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금전수의 부활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성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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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금전수의 부활🌿
by 참새🐦
작년 이맘때 사무실 이사를 했습니다. 추운 계절에 이사하느라 살짝 고생했지만, 볕도 잘 들고 북악산도 보이는 따뜻한 사무실이 마음에 들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반려식물들은 인간과 사정이 달랐어요. 며칠 추위에 떨다 몸이 상했는지, 어떤 녀석은 잎을 우수수 쏟고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또 어떤 녀석은 줄기가 얼어 픽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총무부장님 뒤에서 건강히 자라던 금전수(돈이 들어오는 식물이라는 풍문이 있음)도 새 사무실에 와서 시들시들하더니, 며칠 뒤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녀석을 어찌해야 하나 며칠 고민하다 쓰러진 줄기를 과감히 잘라냈더니 남은 줄기는 0! 죽었다면 어쩔 수 없고 살아난다면 기쁜 일이라 심플하게 생각하고, 제 자리 옆에 두고서 흙이 말랐다 싶으면 과하지 않게 가끔 물을 주었지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습니다. 바깥은 봄인데 금전수 화분은 겨울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싹 하나가 삐죽 움텄습니다. 몇 달이나 꿈쩍하지 않아서 이생을 마쳤나보다고 생각하던 참에 삐죽 돋은 싹을 보니 벅찬 기쁨이 차올랐습니다.
“부장님 부장님, 싹이 돋았어요!” 총무부장님께 쪼르르 달려가 고했지요. 제 자리로 와 화분을 확인한 부장님은 “와~ 신기하네요. 죽은 줄 알았는데. 정성을 들인 덕분인가 봐요. 잘 길러 보세요.” 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 뒤로, 출근할 때마다 녀석을 가만 바라보곤 했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열흘쯤 간격을 두고 과하지 않게 물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세 달 지나자 싹이 하나 더 올라왔고, 다시 너덧 달 지나자 싹이 하나 더 올라왔습니다. 초겨울이 될 때까지 세 줄기가 올라와 건강하게 자랐지요. 키가 비슷해 나란히 서 있는 금전수 줄기들을 볼 때마다 여간 기쁜 게 아니었습니다. 생명이 회복하는 데 일조했다는 뿌듯함이 가슴을 꽉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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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출근해서 화분을 지긋이 바라보는데 작은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글쎄 작은 싹이 하나 더 뾰족 고개를 내민 게 아니겠습니까! 잘 자라나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결과가 좋아서 그런지 금전수에 난 흉터마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딛고 일어선 증거잖아요.
올 한 해, 많은 사람이 절망에 힘겨워했습니다. 기후 위기로 희망이 사그라들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고, 노동과 복지를 둘러싼 논의들은 퇴보하고, 정치인들은 제 밥그릇 챙기느라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하며 공격하고… 나쁜 신호들이 우리를 포위 공격하는 듯합니다.
그렇더라도, 겁에 질려 움츠러들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싣고, 몸에 힘을 살짝 빼고서, 위태로워도 균형을 잡으려 집중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로 웃음 짓는 날이 올 거라고, 소박하게 믿습니다. 어쩌면 가끔만 웃고 자주 슬플지도 모르지만, 그런 삶이라도 껴안고 싶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편집자 참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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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성
요즘 저는 책 읽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몇 개월 전 회사 가까운 곳에 있던 도서관이 리모델링으로 휴관을 한 데 이어, 집 근처의 도서관도 건물 이전으로 긴 휴관에 들어갔습니다. 도서관을 가려면 30분 넘게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책을 주로 빌려 보는 저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죠.
하지만 출판사를 다닌다는 장점이 뭐겠습니까. 사무실을 뒤져보면 볼만한 책이 나오지요. 그래서 책장을 훑다가 이번에 눈에 들어온 책이 사이 몽고메리의 『유인원과의 산책』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책인데, 절판되었다가 올해 다시 나왔더군요. 이번에 한번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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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을 하자면 원숭이와 유인원의 차이를 아시나요?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꼬리죠. 원숭이들은 꼬리가 있지만, 유인원은 꼬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꼬리가 없는 우리 인간들은 유인원(ape)에 속하죠.
인간에게는 몇 종의 가까운 유인원 친척들이 있습니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보노보죠. 그중 가장 가까운 건 침팬지로, 인간과는 600만 년 전에 갈라졌다고 합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해 이들은 많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이들이 상당한 지능과 감정,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죠. 초기 인류의 모습을 탐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나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알려고 하는 이들에겐 유인원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죠.
이 유인원 연구에 획기적인 업적을 세운 세 명의 연구자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죠.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고릴라를 연구한 다이앤 포시,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가 그들입니다. 이 세 명은 각자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냈을 뿐 아니라, 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유인원과의 산책』은 이들이 어떤 일을 해냈는지 소개하는 책입니다.
이 세 여성에게는 여러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셋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연구자가 아니었습니다. 비루테 갈디카스만이 인류학 박사 학위 과정 중이었지, 다이앤 포시는 물리치료를 전공했고, 제인 구달은 심지어 고등학교까지만 나왔죠. 하지만 그랬기 때문인지, 이들은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자신들이 연구 관찰하는 유인원들에게 다가갑니다. 유인원 개체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주고 교감하는 등 감정적으로 깊이 개입하죠. 이는 앞선 남성 연구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던 방식이었습니다.
그전까지의 과학은 동물을 포함해 자연을 객관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분류, 분석, 수량화, 표준화, 통제 등의 방식으로 대했습니다. 즉 그것은 ‘남성적인’ 과학이었죠. 이 여성 연구자들은 달랐습니다. “지배보다 관계, 일반성보다 개체성, 통제보다 수용을 강조하는 것으로 여성이 일반적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 취하는 접근법”으로 자신들의 연구 대상에 접근했죠. 이들은 유인원들의 생활을 숫자로 환원하기보다, 개별적인 이야기로 담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보다, 그들 사이로 들어가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자 했죠. 그 덕분에 이들은 다른 남성 연구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걸 최초로 밝혀내고 침팬지들의 감정을 포착합니다. 다이앤 포시는 킹콩 같은 포악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던 고릴라가 사실은 가족적이고 온화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죠. 비루테 갈라테스는 단독 생활을 하는 탓에 거의 알려진 게 없던 오랑우탄의 생활상을 20여 년에 걸쳐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이런 성취로 인해, 당시에는 낯설고 비판도 많이 받던 이들의 방법론은 이제 동물 행동 연구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동물학계를 넘어서 자연을 바라보는 ‘여성적’ 시각이 과학계로 들어오는 데도 일조했죠. 이제는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과 경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과학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런 시각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 풍부하게 해주었으며, 동시에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죠. 어쩌면 그것이 이 세 여성들이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세 여성들은 모두 연구 후반기에 들어서서는 자신들이 연구하는 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에 적극 나섭니다. 다이앤 포시는 그 과정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했죠. 제인 구달은 90에 가까운 지금도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침팬지와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비루테 길라테스는 수십 년째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오랑우탄 보호 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이 또한 이들이 여성이기에 택한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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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 ‘신간 책꽂이: 이 계절의 책’에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가 소개되었습니다! 언젠가 원더박스의 책이 서리북 표지를 장식할 날이 오길 고대하며 소식 전해드립니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이며 어떤 힘을 갖는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누가 그것을 만들고 이용했는지, 무슨 내용을 담았는지, ’서사‘의 역사와 구성을 전방위적으로 다룬 책. _김수현(교보문고 인문 담당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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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늘 좋은 글을 아무런 노력 없이 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편집자 들풀님이 써주신 편집실 통신 글을 읽고 너무 좋아서 이렇게 용기 내어 답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요즘, 사람의 양심과 본성에 대해 그 어떤 때 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요 "법이 있어도 이런 극악무도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만약 법이 없다면 정말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라든지 "요즘 시대에 양심이라는 말은 너무 낭만적인 단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들풀님의 글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람들을 오로지 자신의 물질적 보상만 염두에 두는 존재인 것처럼 대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정말 그런 존재로 만들고 말것 이며, 그러면 결국 모든 사람이 이기적으로만 행동해 사회를 수렁으로 몰아갈 분이라는 글이 저에게는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라구요. 자본주의와 경쟁이 팽배한 요즘 우리가 너무 물질적 보상만을 염두에 두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내년에는 모두의 양심의 힘이 좀 더 커져서 따뜻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도 정말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참새님 들풀님 곽편님 시바님 모두 올 한 해 좋은 내용 공유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우리 존재 화이팅!
🐶 답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지난 레터에 실어 보낸 양심에 관한 들풀 차장님의 글을 꼼꼼히 살펴주셨군요. 저 역시 우리 사회에 양심의 힘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사회는 아직 양심의 힘이 살아 있는 사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틀 전, 물건을 찾는 한 남성에 관한 글을 접했습니다. 지난 16년가량 업무를 하며 정리한 파일과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사진이 담긴 노트북과 USB를 분실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벽보를 붙였더군요. '살려 주십시오'라는 첫마디가 절박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사도 여러 편 올라왔고, SNS에서도 많이 공유되었지요.
그리고 오늘, 다행히 가방을 되찾았다는 기사를 마주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경찰이 주변 CCTV를 확인해 주었고,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서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방이 유실물 센터에 있었다는 건 아무도 그 가방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의미겠지요. 양심의 힘이 잘 드러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CCTV를 살펴 가방의 소재를 확인해 준 경찰관도, 기사를 작성하여 안타까운 소식을 널리 알린 기자들도, 이 소식을 SNS에 공유한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양심의 힘을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생각이 흐르다 보니 괜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양심의 힘이 있구나, 생각했던 게지요. 이런 따뜻한 소식이 더 자주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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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시바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원더박스 뉴스레터 서른세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지난 주말부터 화요일까지, 겨울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첫날엔 눈이 많이 내렸는데요, 다음 날 아침이 되니 말끔히 개어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답니다. 그날 보았던 아름다운 정림사지 오층석탑 사진을 두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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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네요. 발이 묶여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모두들 폭설에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추운 날에 건강도 잘 챙기시고요!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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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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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 원더박스 wonderbox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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