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의성어가 뭐라고...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앨버트 허시먼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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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어가 뭐라고...
by 참새🐦
요즘 저는 책은 안 읽어도 웹툰은 봅니다. 편집자가 이래도 될까 싶어 걱정이 들 정도지요. 하지만 만화는 저의 오랜 취미라서 손에서 놓기 힘드네요. 그러고 보니 제게도 취미가 있었네요! 취미가 뭐냐고 지인들이 물어보면 모르겠다고 답하곤 했는데 제게도 취미가 있었어요. 오~ 놀라운 발견!
어른이 되어서도 만화를 보다 보니 가끔 한마디 듣습니다. 대체로 아직도 만화를 보느냐는 지적이죠.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하고는 했어요. “다 책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거야!”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합리화 아닌가 싶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진짜로 그간 만화를 보아 온 게 책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만화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여름부터 그래픽 노블 한 권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SF! 태양의 대격변으로 인한 일광병으로 포유류가 멸종하다시피 한 2101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운 좋게 살아남은 지하주민 2세대와 3세대 주인공이 제왕나비와 함께 이동하며 일광병 백신을 만든다는 이야기죠. 위기를 넘긴 끝에 멕시코에 도착하여, 아기일 때 헤어진 엄마 아빠와 재회한다는 가슴이 먹먹한 스토리도 함께 펼쳐집니다.
미국에서 출발하여 멕시코에서 끝나는 이야기다 보니 자동차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자동차가 달리고, 멈추고, 바위에 부딪히고, 문을 여닫고 할 때마다 부르르릉, 끼익, 쿵, 탁 같은 다양한 의성어가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는 처음에 다 ‘부르르릉’이었어요. 원서에도 ‘VRRRR’로 표현되어 있었고요. 1차 교정을 볼 때는 아무래도 글에 집중하다 보니 그 의성어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성어에 대한 의심은 두 번째 교정을 볼 때 들었어요. 2차 교정에서 글에 주의를 덜 주고 대신 그림을 자세히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혹시 전기 자동차 아닐까?’ 책장을 넘기며 확인해 보니 역시나 태양광 전지판을 이용해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면이 있었고, 뒤이어 자동차 뒷부분을 유심히 살폈더니 배기관이 달린 자동차는 한 대도 없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뒤 미래기도 하고 문명의 종말로 주유소 운영이 되지 않을 테니, 전기 자동차인 게 당연하지요.
전기 자동차이니 내연기관 자동차와 소리가 달라야겠죠. 자주 듣던 전기 자동차 소리를 떠올리며 우선 오토바이처럼 생긴 쿼드의 소리는 ‘위이이잉’으로 바꾸고, 그다음에 트럭처럼 생긴 자동차의 소리는 ‘유우우웅’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밴처럼 생긴 자동차의 소리를 전기 자동차의 소리처럼 바꾸려는 찰나, 다시 이런 의문이 드는 거예요. ‘전기 자동차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소리를 고를 수 있는 전기 자동차가 있었고, 그 소리들 가운데는 내연기관 자동차 소리를 본떠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똑같은 것보다는 다양한 것이 더 아름다우므로, 밴의 소리는 ‘부르르릉’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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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는 가끔 어떤 것에 꽂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한참이나 들이기도 합니다. 책을 더 잘 만들고 싶어 정성을 쏟는 거라고 포장하고 싶지만, 오늘 들려 드린 이야기처럼 사실 사소한 강박 행동 같은 경우도 종종 있어요. 편집자들 가운데 저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만약 저만 그런 거라면… 이런 편집자도 있구나 하고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독자님의 가을을 축하하며,
편집자 참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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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허시먼,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여러분들은 읽을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고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떤 주제가 궁금해져서 관련 책을 찾아 읽는 경우입니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걱정된다든지, 불평등에 대해 알고 싶다든지 하면, 그런 주제를 다룬 책들 중 괜찮아 보이고 좋은 평을 받은 도서를 찾아 보는 식이지요.
두 번째는 그냥 눈에 띄는 도서를 읽는 식입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그냥 눈에 들어온 책을 빌려 읽기도 하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본 책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이번 책은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는 걸 보고 읽었는데요, 그 책은 바로 앨버트 허시먼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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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읽게 된 건 아니에요. 이 책의 제목과 핵심 논지는 아주 유명해서 그전부터 많이 듣고 있었거든요. 이 책의 원제는 Exit, Voice, Loyalty로, 이는 어떤 조직(기업, 단체, 정당, 국가 등)에 대해 그 구성원이 불만을 품을 때 택하는 세 가지 행동 방식을 뜻합니다. 즉 불만을 품은 구성원은 거기서 이탈해서 떠나거나(exit), 목소리를 내서 항의하거나(voice), 아니면 계속 남아 있으면서 충성합니다(loyalty). 물론 이런 행동은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조직이 잘 돌아가고 건강할 때는 대부분이 충성하지만, 불만이 쌓이면 항의가 늘어나고, 항의에도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충성파들도 떠나게 되죠. 조직은 하염없이 퇴보하게 됩니다. 누구나 익숙하게 봐온 패턴일 거예요. 그만큼 간명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다양한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도식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개념은 경영학 분야나 정치학 분야에서 많이 인용돼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원전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골라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건 이 개념이 사실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 적용되는 경제학적 개념이었다는 거였습니다.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 질에 불만을 품었을 때 그 제품의 구매를 그만두고 다른 곳을 옮겨가거나, 아니면 기업에 항의하거나 하는 경우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허시먼도 물론 이 책에서 이탈과 항의, 충성의 패턴이 국가나 정당 같은 조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뒀지만, 이 책의 1차적 관심사와 논지 전개는 기업의 성과와 소비자의 반응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개념을 주로 정치 분야에서 인용한 걸 봐서 그 점이 새롭더라고요.
사실 충성과 항의는 기업보다는 정당의 당원이나 그 지지자들이 많이 택하는 방식이며, 소비자는 기업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그냥 이탈해버리곤 하기 때문에 정치 쪽에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 여러분도 맘에 안 드는 책은 그냥 사지 않지 “왜 그딴 책을 만드느냐”고 따지시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애정을 가진 브랜드에 대해서는 쉽게 떠나지 않고 항의도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죠.
그에 비해 우리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항상 항의와 이탈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계속 남아 있으면서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떠나는 게 맞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유권자들도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지지 정당에 투표하기도 하고, 투표를 포기하거나 상대 정당에 투표함으로써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허시먼의 말대로 이탈, 항의, 충성은 적절하게 뒤섞였을 때 퇴보하는 조직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조직이 적절히 반응했을 때만 가능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마 항의와 이탈 사이의 갈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국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해서는 우리는 자기가 속한 국가를 이탈할 수 없으니까요. 국가를 이탈하는 방법은… 이민과 자살뿐일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택하고 있는 방법이죠. 우리가 그 구성원으로서 국가라는 조직을 개선시키는 데 무심해선 안 될 이유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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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교사, 자라는 부모, 즐거운 아이!
"단순히 입양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책의 부제처럼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겪었을 상실의 경험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는 정직한 고백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_이현애 원주 반곡중 사서교사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성평등 책! <학교도서관저널>을 통해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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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독서모임 모집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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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모더레이터와 함께 책을 읽고, 압둘와합이 추천하는 중동 음식 탐방까지! 저자 김혜진 선생님과 압둘와합님도 스페셜게스트로 함께한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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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꼭 읽어야겠어요. 전쟁으로 많이 속상했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영웅과 동일화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가 된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이 된다." 책 속 한 구절을 따온 것인데요, 인류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파국으로 치닫는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왈왈. 자전거 타고 귀성길이라니! 너무 멋지면서도!! 부러우면서도!! 안전운행하셨기를 바랍니다.
🐶농로와 둑방길, 자전거길을 주로 이용한 덕분에 안전하게! 즐겁게!! 신나게!!! 잘 다녀왔답니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후속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좀체 시간이 나질 않네요. 이번에는 백패킹에 도전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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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시바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원더박스 뉴스레터 스물네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지난 주에는 신간 홍보 미팅 다니랴, 원고 편집하랴 정신없이 보냈네요. 맑은 날씨 덕분에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열심히 홍보하고 온 덕분일까요? 많은 언론에서 소개해 주고, 판매도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알라딘 메인에도 노출되었어요. 뿌듯한 마음에 자랑 글까지 올리고 말았네요.ㅎㅎ 여기에 그치지 않고 쫌 더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궁리 중입니다! 그러는 틈틈이 원고를 살피고 있는데요, 이 역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3차 교정교열 중이고 어제 저작권사 컨펌을 요청했으니 이르면 다음 주에 인쇄하고, 독자님들께는 아마 그다음 주에 소개해 드릴 것 같네요!
전해 주시는 격려 말씀에 힘입어 으샤으샤 책을 만들고 알리고 팔고 있습니다. 여기 아래 버튼을 눌러 궁금한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을 남겨 주세요.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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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일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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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 원더박스 wonderbox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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