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누군가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
📖[심심한 독후감] 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우리 책 파먹기] 『우리의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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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누군가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
by 참새🐦
작년 가을부터였던가, 수없이 속으로 되뇌는 말이 있어요. 밥 먹다 볼을 깨물었을 때도, 일하다가 졸릴 때도, 자다가 새벽에 일찍 깼을 때도, 속에서 짜증이 몰아칠 때도 ‘괜찮아, 괜찮아’. 그러면 신기하게도 피나는 볼이 덜 아픈 것 같고, 책상에서 자도 될 것 같고(그래서 손으로 잠시 턱을 받치고 졸고), 서너 시간 밖에 안 잤어도 덜 피곤한 것 같고, 짜증이 슬며시 마실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짐했죠. ‘오늘부터 내가 읊을 주문은 ‘괜찮아, 괜찮아’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공간이 허락한다면 소리 내어서 “괜찮아, 괜찮아!”하고 읊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으러 나가면서 큰소리로 ‘괜찮아, 괜찮아’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하죠. “당연히 괜찮지.”
신기한 건 주문을 읊는 횟수가 쌓일수록 괜찮은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이에요. 덕분에 불만이 줄고, 웃음이 늘었죠. 여전히 예민한 성격이지만 삶이 조금씩 더 괜찮아질 것 같은 생각이이 들었고, 급기야 아내 앞에서 이렇게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오늘부터 나는 ‘괜찮아 아저씨’야!”
이 말을 내뱉고 나서 ‘어, 이 콘셉트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책으로 내도 좋겠다는 뜻이었죠. 그래서 온라인서점 앱을 열고 검색해 보았는데… 김경희 작가님의 『괜찮아 아저씨』가 2017년에 출간되어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에 힘입어 작년 3월에 『고마워! 괜찮아 아저씨』가 출간되기까지 했더라고요. 하루에 한 걸음씩 치더라도 무려 3000천 걸음 가까이 늦어 버렸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올 2월에는 『미안해! 괜찮아 아저씨』까지 출간됨). 저의 독서량이 형편없이 적다는 사실도 뼈아프게 다가왔고요.
그로부터 얼마간 흘러 작년 가을의 끝자락쯤 되었을 때였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괜찮아 아저씨가 책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내가 읊는 주문은 ‘괜찮아, 괜찮아’인데… ‘괜찮아, 괜찮아’로 이름 붙인 책을 내면 어떨까?’ 다행히 같은 제목을 단 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굴리기 시작했지요.
며칠 뒤 불광출판사 그림책 담당 부장님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역시 대화는 짧은 근황 토크에 이어 요새 책이 왜 이렇게 안 팔리는지, 요즘 무슨 책 준비하고 있는지, 그림책 관련해서 흥미로운 소식 없는지와 같은 일 얘기로 넘어갔어요. 출판계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일 얘기에도 구름이 끼어 있었죠. 그러던 중 부장님 왈, “곧 신간 그림책 마감합니다.” 그래서 어떤 책이냐고 물었어요. “『괜찮아 괜찮아』예요.” 헐! “부장님, 그 제목 제가 쓰려고 했단 말이에요!”
20여 년 전 학생 신분으로 출판 기획 수업을 들을 때, 강사 중 한 분이 이런 얘기를 들려준 기억이 납니다. “아마 머릿속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건 여러분만의 아이디어가 아니에요. 출판계 사람 중 적어도 열 명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제가 비슷한 이야기를 가끔 해요. 지금까지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온라인서점에서 똑같거나 비슷한 책을 보고 접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책을 편집하다가 가끔 두려울 때가 있어요. ‘이 책과 똑같은 내용의 책이 이미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건 아닐까?’ ‘이 책과 똑같은 책을 누군가 지금 편집하고 있어서 나보다 먼저 내는 건 아닐까?’
저는 지금 4월과 5월에 낼 책 두 권을 동시 편집 중입니다. 4월의 책은 코트가 바뀌는 우연한 사건에서 싹튼 작은 자유 이야기를 담은 Le Manteau(코트)라는 이야기 그림책이고, 5월에 낼 책은 동물들의 이주 이야기를 담은 Keep on Moving(쉬지 말고 움직여)이라는 지식 그림책이에요. 물론 기획을 할 때부터 비슷한 책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고,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검토한 뒤에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책 세계의 다른 누군가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어요. 아울러 제가 모르지만 실제로는 있는 책들에 대한 걱정도.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부지런히 잘 만드는 수밖에. 괜찮아, 괜찮아 하며 저를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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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대세예요. 중년에 접어든 제 가슴도 두근거리는(부정맥은 아니겠죠?) 계절이죠. 이런 계절에 가만히 있으면 늘 후회가 따르더라고요. 소파가 등짝을 부르더라도 부러 일을 만들어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아마 독자님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거예요.
봄이라 더 짹짹거리는
편집자 참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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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속에 품고 사는 ‘인생 책’이 있으신가요? 이번에 <두둠칫 스테이션> 팟캐스트에 초대를 받아 출연하게 되었는데요, 미리 받은 질문지에는 제 인생 책 세 권을 꼽아 달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바로 황정은 작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예요. 한 가지 웃긴 사실은... 제일 먼저 떠올린 책임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저 등장인물 세 사람, ‘소라, 나나, 나기의 이야기’ 정도로만 남아 있었죠. 그래서 다시 읽으려는데, 아이고, 이번엔 집에 책이 없네요. 제 기억으로 이 책, 세 번은 산 것 같아요. 참 좋다며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빌려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한참 전에 애인에게 빌려준 뒤 돌려받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집 앞 도서관에 가서 대여해 왔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소라와 나나는 자매입니다. 어머니의 이름은 애자, 자매는 어머니를 이름으로 호명하곤 합니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에 사고로 죽었습니다. 상반신이 갈려 나온 탓에 남은 직원을 모아 점호를 해 보고서야 누구인지를 알았다고 할 정도로 끔찍한 사고였지요. 소라와 나나가 남편을 잃은 애자는 두 자매를 데리고 이사합니다. 새로운 집에서, 옆방이라고 해야 할까요, 독특한 구조를 한 그곳의 건너편에 사는 또래 남자아이 나기를 만납니다.
소설은 소라, 나나, 나기의 시점에서 차례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주요 사건은 나나의 임신. 뱃속 아기의 아빠인 모세와의 갈등, 애자의 요양원 입소를 겪으며 세 사람은 어린 날의 기억을 덧대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 책을 인생 책으로 꼽은 이유는 삶의 어느 순간에 다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잊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도 연신 ‘좋다, 좋다’ 생각하곤 했지요. 무엇이 좋으냐면, 제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앞서 말한 소라, 나나, 나기의 집은 조금 별납니다. 셋이 한집에 살았느냐고요? 본래 한 개였던 공간을 나누어, 현관에 들어서면 가운데 벽을 기준으로 양측이 나뉘는 그런 집입니다. 그 끝에는 함께 쓰는 화장실이 있지요. 이번에 읽으면서는 그 공간을 자꾸 그려보게 되더군요. 언젠가 제 가족이 살았던 집도 꽤나 독특했거든요. 이층 짜리 집 위층에 올라가 현관을 열면, 우측으로 긴 방이 나오고, 그 방 끝에 기역 자로 꺾여 작은 방이 한 칸 덧대어져 있었어요. 방에서 정면으로는 문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면 가득 차는 부엌이 나오고, 또 문 하나를 열면 자그마한 안방이 나옵니다. 미음 자 형태인데, 잘 그려지는지 모르겠네요. 그 집에 다녀간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얘네 집 가 봤냐? 진짜 독특해, 미로야 미로”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뭐, 악의는 섞이지 않은 투였어요. 그렇지만, 어떤 말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곳에 살던 시기를 제 가족은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찌저찌 삶은 계속되지요. 작가는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227쪽)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에 기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는 게 조금은 팍팍해지면 이 책을 떠올리곤 해요.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면, 책 제목이자 마지막 구절인 이 문장을 곱씹게 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하고 말이죠. 꼭 두 번 이상 되뇌입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이지 계속할 힘이 생기곤 해요. 말의 힘이란! 여러분에게도 그런 책이 있나요? 있다면 답장하기를 통해 알려주세요!
곽편의 인생 책 나머지 두 권이 궁금하신가요? 4월 14일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들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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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수 길 스콧헤론은 이런 말을 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혁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바로 그래서 실천에 옮겨진 모든 저항은 희망을 담은 메시지이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그리고 저항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바뀔 수 있다. 변화는 일어나야만 한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모든 저항의 시작이자 끝이나 다름없는 다음 물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당신은 어디 서 있는가?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더 간단히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만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격동의 시대에 주어진 이런 물음의 좋은 답을 찾는 노력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과제를 함께 힘을 모아 풀어나가자.
―『우리의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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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날씨 앱을 보니 미세먼지 수준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오랜만에 웃고 있군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니 굳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맑은 걸 알 수 있네요. 창문 살짝 열어 두니 싱그러운 바람도 불어오고요. 봄이네요. 봄 봄 봄, 소리 내어 발음만 해 보아도 기분 좋은 이 계절, 모두 한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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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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