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십 대를 위한 몸매 안내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정
📖[심심한 독후감] 공감이 적어서 문제일까, 많아서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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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몸매 안내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정
by 참새🐦
오랫동안 제 별명은 머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중학생 때부터 서른쯤까지 한결같았어요.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방송인 전현무만큼이나 인기 많았던 남자 아나운서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나운서의 머리가 컸나 봐요. 어느 순간부터 그가 방송에 나오면 다른 출연자들이 ‘모여라 꿈동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모여라 꿈동산>이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인형 탈을 쓰고 나오는 캐릭터의 큰 머리에 빗대어 놀리며 웃음거리로 만든 거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큰 머리가 놀림감이 되기 시작한 것은. ‘모여라 꿈동산’뿐 아니라 ‘얼큰이’ ‘큰바위 얼굴’ ‘대두’ 같이 큰 머리를 놀리는 말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머리 큰 사람은 흔한 놀림 대상이 되었죠.
놀림을 받아 보니 상처를 받았나 봐요. 중학생 때는 수시로 턱이 빨개질 때까지 문지르며 ‘턱아 작아져라~’ 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고, 턱을 깎고 싶다는 생각도 한동안 자주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대두 클럽의 행동대장으로 임명되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조금 부드럽게 ‘두르’라고 불렸어요. 그런 제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여자친구가 이런 말을 들려주기도 했지요. “요가 선생님이 그러는데, 머리 큰 사람이 귀하대.” 나중에는 스스로 제 큰 머리를 유머 소재로 삼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제 고통은 별 게 아니었더라고요. 살을 빼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말이죠. 제가 자란 시골에서도 30여 년 전에 이미 살 빼려다가 거식증에 걸려 건강이 나빠진 친구가 있었고, 대학생이 되어 만난 친구들, 특히 여자 동기들은 1학년 1학기를 지나면서부터 점점 먹는 걸 줄여 나가서 4학년에 이르러서는 다들 홀쭉해졌습니다. 살 빼는 이야기와 그러는 이유를 듣고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몸매와 관련한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 같아요. 거식증을 옹호하는 ‘프로아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머리가 하얘질 지경이었지요. 여자 아이돌 몸매를 갖고 싶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십 대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너무 안쓰러웠는데, 그 때문인지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인 P나 Y가 방송에 나와서 가수 연습생들의 몸매 지적을 할 때 화를 내며 채널을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몸에 대해 좀 더 편안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러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이것이 『십 대를 위한 몸매 안내서』를 기획하고 출간하게 된 이유입니다. 물론 이 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책 덕분에 몸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생기다 보면 몸매를 비롯해 겉모습에 조금 더 편안해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다립니다.
오늘도 안녕하시기를 바라며,
편집자 참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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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적어서 문제일까 많아서 문제일까? 『공감의 반경』
지난주에는 충남 보령 부근에 있는 오서산으로 홀로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한낮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은 선선해서 다닐 만한 날씨가 되었죠. 제법 먼 거리라 오며 가며 읽으려고 책도 한 권 골랐습니다. 책은 장대익의 『공감의 반경』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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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건 공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였어요. 어찌 보면 얼마전 출간한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의 연장선상이었죠. 어떻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심지어 임신한 여자와 그 태아까지도 죽였다는데. 비단 100년 전 간토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는 수많은 학살이 존재했습니다. 그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역겨워서 토하고 싶을 정도죠. 그리고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학살을 저지른 이들은 왜 희생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했을까?
잔인한 범죄나 이기적인 행동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공감’이 부족해서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공감의 반경』에서는 다르게 말합니다. 공감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공감이 지나친 게 문제라고 말이죠. 말인즉슨, ‘자기 집단’에 대한 공감이 지나치게 강해서, ‘다른 집단’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된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에서 이런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숙모나 형, 조카들을 이 조선인들이 죽여 버렸을 거란 말이지. 집도 불태웠을 거라고. 이놈들은 우리의 적이야!” 전 이 말을 한 일본인의 심정이 진심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들은 정말로 조선인이 ‘우리’ 일본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불쌍한’ 일본인에게 깊이 ‘공감’하고 ‘사악한’ 조선인을 응징하려 했을 것입니다. 자기 집단에 대한 깊은 공감이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났던 것이죠.
『공감의 반경』의 저자는 공감도 사람의 인지적, 감정적 능력을 사용하는 기능인지라 무한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에 과하게 쓰면 다른 쪽에는 쓸 공감이 부족해진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외집단에 가장 강렬하게 적개심을 드러낼 때는 한편으로는 내집단에 일체감을 느끼며 공감할 때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의 라이벌전이나, 이웃 나라와의 분쟁이 생겼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럴 때면 자기 팀과 자기 나라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솟구치는 걸 볼 수 있죠. 불행히도 인간은 모든 이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감은 차별적이고, 대개 자신과 가까운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공감 없이 사는 게 더 나은 일일까요? 저자는 감정에 기반한 공감에서 사고(思考)에 기반한 공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본능적으로 우리 편을 편드는 공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상대 편의 심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 보자는 이야기죠. 진정한 의미로 역지사지하며 ‘공감의 반경’을 넓히자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생각이든, 국적이든, 민족이든, 종교든)이 아니라 전혀 유사성이 없는, 심지어 상반된 사람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공감이 아닐까, 라고 혼자 산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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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내 '이름'을 되찾고 싶었어요"
프레시안에서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니콜 정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민 2세대이자 입양인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에 기반해 '진짜 한국인'(혹은 미국인), '진짜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 니콜 정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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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마지막 이야기 공감가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하는 일이 어떤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해도 티가 안 난다는 생각에 지칠 때가 있는데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도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응원의 힘 보냅니다. 🙌
🐶 고맙습니다. 매번 보내면서 뉴스레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읽는 분들은 어떤 분일지 고민이 많답니다. 그럼에도! 격려 말씀에 힘입어 오늘도 레터를 띄웁니다! 지금 이 레터를 보고 계신 모든 분께 감사와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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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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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시바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원더박스 뉴스레터 스물한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참새 부장님과 들풀 차장님께 원고 청탁(?)을 늦게 해서 목요일이 되어서야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다음부턴 빨리빨리 글을 요청해야겠어요.
요즘 편집부 3인방은 각자 맡은 원고를 매만지느라 정신이 없답니다. 레터에서도 차차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아~!
궁금한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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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 원더박스 wonderbox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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