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편집은 선택의 연속
📖[심심한 독후감] 텅 빈 어떤 것이 필요해
💁잠깐, 우리 책 홍보🙋♂️
📚[우리 책 파먹기] 『에라스무스 평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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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도 마쳤고 일주일간 즐거운 휴가도 다녀왔고, 다시 책 만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2주 전, 휴가를 앞두고 편집 중인 책 제목을 두고 오래 고민했어요. 캐나다 사회학자가 쓴 사회비평서로, 초부유층이 부와 특권을 과시하는 행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선망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책입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붙인 가제 ‘천박한 슈퍼리치’와 프랑스어 원제를 살린 ‘도발사회’ 두 가지 안을 두고 머리를 싸맸습니다. 이런저런 부제를 덧붙여 보기도 하고, 수식어를 바꿔도 보고, 제목에 어울리는 카피를 써 보기도 하고, 참새 부장님과 몇 차례 논의도 하고... 어떻게든 휴가 전에는 제목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 왜냐고요? 디자이너께 표지 시안을 요청하기 위해서지요. 한 주 동안 휴가를 갈 계획인데, 그전에 맡기지 못하면 모든 일정이 밀리겠지요...? 안 돼에에에!
그렇게 휴가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다급해진 저는 참새 부장님을 테이블로 소환해 다시 머리를 맞댔습니다. ‘천박하다’라는 표현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도발사회’라고 했을 때 그 개념이 단박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에는 중지를 모았지만 논의는 새로운 것 없이 공전을 거듭했죠. 답답한 마음에 낙서를 끄적이며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보노보노의 ‘헛소리하지 마 임마’ 같은 거예요. 부자들이, 기술 발전이 기후 위기를 비롯한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환상을 걷어내고 싶은 거죠. 거칠게 말하면 슈퍼리치가 우리를 구한다는 건 개소리라는 거죠...? 어?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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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슈퍼리치가 우리를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라는 긴 제목이 탄생했습니다. 본문에도 저자가 이 부분을 힘주어 비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대목을 찾아 읽으며 퍼즐을 맞춘 기분이 들었지요.
대홍수를 앞두고, ‘선견지명이 있는’ 억만장자들은 기술 ‘혁명’과 민간 시장만이 자본주의 경제가 야기한 이 위기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든다. 그러니까 인류의 미래가 한 줌도 안 되는 극소수 슈퍼리치들의 ‘로빈슨 크루소 놀이’에 달려 있다는 식이다. 그러다 만약 바다로도 충분치 않다면, 언제든 저 텅 빈 우주 공간으로 도망치면 그만이다. 아마존의 수호성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을 ‘인간 종을 위한 우주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주시키자고 제안한다. (...) 한편 일론 머스크는 그의 스페이스X를 통해 2025년까지 로켓 수천 대를 화성으로 보내, ‘자립적 인간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면 이를 통해 ‘인류를 구하겠다’고 한다. 참 대단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고 휴가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기다리던 표지 시안을 받았습니다. 파일을 열어보고 속으로 만세를 외쳤어요. 제가 요청한 방향을 디자이너가 잘 이해하고 멋지게 구현해 주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시안이 둘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군요. 다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곽편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8월에 출간합니다!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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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35화
텅 빈 어떤 것이 필요해
머리가 무겁습니다. 뒤통수 양쪽 윗부분이 묵직해요. 통증 비슷한 것이 은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끈지끈 아픈 게 아니라, 발에 맞지 않는 작은 신을 신었을 때처럼 조이는 듯한 답답함과 불쾌감이 먹구름처럼 머리에 짙게 끼어 있어요. 뇌가 정보 입력을 거부하는지 글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네요. 이럴 때 낮잠을 자면 참 좋을 텐데, 지금 여기는 사무실. 오후 반차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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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도를레앙의 『아무것도 없는, 텅 비고 고요한…』에는 바로 지금 저 같은 사람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첫 두 문장을 볼까요?
“세상은 꽉 차 있었어요. 꾸역꾸역 터질 듯이!
어디든지 가득 차 있어서, 빈틈이라곤 1센티미터도 없었죠.”
이 문장을 담고 있는 네 페이지는 온갖 사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선반과 TV 위에 놓인 자전거, 스무 대가 넘는 장난감 자동차, 청소기, 바닥에 놓인 책들, 신발 여러 켤레,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옷가지, 지구본, 화분들, 우산, 오디오, 기타, 그릇들, 책꽂이에 꽂힌 책들, 그리고 또 책들, 벽에 걸린 그림 여러 점, 가방, 스탠드, 이러저러한 상자들, 바다를 가득 메운 여러 척의 배와 땅을 꽉 채운 건물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들까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광경입니다. 마치 이런저런 생각이 빽빽하게 들어찬 제 머릿속을 보는 것만 같아요.
이런 세상에서 한 과학자가 생각합니다. ‘정말로 텅 비어 고요한 걸 만들어 내는 공식은 무얼까?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어떤 걸 만들어 내는 공식!’ 온갖 노력 끝에 그는 드디어 성공합니다.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빈 걸 만드는 기계를 만들어 내고야 만 거예요. 이름 하여 ‘텅텅 펌프’를!
텅텅 펌프를 작동시키자 큰 구멍 같은 게 나타납니다.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그것이 궁금하여 과학자는 그 속으로 뛰어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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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진짜로 텅텅 비어 있었어요. 먼지 한 톨도 없었다니까요. 그건 그가 그토록 꿈꾸던 ‘고요하고 텅 빈 어떤 것’이었어요. 오랜 연구에 지친 그는 그대로 곯아떨어졌지요.” 10여 년 전 폐렴으로 사흘간 병원에 입원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그 병원 침대 위에는 노트북이 없었어요. 원고 뭉치도 없었지요.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고, 해야 할 일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머리를 텅 비운 채 편히 쉴 수 있던 낙원 같은 그곳이 그립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해 보이시나요?
과학자는 생각했어요. ‘이런 고요하고 텅 빈 어떤 게 나 말고도 필요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텅텅 펌프를 작업실 바깥으로 들고 나와 외쳤지요. “텅텅 펌프 한번 써 보실 분?”
맨 처음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그다음엔 마트에 있던 어른들, 심지어 사무실에서 일하던 회사원들까지 텅텅 펌프가 만들어 낸 텅 빈 어떤 것으로 들어갔어요. 텅텅 펌프가 만든 공간을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새롭게 놀고 쉬는 방법을 찾아냈지요. 결국 여기저기서 텅텅 펌프를 찾았고, 그 사람들을 위해 과학자는 밤낮없이 뛰어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과학자가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텅텅 펌프도 들고 갔는지 함께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리 찾아 헤매도, 그 어디에서도 과학자와 텅텅 펌프는 물론 그가 만든 텅텅 펌프의 비밀 공식도 찾을 수 없었죠. 이대로 사람들은 텅텅 펌프가 없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 하나 생각을 내려놓고 편히 쉬기 힘든 세상입니다. 쉰다고 할 때조차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지요. 우리 머릿속은 이러저러한 생각과 웹툰과 드라마와 숏츠로 꽉꽉 들어차 있어요. 오죽하면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겠어요! 어떻게 텅텅 펌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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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면 어떨지 몰라도, 이미 텅텅 펌프를 경험한 이상 사람들은 텅텅 펌프가 없더라도 텅 빈 어떤 것을 누리는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 것입니다. ‘기어코’는 아니려나? 이미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는 건 다른 세상을 알아보는 눈을 얻었다는 뜻일 테니, 사람들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이전과 똑같을 리가….
여름의 한가운데입니다. 개념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긴 한가운데’죠. 이 계절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신가요? 방식이야 어떠하든, 텅텅 펌프가 모두와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참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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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개념은 결코 정당함과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재차 묻는다. 전쟁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단 말인가? 에라스무스에게는 신학의 영역에도, 철학의 영역에도 절대적 진리나 유일하게 유효한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진리는 언제나 다양한 의미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권리 또한 마찬가지다.
― 슈테판 츠바이크, 정민영 옮김, 『에라스무스 평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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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습니다📮
💌 원더박스에서 받은 초대권으로 도서전 다녀왔어요~ 부스에 가서 곽편님과 이야기하다가, <먼 거울>을 사러 호탕한 독자님이 오셔서 얼떨결에 인사도 못 하고 나와버렸네요. 전 무척 반가웠습니다 ^^ 일요일까지 두 분 힘내세요!
🏃 전해 주신 응원 덕분에 일요일까지 힘내서 잘 마치고 왔습니다. 귀퉁이의 작은 부스까지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 도서전에서 만나 너무 반가웠어요! 수줍어 조용히 머물다 갔지만.. 다음엔 용기내어 인사해볼게요!
🏃 나비처럼 살며시 다녀가셨군요! 엊그제 하반기에 열리는 북페어 두 곳에 참가 신청서를 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 에공, 이번 국제도서전에서는 원더박스 부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나봅니다.
🏃 괜찮습니다! 저희 말고도 멋진 부스가 한가득인걸요. 도서전 재미있게 즐기셨길 바라며!!
💌 이유가 있어서 지구를 여행해요 책 그림도 너무 예쁘고 내용도 궁금해서 바로 영업당해서 사버렸습니다! 얼른 읽고싶어서 마음이 두근두근! 앞으로도 뉴스레터 열심히 보고 좋은 책 영업당하도록 하겠습니다! 히히
🐦 영업력이 없는 저희에게 영업당하셨다니! 책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겠지요? 앞으로도 책의 매력에 즐겁게 영업당하실 수 있도록 신경 좀 쓰겠습니다. ^^
💌 예전같지 않은 국제도서전 분위기에 갈 엄두조차 못 냈어요.... 너무 사람이 많으면 인프피는 기빨리거든요...ㅎㅎ 예전에 잔뜩 이고 지고 사온 책 아직도 읽는 중이라... 이제 "책 사는 욕심"은 그만 내고 "책 읽는 욕심"을 내야겠다 싶으면서도 두 편집자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니 또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부스에서 이야기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었는데! 싶어서 내년은 도전해보고 싶네요^^ 추천해주신 책들 다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하고, 없는 책은 예스24에 담아뒀어요! 곧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반대로 엔프피인 저는 신이 난답니다. 제가 만든 책을 펼쳐보고,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는 독자가 앞에 있는데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저도 도서전에서 이고 지고 온 책을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서점 굿즈로 내놓은 에코백이 탐나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을 노려보고 있네요. 사는 욕심 말고 읽는 욕심을 부려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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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지난주 친구들과 일본 후지산에 다녀왔습니다. 고산병으로 고생했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정말 근사하더군요. 독자 여러분은 여름 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휴가지에서 읽을 책은 고르셨는지도 궁금하군요. 이번 여름, 어떤 책과 함께하고 계신지 아래 답장하기를 통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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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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