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제목의 늪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복통을 유발하는 책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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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제목의 늪
by 곽편🏃
안녕하세요. 곽편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참새 부장님이 칭찬을 한가득 쏟아 주셔서 쑥스러운 마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어제 오후,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에 올라 또 한 번 칭찬과 축하를 받았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니 이 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사실 출간 전부터 꼭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제목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목 짓는 걸 정말 어려워합니다.(그렇다고 다른 일을 쉽게 하는 건 또 아닙니다.) 오죽하면 편집 과정 중 제목을 고민하는 시기를 가리켜 '제목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곤 하지요.(물론 제목의 늪을 지나고 나면 표지의 늪과 보도자료의 늪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프랑스 낭테르대학 소피아폴 연구소에 거점을 둔 네 명의 석학이 쓴 책입니다. 여기에서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담당 편집자인 저 역시도 이 책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참고 도서를 쌓아 두고 틈틈이 읽으며 편집했답니다. 특히나, 아니 역시나 제목 짓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프랑스어판 원제를 그대로 옮기면 '내전이라는 선택―신자유주의의 다른 역사'인데요, 저자들이 신자유주의의 특성을 '내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것에 초점을 둔 제목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모른 채 책을 마주하는 독자들에게 ‘내전’이라는 말은 오해를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서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군사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책을 펼치기 전에는 일반적인 군사적인 전쟁을 연상할 수밖에 없을 터였죠.
그래서 저자들이 핵심으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의 특징 두 가지, ‘대중 혐오’와 ‘법치’를 더했습니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제목으로 고민했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문장을 부제로 두어 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충했습니다. 그.런.데~~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님이 표지 시안을 전해주며 각 단어 아래에 영문 표기를 넣으면 어떻겠는지 제안한 것이죠. 제목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찬성했습니다. 가령 '대중 혐오'라고만 적으면 '대중을 싫어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Demophobia'를 함께 쓰면 신자유주의의 반민주주의적 특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내전은 'Civil War'로 써넣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단어, '법치'는 처음엔 'Rule of Law'로 썼는데요, 인쇄 전 마지막 점검 과정에서 들풀 차장님이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법의 지배(법치)는 'Rule by Law'와 더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찾아보니 이를 구분해 설명하는 강연 영상이 있더군요. 마감이 코앞이었지만 이 영상을 비롯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신자유주의가 법을 내세우는 행태를 분석한 「2장 정치 헌법과 시장의 입헌주의」와 「11장 신자유주의 전쟁 기계로서의 법」을 꼼꼼히 되짚어 읽었습니다.
법치국가는 법의 내용과 상관없이 법의 형식에 의해 정의된다. 이는 법치국가에 대한 완전히 형식적인 정의로, 자유를 말살하는 조치를 합법화함으로써 그것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_『내전, 대중 혐오, 법치』 268쪽
위 문장에서 엿볼 수 있듯 책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모습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을 이용해 반대파를 탄압하는 것을 '법률전'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지요. 따라서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법치는 '국가권력이 법을 통치 수단으로 삼는 것'인 법에 의한 지배가 맞다고 판단하여 문구를 Rule by Law로 수정했습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표현 하나하나 신경 쓰며 만든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 역시 편집실 통신 글을 쓰며 책은 혼자서 뚝딱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디자이너님과 들풀 차장님의 조언, 편집부 셋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덕분에 지금의 결과물을 빚어 낼 수 있었던 거지요. 고민을 거듭하며 만든 이 책이 부디 많은 독자들께 가닿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문제의 단어'라고 표현한 건, 법치를 rule by law로 쓴 것에 대해 오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서예요. 고민 많이 하고 결정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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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10화
복통을 유발하는 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해 줘야지, 왜 배가 아파?’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주위 사람이 잘되면 기쁩니다. 손익을 계산해 봐도 짜장면 한 그릇 생기면 생겼지 제가 손해 볼 일이 뭐 있겠나 하는 생각만 남습니다.
그런데 책 편집자로 지내다 보니, 속담을 경험하는 일이 생기더군요. 남의 출판사에서 낸 책 가운데 제 마음에 쏙 드는 것을 만나면, 부러운 마음을 넘어 시샘하는 마음까지 샘솟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하, 이건 우리 책이어야 했는데…” 하고 탄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언제나 그 책이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흥부의 후예가 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오늘 소개하는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도 그런 책입니다. 북펀딩 페이지에 적혀 있던 책 소개 글을 읽으며 1차로 배가 아팠고, 실물을 처음 펼쳤을 때 2차로 배가 아팠던 아주 고약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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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복통은 서서히 사그라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전체의 4분의 1 정도까지는 지렁이에 관한 여러 지식이 담겨 있는데, 지식 교양서라기에는 정보를 너무 주관적으로 정리했고, 지렁이 그림은 지나치게 의인화되어 있었습니다. 첫눈에는 진짜 재밌는 책처럼 보였지만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림도 유쾌하고 정보도 흥미로웠지만, 억지웃음을 이끌어 내려 애쓰는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 든달까? ‘좀 썰렁한데.’ 독특하긴 하지만 정체가 애매한 책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는 사이 복통은 재발했습니다. 4분의 1을 지나는 지점, 그러니까 1장이 시작하면서 책은 전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1장부터 이 책에서는 익살스러움 속에 뼈가 들어 있는 인생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가 지나치게 의미를 찾는 독서를 해 버릇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점점 빨려 들어갔어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장 제목을 보며 짐작해 보시겠어요?
1장 지렁이와 꼬리, 그리고 이들의 습성에 관하여
2장 언제 어디서 번개가 내리칠지 몰라 안심할 수 없는, 폭풍우 속 지렁이에 관하여
3장 자신이 누군지, 몸은 몇 개인지, 언제 태어났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진흙 속에서 눈을 뜬 지렁이에 관하여
4장 이대로 사느니 차라리 신발 끈이 되겠다고 결심한 지렁이에 관하여
5장 다른 무엇이 되는 상상을 하며 돌멩이가 되려다 불행히도 감기에 걸린 지렁이에 관하여
6장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지렁이에 관하여
7장 지렁이가 고집스레 땅굴을 파는 의미와 이유에 관하여
결론 폭풍우가 몰아칠 때 번개를 피하는 방법
머리와 꼬리가 한 몸인 어린 지렁이가 있습니다. 머리와 꼬리가 딱 붙어서 무엇이든 함께하며 친하게 지냈지만, 자라면서 머리와 꼬리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급기야 폭풍우 치던 어느 날, 지렁이의 몸에 번개가 내리치고 머리와 꼬리는 둘로 나뉩니다. 이상은 1장과 2장의 내용이고, 3장부터는 홀로 내동댕이쳐진 머리 쪽 지렁이의 고통, 고민, 방황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내용은 장 제목 그대로예요.
제 인생 이야기였습니다. 행복한 유년기를 지나며 시작된 ‘나’에 대한 고민들이 지렁이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신발 끈이 되겠다고 시도해 본 적도 없고, 돌멩이가 되려다가 감기에 걸린 적이 있는지(아니면 지금 그 상황인지)도 알지 못하지만, 지렁이는 저였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이었습니다. 여전히 고집스레 땅굴을 파다가 이게 맞는지 고민에 빠지고, 이제는 폭풍우가 몰아칠 때 번개를 피하는 방법 한두 가지 정도는 알게 된 우리들 말이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는 이 책이 코미디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러니까 내용은 정말 진지한데,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딱 코미디였어요.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런 코미디요(아, 너무 웃겨서 눈물이 찔끔 나올 수도 있겠네요). ‘인생 그림책’, ‘100세 그림책’으로 분류되는 책 가운데는 작위적인 것이 많아서 별로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친구에게 권할 만한 인생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확실한 것은 지렁이는 애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꿈틀거리며,
편집자 참새 올림
덧붙임: 표지에 비닐 코팅을 하지 않은 출판사 관계자의 결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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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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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지배 전략”
제목인 내전, 대중 혐오, 법치(법을 이용한 지배)는 책이 분석한 신자유주의의 대중 지배 전략들이다. 신자유주의라니, 새삼스럽다. 저무는 시대의 헤게모니를 톺아볼 차례가 된 것인가? 그러나 이 책은 지난 시대의 회고가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와 사회학자로 이루어진 네 명의 저자들은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파행적 흐름의 원인을 여전히 굳건한 신자유주의에서 찾는다.
책은 하이에크, 미제스, 슈미트 등 대표적인 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사상을 꼼꼼히 살핀다. 이들의 이론은 단순한 경제, 정치사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대중의 현실과 정신을 지배하는 기획이다. 그것은 “연합한 과두 지배자들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으로 정의되는 '내전'을 통해, 우매한 다수의 대중에게 그 어떤 결정권도 절대 넘길 수 없다는 '대중 혐오'를 통해, 적을 처단하기 위한 '법을 이용한 지배'를 통해 현실화된다.
책에서 분석한 신자유주의의 이론과 전략들은 직설적이고 선명하다. 이 뚜렷함은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강렬한 이해로 다가온다. 현실 정치의 무책임한 난도질,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유해한 순진함이 아니라 명확한 의도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 두려움을 몰고 온다. 우리는 지금 무엇에 지배 당하고 있는가.
- 사회과학 MD 김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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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메인에 올라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으로 원더박스 뉴스레터 마흔네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전도 오픈했고요~~ 주변에서 엽서북 예쁘다고 칭찬해 주어 어깨가 한 번 더 으쓱했답니다. 제품 사진 찍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똥손인 제가 휴대폰 들고 요리조리 돌려 가며 찍었습니다. 사용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애인의 손도 빌렸지요.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점차 길어지는 해를 보며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아직 바람은 조금 쌀쌀하지만, 꽃이 피는 걸 샘내는 것일 테지요. 남쪽에는 벌써 매화와 산수유가 피었다고 하네요! 다가올 봄, 모두 즐거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레터에서 좋았던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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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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