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가문의 영광!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소소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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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가문의 영광!
by 참새🐦
편집자 생활을 하다 보면 아주 가끔 글 청탁을 받습니다. 대개 저희가 편집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 달라거나, 요즘 출판계에서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주제에 대해 몇 자 적어 달라는 부탁이죠. 아주 보통의 편집자인 저 같은 사람도 청탁을 몇 번 받아 봤으니, 편집자들이 글을 쓰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 깜짝 놀랄 만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이제 서너 발걸음 걸었을 뿐인 제게, 다른 곳도 아닌 역사와 전통의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잡지 『동화 읽는 어른』에 실을 글을 써 달라고 청탁서를 보내온 것이죠. 뜻밖이었지만 너무 반가운 소식이어서 가문의 영광 운운하며 글을 쓰겠다고 얼른 답장을 보냈지요. 마감일까지 시간이 넉넉해서 마음도 편안했어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은 조금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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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는 예상하시는 대로예요. 저는 평소처럼 회사 일을 하며 하루하루 보냈고, 그러다 달력을 보니 마감일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고, 마침 그사이에 긴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추석에 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추석 연휴는 언제나처럼 정신없이 늘어지는 시간이었으며, 연휴 마치고 오니 회사 일이 쌓여 있었고, 그 일을 하다 보니 정신이 가출한 것이죠.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더니 독촉장이 공손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마감일이 지났네요. 바빠서 체크를 못 하고 있다가 원고가 들어오지 않은 걸 방금 알았습니다. 내일까지 꼭 부탁드립니다.” 악! 너무 놀라 그만 사무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등줄기에선 땀이 흐르고, 가문의 영광 운운했던 것 때문에 부끄럽기 짝이 없고, 평소 마감 안 지키는 저자와 번역가 선생님들을 속으로 탓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흐르고, 쥐구멍으로 숨고만 싶고, 손은 바르르 떨리고….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마감 추가 시간은 꼭 지키겠다는 답장을 보낸 뒤, 곧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는 잡지의 품격에 맞도록 조금 고상한 글을 쓰려고 했으나, 벼락치기로 쓰려다 보니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저(외모 말고 마음) 생긴 대로, 조금은 장난스러운 글을 쓰고 만 것이죠. 아, 잡지에 누를 끼치지 않게 쓰겠다고 말씀드린 게 떠올라 또 부끄럽네요. ^^; 아무튼 그날, 몇 시간을 들여 쓴 200자 원고지로 18매짜리 원고와 이미지 몇 장을 보내 드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화 읽는 어른』에, ‘언젠간 진짜로 즐거운 책을 만들겠지!’라는 제목으로, 원더박스 어린이책 편집 이야기를 싣게 되었습니다. 영광스럽게 말이죠. 바로 이렇게요. 짜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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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가 담겼거나 재밌지 않을지는 몰라도, 어린이책을 만드는 저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2023년 11월호에 있으니, 편집자의 속마음이 궁금하신 분은 동네 도서관을 찾아 주세요. 제 글을 읽는 독자를 상상하니 다시 부끄러워지네요.
벌써 입동이 지났네요.
겨울 채비 해야겠어요.
편집자 참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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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엄지혜(작가), 김영선(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강력 추천!✨
✨NDR 올해의 논픽션 수상작✨
✨2023년 독일 논픽션상 파이널리스트✨
✨슈피겔 베스트셀러✨
도대체 왜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가 현대인의 시간 부족감의 원인을 파헤친다.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즉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우리가 종종 잊지만 매우 중요한 시간의 특성에 주목하여 논지를 전개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시간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 부족감, 나아가 만성적인 시간 압박을 초래하는지,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반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산적한 문제가 어떻게 ‘시간 문제’로 수렴되는지를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시간을 둘러싼 논의의 판도를 뒤엎을 급진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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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산에 자주 갑니다. 주말에 다른 일정이 없다면, 그리고 비가 안 온다면, 어디라도 꼭 가고 있습니다. 봄가을 날씨 좋은 계절에는 거의 1주 1산 이상을 다니고 있지요. 이렇게 산을 다닌 지 한 3~4년이 돼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산에 가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건 꽃들입니다. 하얀 매화가 3월 초부터 피어나고, 3월 중순 이후 노란 개나리와 생강나무 꽃과 분홍빛 진달래가 그 뒤를 잇습니다. 4월이 되면 화려한 벚꽃이 풍성한 꽃잎을 자랑합니다. 그쯤이면 나뭇가지에서 조금씩 초록 잎사귀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신선한 녹색이 산을 점점 물들이면서, 철쭉은 자주색과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줍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답게 산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때 묻지 않고 찬란한, 하늘하늘 산뜻한 초록이 산을 빛나게 합니다. 같은 녹색이라도 봄과 여름의 녹색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산에 다니면서 알게 됐습니다.
여름에 올라가는 기온과 쏟아지는 비와 함께 산의 초록도 더 짙어져 갑니다. 여름의 깊은 숲속은 어둑할 정도로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죠. 숲의 향기도 그득합니다. 피톤치드가 뿜뿜하는 느낌이죠. 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시원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점점 짙어지는 초록색은 늦여름이 되어서는 거무스레한 빛깔을 띠게 됩니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의 나이, 나뭇잎도 나이가 든 것이죠. 떨어지는 기온과 함께 나뭇잎은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엽록체는 광합성을 멈추고 초록빛을 잃어갑니다. 초록에 감춰져 있던 노란색과 붉은색이 드러나죠. 사람들은 이걸 단풍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시인은 “버려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마지막 삶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런 삶을 배우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나뭇잎은 어느새 갈색으로 변하며 오그라들고, 몸을 바닥으로 떨굽니다. 침엽수들은 여전히 뾰족한 잎을 간직하지만, 대체로 산은 휑하고 고요해집니다. 풀벌레도 다람쥐도 모습을 감추고 새들만이 적막을 깹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것이 겨울이니까요. 하얀 눈이 산을 뒤덮고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우는 모습은 겨울 산만의 매력이며,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어 또 찾게 되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눈과 추위가 지나고 나면… 다시 봄이 옵니다. 자연의 순환이 새로 시작되죠.
책 얘기를 하려다 너무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뇌과학이 밝혀낸 자연이 선물하는 만족감의 비밀』이라는 책입니다. 네, 제목만으로 설명이 끝났네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왜 자연을 접하면 기분이 좋고, 활력이 생기는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가만히 누워 자도 기운이 없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산을 오를 때는 이상하게 더 활력 있고 기운이 넘치거든요. 뭔가 자연의 에너지를 받는 느낌입니다. 그런 느낌의 정체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숲속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자연 풍경이 보이는 병실의 환자가 더 빠르게 회복하고, 파도 ASMR을 듣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뒤표지의 문구를 보니 안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적어도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맞춤인 제목과 홍보 문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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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자연(숲, 바다, 태양, 흙, 동물 등)이 우리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알려줍니다, “도심에서 걸은 집단보다 숲에서 걸은 집단의 부교감신경 활동이 100퍼센트 증가했다. 숲에서 걸을 때 이완과 휴식을 조절하는 신경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반면 교감신경계를 가리키는 코르티솔의 농도는 16퍼센트 감소했다.”(41쪽) “동일한 수의 인구를 놓고 비교했을 때 바닷가에 거주하는 피험자의 치료 횟수가 주변에 녹지 존재 여부에 상관없이 도심에 사는 피험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81쪽) “날이 밝아올 무렵 떠오르는 햇빛이 멜라토닌 생성을 중단한다. 이 과정은 두 눈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는 햇빛을 지각하면서 시작된다. 햇빛을 인지한 눈은 생체시계에 야간 호르몬 분비를 멈추고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같은 다른 물질을 분비하라고 뇌에 지시한다. 이내 몇 분이 지나면 분비된 물질이 뇌에 축적되어 사기를 되찾고 일출과 함께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109쪽)
읽으면서 ‘오~ 과연 그렇구나’ 하고 끄덕거릴 때가 많았습니다. 자연환경을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거예요. 자연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지 과학적 근거로 알려준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편으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할 순 있어도, 이 책을 읽는다고 자연을 새롭게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과의 화학 성분과 효능을 안다고 해서 사과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듯이 말이죠. 그냥 먹어보고 맛있으면 좋아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미 자연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산이 좋은 이유도 아무리 말로 백 번 말해도 안 가본 사람은 모르죠. 직접 가보고, 느껴봐야 알 수 있죠. 그리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탁 트인 시야와 풍경을, 바위와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본 사람은 산에 꾸준히 가게 되지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중함을 알고 아끼게 되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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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NDR 올해의 논픽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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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해 드린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원제: Alle Zeit)이 NDR 올해의 논픽션을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테레사 뷔커가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시간 부족이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분석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녀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극도로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자원으로서의 '시간'을 분석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간 문화와 더 많은 시간 정의에 대한 체계적이고 탄탄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네요. 서점에서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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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강연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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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학살 100주기! 이 아픔을 되새셔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계승해나가야 할까요?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의 작가 민병래 선생님이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 강연을 하십니다.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니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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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이 나란히 2쇄~~🥳🥳지금 보니 『새가 된다는 건』 판권면에는 귀여운 오리가 그려져 있네요~🦆👀🦉🦩🦜새들은 어떻게 먹고, 느끼고, 사랑할까?스무 종의 새들의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새가 된다는 건』💬💭🗯️정치, 언론, 기업, 전쟁…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인간에게 내재한 ‘서사 유전자’를 찾아서,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보내 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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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못 받았답니다~📬
🐶분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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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시바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원더박스 뉴스레터 스물일곱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날이 부쩍 추워졌군요. 겨울을 좋아하는 저는 출근길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진 걸 느끼며 배시시 웃음을 흘렸습니다. 겨울은 역시 붕어빵과 귤의 계절! 그리고 거기에 책이 빠질 수 없지요. 그것도 소설 책!! 그래서 신간 미팅을 다녀오는 길에 책방서로에 들렀습니다. 성산동에 자리한 책방서로는 한국소설을 주로 판매하는 아담한 서점이에요(인문/사회 도서도 판매하고, 필요한 책이 있으면 주문도 해 줍니다). 이전에 홍제동에 살 때 종종 가던 곳인데, 동쪽으로 이사한 뒤로는 통 가질 못하다가 어제 오랜만에 다녀왔어요! 소설 세 권, 에세이 한 권을 들여왔습니다.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귤 까 먹으며 읽으면 딱 좋겠네요!
여러분의 월동 준비(?)도 궁금합니다. 어떤 책을 쟁이고 계신가요? 여기 아래 답장하기를 통해 들려주세요~! 이외에도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좋았던 점, 격려 말씀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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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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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 원더박스 wonderbox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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