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없었다면 더 좋았을 기념일
📚[우리 책 파먹기] 『새가 된다는 건』
📢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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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같은 봄날입니다. 이제 4월 중순을 건너는 중인데 30도에 가까운 기온이라니, 믿기질 않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지만, 그건 저처럼 50년을 산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겠지요. 저의 반도 살지 않아 살날이 창창한 이들과 기후 위기가 다가오는 데 아무런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비인간 생명들에게는 이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없을 듯합니다.
오늘은 슬픈 기념일입니다. 정확하게 12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아침,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50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를 향해 가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는 뉴스였지요. 심지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보도에,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부디 한 명이라도 더 구출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는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실제로도 수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끈질기게 노력했습니다. 자신들을 비난하는 야비한 목소리들을 꿋꿋이 견뎌 가며 자리를 지키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이지만, 그들 덕분에 그 비극을 딛고 희망이 싹트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습니다. 미래는 밝아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흐른 지금, 과연 우리 사회는 안전해졌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우리의 입술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안전에 소홀하다는 것을, 여전히 안전은 효율과 경제 성장에 밀려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을, 관행과 방심에 가려 자주 잊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비틀린 눈길에 날카롭게 찔린다는 사실도 말이죠. 2022년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와 2024년에 일어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이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모두 그 증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잊지 않는 것, 계속 기억하는 것, 마음속 서랍에 조심스럽게 담아 두었다가 때때로 꺼내 보는 것, 사회적 아픔들에 공명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게 희망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오늘을 점검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을 간직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때로는 뒤로 물러서더라도, 가야 할 곳을 계속 바라보는 이는 한 걸음이라도 내딛고야 말 거라고, 뒤돌아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자주 무너지는 마음을 붙들어 세우려고 저를 다독입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꿈을 꿔 봐요. 생명이 더 소중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오는 꿈을, 우리가 서로 응원하며 살아가는 꿈을,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꿈을! 희망으로 오늘을 살아갑시다.
기억을 응원하는 책을 만들겠다고 뜻을 다지며
편집자 참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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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 속도
지난주부터 강의를 하나 듣고 있습니다. 정치철학자 배세진 선생님의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다: 현대 프랑스철학 한 걸음’이란 강의예요. 매주 월요일 퇴근 후 서울시민대학으로 향하고 있지요. 이번 주까지 두 번 들었는데, 사실 강의의 본 내용인 철학사에 대한 건 기억나지 않고 주변의 말들만 마음에 남네요. 그중 하나는 그렇게 AI가 발전하면 무엇 하느냐 하는 말이었지요. AI가 꽤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은행 상담을 예로 들며, 지금이야 인간만 못 하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여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나은 상담을 해 준다고 한들 뭐가 더 좋으냐, 그냥 사람에게 상담받으면 안 되느냐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침 슬라보예 지젝의 『진보에 반대한다』를 읽고 있었거든요. 지젝은 첫 번째 글 ‘진보와 그 변이들’이라는 글에서 “AI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가져올 자유에 대해 떠들지만, 무엇으로부터의,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어진 책명과 같은 제목의 글에서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술 지상주의의 꿈은, 효력이 크고 중독성이 있으며 부작용을 확산하는 이상적인 자본주의의 상품을 만들어낸다”라면서 과학의 발전, 기술 진보를 비판하지요.
그 무렵 <문화/과학> 125호 ‘감속주의’ 편을 함께 붙들고 있었습니다. 강의 다음 날 아침에 읽은 글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활동가의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노동자들은 왜 죽는가?」였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날,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 주문한 상품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책마저도 오전에 주문하면 퇴근하기 전에 와 있더군요. 그런데 말이지요,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진보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숱한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습니다. 바로 그 속도에 깔려서 말이죠.
함께 수록된 「21세기 초가속 K-사회 비판」에서 기술생태 연구자 이광석은 지금 우리 사회를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동시대 자본주의가 추동하는 가속주의는 이렇듯 생태·국가·기술·노동·도시·미디어 문화의 영역을 가로질러 다층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가하면서, 사회 전반의 정서 리듬을 하나의 폭력적인 방향, 즉 더 큰 속도, 가속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속도가 구조적 강제인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 수준에서는 위태로운 노동 조건에 의한 시간 빈곤, 스트레스, 과로, 탈진이 만성화된다. 사회 수준에서는 효율과 기능에 기댄 성장과 가속을 강제하면서, 공동체 약화, 관계 파편화, 유대 붕괴를 이끈다.”
조금 다른 세상을 상상해 봅니다. 기술로, AI로 점점 빨라지는 세상이 아니라 느려지는 세상을요. 발전과 진보를 거듭하는 걸 목적으로 두지 않고 좀 더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추구하는 세상을요. <문화/과학>에서는 바로 그런 체제를 ‘감속주의’라는 이름으로 묶어 제안하고 있지요. 감속주의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사회 여러 측면의 문제와 그 적용 가능성을 따져 보고 있습니다.
AI 상담사가 더 빠르고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해 주면, 우리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까요? AI 냉장고가 부족한 식재료를 자동으로 주문해 주고, 로봇이 이를 정리해서 늘 신선한 음식과 재료로 가득한 냉장고를 본다면 행복할까요? 조금 늦더라도 사람에게 상담받고, 생필품이나 먹을 건 마트나 시장 가서 사고, 책은 책방에서 사면 안 되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그편이 기후 위기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도 더 좋을 일이지 않을까 싶고요. 저처럼 이 빠른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두 책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추천합니다!
“우리는 역사적 진보라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의 과제는 역사적 진보의 열차를 앞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 이후의 야만에서 끝장을 보기 전에 비상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다.”
_슬라보예 지젝, 『진보에 반대한다』, 강우성 옮김, 우중몽(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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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검은빛, 흰빛이 들판에서 번득이다 번개처럼 빠르게 나무딸기 사이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져요. 덤불 안쪽은 오목눈이의 비밀 세상이에요. 오목눈이는 가시와 가지의 미로를 휙휙 통통 누비며 은녹색 돔을 향해 나아가요.
돔 입구에서 새끼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다시 쏙 집어넣어요. 안에서 작은 새끼 열 마리가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서 기다려요.
“밥 주세요!”
가을과 겨울이면 오목눈이는 작은 무리를 이뤄 낮에는 먹이를 먹고 밤에는 다닥다닥 붙어 온기를 유지해요. 봄에 짝짓기 철이 시작되면 놀라운 일을 하기도 해요. 서로 새끼 기르기를 도와주는 거죠.
오목눈이의 둥지는 예뻐요. 달걀처럼 생겼는데, 지붕이 있고 옆쪽에 출입구가 뚫려 있어요. 둥지 겉면에는 이끼를 거미줄로 엮고 지의류를 덮었어요. 안쪽 면에서는 수백 개의 깃털이 엄마, 아빠, 알, 새끼를 따뜻하게 보듬어 줘요.
둥지는 잘 보이지 않도록 위장해 두었지만, 까마귀나 어치 같은 포식자가 둥지를 부술 때도 많아요. 이렇게 둥지를 잃은 한 쌍의 오목눈이는 새로 둥지를 짓기도 하지만, 번식기가 거의 끝난 때라면 다른 새를 도와주는 쪽을 선택하죠.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는 친척의 살림을 도와주는 게 나아요. 도와주는 손길이 많으면 새끼가 먹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요. 둥지를 잃은 오목눈이는 자기 새끼를 기르진 못하지만, 친척을 도와주며 보람찬 번식기를 보낸답니다.
오목눈이는 몸무게가 설탕 한 티스푼만 한 작은 새예요. 몸통은 둥글고 꼬리는 길어요.
― 팀 버케드 글, 캐서린 레이너 그림, 노승영 옮김, 『새가 된다는 건』, 4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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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박스가 와디즈 펀딩에 도전합니다! 지도 잘 만드는 에이든과의 협업으로 『만화 예술의 역사』 시리즈와 여행지도를 묶어 특별 상품을 구성했어요. 처음 해 보는 거라 협업 제안서 보내랴 홍보물 만들어 제출하랴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드디어 공개했네요.
지금은 오픈예정 단계입니다. '알림 신청'을 해 두시면 펀딩 열리는 날 소식 받아보실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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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가 바뀌었다! 바뀐 코트 주머니에는 장보기 쪽지 대신 조개껍데기가 들어 있고...?
우연히 코트를 바꿔 입게 된 주인공의 일상에 불어온 싱그러운 바람 같은 변화를 잔잔하게 그려낸 그림책, 『어느 날, 코트가』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매번 인스타그램에서만 모집해서 아쉬우셨죠!? 앞으론 뉴스레터에서도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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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팟캐스트 녹음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바로 '두둠칫스테이션'에 출연했답니다. 은행나무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 제이님의 초대로 난생처음 팟캐스트에 나가 보았습니다. 레터에서 이야기했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비롯해 곽편의 인생책 이야기! 부끄럽지만 많이 들어주세요~~!
*'마케팅도 잘하는'이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매번! 늘! 배울 게 많습니다. 마케팅 어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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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많~이 받았습니다📮
💌 악!!!! 들풀님... 어디 가세요!!!!!!
🏃 이별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또 좋은 기회로 만날 날이 있겠지요~?
💌 이번 뉴스레터는 전쟁, 새, 죽음 이라는 키워드가 있네요. 모두들 혼탁한 시절이 도래했음을 감지하는 걸까요.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한걸음 진보하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만... 기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슬프네요... 원더박스의 "숨고르기"로 가득할 다음 뉴스레터도 기다릴게요!
🏃 '새' 하면 저희에게도 멋진 책이 있어 한 권 홍보하고 갑니다. 『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라는 책이에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재난을 겪은 저자가 탐조를 시작하며 겪은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지요. 폐허 속에서도 노래하는 새의 경이로움, 한번 만나 보시겠어요~?
💌 뉴스레터에 다른 출판사 책 열심히 홍보도 해주고 계시는데 릴스로 원더박스 책 홍보를 더 도전해 보심 어떨까요 그러기엔 들풀 차장님의 빈자리 채우느라 두분이 너무 바쁘실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화이팅!
(사실,,, 저는 50인의 필사단 첫 주만 열심히 하고 농땡이 피운 1인이예요 히히 ;;;)
🏃 필사단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릴스까지 알고 계시다니, 원더박스의 찐팬이심이 분명하군요. 그치만 카메라 앞에 서면 굳는 타입들이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하면서 가끔 잡담을 하다 보면 재밌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책 이야기일 때도 있고, 정말 별 이야기 아닌데 재밌는...? 그런 걸 릴스로 만들면 참 좋겠다 싶은데 말이죠. 이것저것 판 벌리길 좋아하니 언젠가 슥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켜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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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3월 초부터 준비한 펀딩 상품을 어제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긴장되네요. 아울러 뉴스레터가 100호를 맞았네요. 모두 구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데 통 젬병인 사람들만 모여 있다 보니 100호를 보내는 동안 구독자 애칭조차 지을 생각을 못했군요. 100호 맞이 이벤트라도 꾸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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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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