해 주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둘은 시인이고 사이가 안 좋구나’ 정도로 넘어가도 된다고 판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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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수잔나와 장로들>이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배경이에요. 장로들이 목욕을 하고 있는 수잔나를 훔쳐 보다가 그녀에게 성관계를 하자고 강요합니다. 남편이 있는 수잔나는 거절하고 저항하죠. 그러자 장로들은 수잔나가 다른 남자와 간통을 했다고 거짓 고발합니다. 네, 오늘날에도 성폭력 사건에서 익숙하게 보는 장면이죠. 만화에서 젠틸레스키가 말하는 맥락이 그런 것이죠.
독자들에게 이런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하자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미술사의 맥락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여기서 설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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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학생이 어떤 그림을 보고 기겁하고 있죠? 이렇게 놀라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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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만하죠? 하지만 이런 건 글로는 설명이 안 되죠. 이해를 위해서는 따로 찾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웬만하면 안 만드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설명을 추가한 부분을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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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별표 부분은 제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루카 브라시는 물고기와 함께 잠들었지”는 영화 대부를 본 적이 있어서 뭔 말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루카 브라시라는 사람을 죽여서 물에다 수장시켰지요. 그런데 그 대사가 “나폴리에서는 리베라 님이 훨씬 더 복잡한 일을 하기도 했어”라는 설명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죠. 자료를 찾아보니 리베라가 나폴리에서 일종의 갱단을 조직해 그림 의뢰를 독점했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 내용은 만화의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고, 리베라에 대한 추가 정보도 될 수 있어서 넣기로 했습니다.
책을 편집할 때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판단을 하게 됩니다. 고민이 엄청 길어질 때도 있죠. 대상 독자의 지식 수준, 전체 내용의 흐름, 정보의 필요성과 유용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죠. 물론 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편집자에 따라서 판단은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완성된 책도 달라지지요. 하지만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모든 책에는 다 독자를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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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가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인 거 알고 계셨나요?
르네상스 시대 때와는 달리 신과 왕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이 대중에게까지 내려오고, 평범한 일상을 담아냈기에 이를 비하하는 의도를 담은 표현이었다고 하네요.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만이 아니라 더럽고 추한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가 바로크 예술의 특징이지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페르메이르, 화가들의 화가 벨라스케스가 모두 바로크 시대 예술가랍니다. 바흐와 비발디도요!
자, 그럼 바로크 예술의 매력을 느끼러 시간 여행을 떠나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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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기획자의 습관』
펼친 날: 2024.3.30.
덮은 날: 2024.4.3.
저 사람은 다독가가 확실해!
두근두근 독자 관찰기
지난 주말 집 근처 도서관에 갔습니다. 여느 때처럼 신간 코너를 먼저 들렀어요. 즐겨 읽는 사회과학 코너를 둘러보던 중 들풀 차장님과 참새 부장님이 모두 재밌게 읽었다는 책을 발견했지요.(어떤 책인지 궁금하다면 클릭!) 바로 뽑아 들었다가 ‘아 맞다, 심심한 독후감 책 빌리러 왔지?’ 하고 내려놓았습니다. 책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마케팅, 브랜딩 관련 도서를 찾기 시작했지요.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와 꺼내 들었습니다.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이라는 부제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좀 더 괜찮은 책이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꽂아 두고, 또 찬찬히.
마케팅 관련 책은 분류번호 320번대 경제학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지만, 디자이너의 생각을 담은 책은 600번대 예술 분야에 가 있기도 하고, 저자의 개인적 감상이 많이 들어간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어 800번대를 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른 칸도 꼼꼼히 살핍니다. 오, 이번에도 경제학이 아닌 분야에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찾았습니다. 『일상의 빈칸: 당신의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이라니, 제목도 부제도 끌리는군요. 독특하게도 이 친구는 심리학으로 분류되어 181번을 달고 있군요. 어? 그런데 방금 뽑아 든 책과 저자가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단 두 권 모두 빌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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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감기를 앓은 탓에 주말엔 서너 꼭지 정도 밖에 읽지 못했어요. 그래서 월요일 아침,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읽고 출근하려고요. PART 1 기획자의 생활습관에는 관찰의 힘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저자는 사람들의 대화나 거리의 소음에서도 기획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간판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패션을 관찰하기도 한다네요.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저도 무언가 관찰하고 싶어졌습니다. 2년 전 수강했던 자기만의 방 김보희 편집자(지금은 터틀넥프레스 대표)의 ‘고객 프로파일링’ 강의가 떠올랐습니다. 강의에서는 ‘독자로부터 출발하는 기획’을 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마주한 독자를 관찰하는 활동을 권했지만...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네요.
이 기회에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간단해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찾아 무얼 읽고 있는지를 간단한 인상착의와 함께 메모장에 기록하는 겁니다. 곧바로 책을 덮고 카페 안을 돌아보았어요. 시선을 돌려 보니 한 중년 여성이 필통을 옆에 두고 밑줄을 치며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300~400쪽 분량의 책으로 보이고요, 읽은 분량을 보니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같네요. 어떤 책인지 살피기 위해 조금 기다렸어요. 언뜻 보이는 표지를 캐치해 냅니다! 흐름출판에서 펴낸 『나라는 착각』이라는 책이군요. 3월에 출간한 따끈따끈한 신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읽는 멋진 분! 4월 1일이 마침 월요일이었는데요, 새로운 달을 맞이해 독서를 결심한 건 아닐까요?
바로 맞은편에 앉은 50대로 보이는 남성도 책을 읽고 있군요. 도서관 도장이 찍힌 빌린 책이고, 그리 두껍진 않은 책입니다. 말끔한 셔츠에 가벼운 점퍼 차림이고 커피는 스몰 사이즈를 주문했군요. 작은 사이즈의 커피로 보아 잠시 들러 책을 읽고 가려나 봅니다. 아쉽게도 어떤 책인지는 보지 못했어요. 해 보니 꽤나 재밌습니다. 그뒤로 출퇴근길에 책을 든 사람이 보이면 눈이 가더라고요. 책이 먼저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들고 누가 뛰어가네? ‘헤드폰을 쓰고 백팩을 매고 있음’ 하고 적는 거지요.
오늘 아침엔 세 명이나 마주했습니다. 성경을 읽고 있는 분도 있고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움직이는 지하철 안에서도 펜을 들고 메모를 해 가며 읽는 분도 있네요. 플래그가 붙어 있고 모서리가 접혀 있어 어떤 책인지 궁금해져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돈되는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책이군요! 바쁜 시간을 쪼개 졸음을 쫓아가며 경제 공부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3호선으로 환승한 뒤에는 다독가로 추정되는 분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정독도서관 도장이 찍힌 책이었고요, 안국역에 도착하자 포스트잇으로 읽던 곳을 표시하고 책을 덮었거든요.
자, 그럼 분석을 해 볼까요? 우선 그분이 읽던 책은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인 듯했습니다. 2월에 출간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하며 베스트셀러에도 오른 책이죠. 출간한지 얼마 안 된 책을 빌려 읽는 걸 보고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기능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인기가 많은 책은 예약 기능을 이용하지 않으면 빌리기 어렵지요. 이처럼 도서관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분은 다독가가 아닐까, 하는 저만의 추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잇을 대충 붙여 읽은 부분을 표시하는 걸 보며 확신했지요. 책 많이 읽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온갖 물건이 책갈피로 쓰이지 않나요? 책에 둘러진 띠지를 책갈피로 쓰는 건 예사고요, 명함, 쿠폰 같은 작은 종이 쪼가리(?)면 모두 가능! 급할 땐 세로로 길게 접은 영수증까지...(저만 그런가요?) 언젠가는 교통카드를 쥐고 있다가 내릴 때가 되어 책에 끼워 두고 한참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저만, 저만 그런 건가요!?)
이런 관찰이 당장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만든 책을 저런 독자가 읽겠구나 상상해 보는 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기에! 앞으로도 이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 읽는 분들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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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을 겪은 한 어린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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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4월 26일(금) 19:30-21:30 ✅장소 : 철학서점 소요서가 ✅진행 : 구수경 소요서가 운영위원
왠지 딱딱하고 어려워 보여서 읽기를 주저하셨다면,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많이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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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응답 100개를 받으셨다니 정말 축하드려요~! 사실 뭐든 꾸준히 한다는 것이(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정말 힘든 일인데 원더박스의 꾸준한 뉴스레터로 응답 100개를 채우신 것 같네요! 참새, 들풀, 곽편, 시바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피땀눈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해요. 짝짝짝!
뉴스레터를 보니 제가 100개째 응답을 보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101번째 응답이 되기를 바라며 답장 보냅니다. 벚꽃이 피고 있는 완연한 봄이네요~ 이때밖에 보지 못하는 꽃들을 만끽하시는 봄 되시기 바랄게요!
🐶 101번째 답장의 주인공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메일함으로 찾아갈게요~ 독자님께서도 포근한 봄날 즐거이 보내시길 바랍니다. 일교차 큰 날씨에 건강도 잘 돌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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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박스 뉴스레터 마흔여덟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꽃이 만개했네요. 특히 벚꽃이 피니 도시 곳곳이 환해진 느낌입니다. 엊그제엔 원더박스 식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막걸리 먹기 좋은 날씨다!"를 외쳤습니다. "왜 하필 막걸리예요?"라고 되묻는 말에, "맥주 마시기엔 아직 바람이 차고, 낮부터 소주는 살짝 그러하니 막걸리지요!"라고 답했지요. 아아, 정말이지 어디 잔디밭에 자리 깔고 막걸ㄹ...(그만!) 마침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족 행사가 있어 순천에 다녀올 예정인데요, 간김에 부모님과 함께 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봄을 실컷 누리고 오겠습니다.😚
오늘 레터에서 좋았던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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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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