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인쇄를 아시나요
📖[심심한 독후감] 접객에서 배운 삶의 태도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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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인쇄를 아시나요
by 편집자 들풀🌱
지난 주말 저는 합천에 있는 가야산에 다녀왔습니다. 아마 가야산은 잘 모르시더라도, 가야산에 있는 절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해인사죠.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입니다.
산을 내려오며 저도 해인사에 들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각을 보고 왔습니다. 워낙 귀중한 유물인지라 가까이서 보진 못하고 건물 밖에서 살짝 볼 수밖에 없기에 사실 큰 감흥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인쇄․출판 문화의 끝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팔만대장경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지요.(팔만대장경은 전체 52,729,000자 중 오탈자가 단 158자라고 합니다. 오늘날의 200자 원고지로 치면 1,645장 분량 중 한 글자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하네요. 저희 책의 오탈자를 생각하면...)
팔만대장경 시대에 인쇄 방식은 목판 인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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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듯이 나무판에다 글자를 통으로 새겨서 인쇄하는 방식이죠. 당연하게도 이런 방식은 글자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판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 만들 때부터 신중하게 잘 만들어야 하겠죠. 판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보니 국가나 종교기관의 큰 사업으로나 만들어졌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만든 것도 국력을 기울인 대작업이었죠.
목판 인쇄의 단점을 극복한 다음 단계의 인쇄술이 활판 인쇄입니다. 활판이란 간단히 말하면, 글자 하나하나를 새긴 활자를 조합해서 만든 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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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서 보시는 것이 바로 활자입니다. 목판 인쇄에 비해 활판 인쇄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활자만 다 갖춰져 있다면 어떤 글이든 모두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원더박스’라는 글자를 인쇄하고자 할 때 목판 인쇄로는 ‘원더박스’를 통으로 깎아서 판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 판은 오직 ‘원더박스’만 인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활판 인쇄를 한다면, ‘원’ ‘더’ ‘박’ ‘스’ 네 개의 활자를 가져와 조합해서 판을 만들면 됩니다. 또 이 활자들은 ‘박스원더’를 인쇄할 때도 다시 쓸 수 있죠. 이런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금속 활판 인쇄술은 인쇄와 출판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눈치 빠른 독자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활자를 조합해서 판을 만든다’는 방식은 한글이나 한자보다는 서구의 알파벳에 훨씬 유리합니다. 한글의 자모는 28개지만,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해 글자를 만드는 특성상 11,172개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븱’처럼 전혀 쓰이지 않는 글자가 많긴 하지만, 사용하는 글자만 따져도 2000개가 넘죠. 즉 책 한 권을 인쇄하려면 못 해도 활자 종류가 1000개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가진 한자는 말할 것도 없겠죠. 금속 활판 방식으로도 활자를 주조하기 위한 주형이 많이 필요했고, 그만큼 대중화되기가 힘들었습니다.
반면에 영어는 26개 알파벳으로 있으면 됩니다. 모든 단어와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26새의 알파벳 주형을 만들어 필요한 만큼 찍어내면 그만이었죠. 금속 활자가 한반도의 고려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인쇄 혁명은 서양에서 이뤄진 데는 이런 문자의 차이도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장점히 활판 인쇄 방식은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활판 인쇄로 찍는 책들이 있었죠. 심지어 얼마 전에 다빈치 출판사에서 활판 인쇄로 제작한 노벨라 33 시리즈를 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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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판 인쇄 시대에는 출판사에서 인쇄소로 원고를 보내오면, 인쇄소 식자공들이 활자를 골라내 인쇄판을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판을 만드는지가 식자공의 실력이었죠. 이작업을 판을 짠다고 해서 ‘조판(組版)’이라고 불렀고, 여전히 본문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하는 걸 조판한다고 부릅니다.(이렇게 쓰니 마치 제가 저 작업을 경험한 것 같지만 저도 듣고 배우기만 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이란 산업은 활판 인쇄를 기반으로 탄생하고 발전했기 때문에, 출판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활판 인쇄에서 유래했지요.
이런 활판 인쇄의 시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가 출판 현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막을 내립니다. 지금의 인쇄판은 인쇄될 부분만 잉크가 묻도록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요철이 없는 평평한 얇은 판 형태이며, 판이 직접 종이에 닿지도 않고 고무 롤러를 거쳐서 인쇄됩니다. 이제는 활판에 잉크를 발라 직접 종이에 눌러(press) 찍지 않으니, 출판(press)이라는 명칭도 원래 의미에서는 벗어났네요.
지금은 컴퓨터에서 만든 데이터대로 인쇄판을 뽑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쇄 전까지는 모든 것이 데이터 상태로 진행되니, 책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아주 쉬워졌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편집자들도 덜 꼼꼼해진 것도 같습니다. 목판에 글자를 새기던 사람들과는 마음가짐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앞으로 인쇄와 출판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잉크도 종이도 필요 없는 전자 출판의 시대에 인쇄된 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 될까요? 팔만대장경을 보고 온 김에 인쇄의 변천 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신나서 썼는데, 저만 재밌었다면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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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좋은 기분』
펼친 날: 2024.2.20.
덮은 날: 2024.2.21.
접객에서 배운 삶의 태도
안녕하세요. 책으로 마케팅 배우는 마케터 시바입니다. 이번주에 독후감 차례인 걸 엊그제 뒤늦게 깨닫고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책' 『좋은 기분』을 만났지요. 사실은 서점 메인에도 뜨고, 홍보도 많이 하기에 이 책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 쓴 책이라기에, '아이스크림 창업 성공기' 정도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진 않았고, 궁금한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길래 집어 왔는데 '인생 책'을 만났지 뭐예요!
본론으로 들어가, 여러분은 '접객'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손님을 접대함'이라는 간결한 뜻을 가진 단어, 저는 이 말에 모종의 갈증과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전에 소개해 드린 책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23호)와 『트렌드 너머의 세계』( 36호)를 읽으며 '접객'이라는 단어를 마주한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책에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 즉 접객에 관한 생각을 풀어냈고, 또 직접 그 업무를 한다는 두 저자를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저자는 해당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인물이고, 회사에서도 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런 인물, 소위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접객 업무를 한다니 놀라울 수밖에요. 우리나라에선 이 업무는 단순한 일,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좋은 기분』을 쓴 박정수 작가도 그런 현실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최근에는 키오스크가 많이 보급되어 기기를 통해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하지만 저자는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접객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접객을 '숭고한 일', '예술과 동일 선상에 있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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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접객의 목표를 책의 제목인 '좋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사람은 누구나 좋은 기분을 느끼지요. 작가는 흘러가는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보내면서 삶을 충실히 꾸려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 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오래 사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보다 촘촘하게 살고 싶었다는 것이죠. 그걸 구현한 것이 <녹기 전에>라고 합니다.
가게나 저자의 철학에 관한 설명은 길어질 것 같으니 접어 두고 다시 '접객'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무릎을 탁! 쳤던 부분은, 좋은 기분이 단순히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본인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는 그때의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단순 업무일지 몰라도 저는 꽤나 즐겁게 일했거든요. 서빙을 하거나 주문을 받거나 팝콘 혹은 아이스크림을 담거나(저도 아이스크림을 판 적이 있네요!) 커피를 내리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미소가 기억납니다. 좋은 기분은 자신의 기분을 맞바꾸거나 갉아먹으면서 건네는 것이 아닌, '자가 복제'를 통해 나눌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보며 찌릿한 감동을 느낀 이유지요.
앞서 소개한 두 책을 읽을 때 얼마간의 갈증을 느꼈던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손님을 응대하며 느낀 뿌듯함, 즐거움, 기쁨이 남아 있던 제게는 "왜 우리나라에선 접객 업무가 '전문적인 일'로 여겨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던 것이죠. 책을 읽을수록 이 가게에서라면, 이 가게라면 오래도록 남아 좋은 기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멋진 접객을 해 나가겠구나! 하는 기대도 품게 되었습니다.
가게에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지도 앱을 통해 검색해 보았는데요, 엇! 이미 즐겨찾기에 추가를 해 두었군요. 지난날 어디에선가 정보를 본 적이 있나 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가야겠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 서점에 신간 미팅을 나갈 예정인데요, '좋은 기분'을 나누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나서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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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적 상상력과 자유로움이 흘러넘치는 특별한 과학책
『공기를 느껴 봐, 태양을 느껴 봐』를 소개합니다!😉
❝바다에 뛰어들듯 공기 속으로, 태양 속으로 뛰어들어요. 그렇게 공기와 태양을 새롭게 만나 봐요.❞🌬️🌞
『바다의 생물, 플라스틱』과 『지도 밖의 탐험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자벨 미뇨스 마르팅스, 베르나르두 카르발류의 신작. 앞뒤 구별 없이 한쪽은 공기로 시작하고 다른 쪽은 태양으로 시작하여 가운데서 공기와 태양이 만나는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띈다.
과학관 또는 현대 미술관에서 ‘공기와 태양 특별전’을 열면 이 책과 닮았으려나? 두 저자는 어린이가 이 책을 통해 공기와 태양에 관한 과학, 신화, 역사 지식을 알아 가는 동시에, 책을 디딤돌 삼아 책 바깥으로 나가서 공기와 태양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를 위해 설명 사이사이에 관찰하기, 발견하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어린이가 직접 ‘해 보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가 공기와 태양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 우리가 자연에서 멀어지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까워지면 소중함을 알게 되고, 소중함을 알면 아끼게 된다. 그러니 “태양이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가요. 이제라도 공기를 흠뻑 느껴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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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근본에서부터 꿰뚫는 단 한 권의 책,『내전, 대중 혐오, 법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모집 기간: 2월 20일 ~ 2월 22일✅선정자 발표: 2월 23일(댓글 안내🥳)✅모집 인원: 10명서포터즈 미션📍하나, 도서를 받아보신 뒤 수령 인증샷을 올려 주세요.📍둘, 인스타그램과 인터넷 서점에 서평을 남겨 주세요.📍셋, 『내전, 대중 혐오, 법치』를 널리 알려 주세요~!신청 방법📝💡하나, 개인 SNS 계정이 공개인지 확인💡둘, 인스타그램 @wonderbox_pub 팔로우💡셋, 상단 프로필 링크 클릭 > 신청서 폼 작성 > 제출💡넷, 본 게시글에 댓글로 신청 완료 알림 남기기(친구 소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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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지난주 회사일로 너무나도 바빠서 뉴스레터를 그 다음주 월요일(오늘)에 읽게 되었습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든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월요일이 힘들텐데, 뉴스레터에 적혀져 있는 따스한 글이 피곤한 월요일 아침에 제게 힘을 주네요!
항상 좋은 글을 적어 보내주시는, 그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원더박스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주도 모두 응원합니다!
🐶 모든 직장인이 힘들어하는 월요일, 저희 원더박스 레터로 힘을 얻으셨다니 기쁩니다. 감사와 응원 말씀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오늘도 즐겁게 읽어 주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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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박스 뉴스레터 마흔두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신간이 뜸했던 시기를 지나, 어린이 책 한 권과 사회과학 책 한 권을 동시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말인즉슨, 마케터 시바의 발에 땀나도록 바쁠 예정이라는 뜻... 호다닥 레터 보내고 오후에 알라딘 신간 미팅을 다녀와야 해요! 바쁘다 바빠!!
급히 쓰느라 독후감에 다 적지 못했는데요, 이 책은 단순한 접객에 관한 책이 아니에요. "일과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한 번 읽어 보시길요! 저 역시 앞서 적었듯 이제부터 신간 미팅 때 MD님과 '좋은 기분'을 나누고 오겠다는 마음을 더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좋은 기분'을 느꼈던 가게가 있나요? 아래 답장하기를 통해 들려주세요. 이번 레터에서 좋았던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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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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