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점심 어디서 드시나요?
📖[심심한 독후감] 읽다 만 책과 마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우리 책 파먹기] 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소소한~ 소식] 『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예약 판매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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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 줄 아시죠? 바로 점심 메뉴 정하기입니다. 물론 농담이지만,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먹으러 나갈 때마다 밀려드는 막막한 기분은 다들 수없이 경험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짜장면은 어제 먹었고, 순댓국은 좀 자극적이고, 샐러드를 먹기엔 너무 춥고, 그렇다고 김밥을 먹자니 라면의 유혹에 굴복할 것 같고…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으며 다른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뒤통수와 정수리뿐이지요. ‘아,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무엇을 먹느냐 하는 문제는, 집에서 밥을 먹는 주말 포함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 엄청난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요. ‘집밥 같은 거 먹을 데 어디 없나?’ 그런데 집밥은 정말 맛있나요? 본가에 가서 먹는 어머니 음식도 입맛에 잘 맞지 않아 투덜대는데 말이죠. 집밥을 찾는 건 고향도 없으면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부르는 것이나 매한가지죠.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집밥을 찾았습니다. 정확히는 집밥이라기보다는 급식인데요, 사무실 근처의 몇몇 백반집과 한식뷔페를 전전하던 어느 날, 어디 적당한 밥집 없나 두리번거리던 저희 눈에 투박한 식당 간판과 칠판에 적힌 메뉴가 들어왔습니다. 궁금한데 맛이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아 먹는 한식뷔페 식당이었어요. 넓은 학교 급식실 같은 곳이라 큰 기대 없이 밥과 반찬을 담아서 자리에 앉아 한 젓가락 집어 들어 입에 넣었습니다. ‘아니, 이 맛은? 혈기 방장하던 고등학생 시절, 돌도 소화시킬 것 같던 그 나이에 다 먹고 또 먹던 학교 급식이 떠오르는구나!’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익숙하고 정겨운 그 맛에 저는 반해 버렸습니다. 제가 찾아 헤맨 건 집밥이 아니라 급식이었던 것이지요. 가격도 저렴했고, 식권을 열 장 사면 한 장 더 주기까지 했으니 ‘바로 이곳이야’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 번 먹고 식권을 여러 장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최소 두세 번은 먹고 맛을 검증하지 않고서 그런 담대한 행동은 하지 않죠. “한두 번 더 먹고서 식권 살지 말지 정합시다.”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던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식당은 맛 검증을 간단히 통과했고, 우리는 식권을 사서 할인의 기쁨을 누리기로 했죠. 특별히 먹고 싶은 점심 메뉴가 떠오르지 않으면 ◯◯◯ 갑시다, 하기로. 이로써 점심 고민이 절반쯤 해결되었네요.
곽편이 휴가를 낸 오늘 점심, 저와 들풀의 발길은 김유신의 말처럼 거의 자동적으로 ◯◯◯으로 향했습니다. 식권을 내고 자리를 잡은 뒤, 한 접시 가득 담아 왔죠. 국수와 상추까지 알뜰히 챙겨서 이렇게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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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이 좋은 이유는 맛과 가격 이외에도 두 개나 더 있습니다. 첫째는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백반 파는 식당에 가면 기본 반찬이 너무 많이 나와서 남길 때가 많았는데, 이 식당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만큼만 담을 수 있으니 그럴 일이 없습니다. 버려지는 음식물이 너무 많아 문제가 심각한 우리 시대이니만큼 작지 않은 장점이지요. 둘째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나름 근사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격 대비 그러한 것이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서울역사박물관 앞마당을 식당에 앉아서 느긋하게 볼 수 있다는 건 제겐 분명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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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구독자님 보시기에도 나쁘지 않죠? 하늘도 넓게 펼쳐져 있고.
점심 어디서 드시나요? 부디 메뉴 선택의 고통에서 하루라도 일찍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참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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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만 책과 마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저는 완독률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다행히 많이 살펴보기는 하는 편입니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왕창 빌리곤 하는데요, 때로는 전혀 펼쳐보지 않고 반납하는 책도 부지기수지요. 독후감을 쓸 차례가 다가오는데 진득하게 글 한 편 써낼 만한 게 떠오르지 않네요. 이럴 때를 대비해 제 심심한 독후감 코너 제목을 ‘이 책 저 책 그 책’으로 정해두길 잘한 것 같습니다.
우선 읽다 만 책입니다. 지난달, 정치철학자이자 문화연구자인 배세진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난 뒤 도서관에서 호기롭게 『금붕어의 철학』을 빌려 왔습니다. ‘알튀세르, 푸코, 버틀러와 함께 어항에서 빠져나오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포스트-구조주의를 다룬 책입니다. “생태학적 재앙에 가까운 기후위기, 파행을 거듭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 모든 위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현실을 디스토피아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무엇이고, 이러한 위기의 조건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소개 글을 보고 언젠가 읽겠다며 장바구니에 담아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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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까지 호기롭게 읽고 잠시 멈췄습니다. 여전히 포스트-구조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소개 글을 갖게 되었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저자는 버틀러 사상을 설명하며 “지금 다르게 실천한다면, 지금부터는 다른 역사가 쓰이기 시작하는 겁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포스트-구조주의를 알게 되면 조금 다르게 사유할 수 있을까요? 기회가 닿는다면 마저 읽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마저 읽은 책입니다. 이전에 도서관에서 『세계 끝의 버섯』을 빌렸다가 역시나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습니다. 새로 시작한 독서 모임에서 각자 최근 읽은 책을 소개하기로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새로운 책을 읽을 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읽다 만 책을 빌려 마저 읽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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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섯, 송이버섯 책입니다. 문화인류학자가 송이버섯의 상품 사슬을 따라 관련된 온갖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미국 로키산맥에서 시작해 주 소비 시장인 일본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시아와 남미에서 건너간 채집인의 노동 실태, 채집인으로부터 이를 사들이는 오픈마켓, 송이버섯을 귀한 선물로 주고받는 일본의 문화, 송이버섯의 생태, 도매시장이 자리한 중국 윈난성 등 말 그대로 송이버섯에 관한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지요.
송이버섯은 폐허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리고 채집인은 보통 이주 노동자와 난민 들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채집인과 구매상은 고용 관계가 아닌 느슨히 연결된 사이라고 해요. 이 과정은 전통적인 자본주의적 생산·통제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 읽고 난 뒤에는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박에 이해되지는 않았거든요. 그치만 재밌습니다. 이야기가 술술 읽혀요. 독서 모임에 가서도 “이 책이 정확히 무얼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재밌어요.”라고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출간 당시 꽤 많은 관심을 받은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그게 궁금해서 집어 들었죠. 역시 ‘재밌는 이야기’는 팔리는 걸까요? 여담으로 이번에 북페어에서 현실문화 대표님께 책 잘 읽었다고 말씀드리니, 어렵게 나온 책이라고 하더군요. 번역과 편집하는 데에만 7년이 걸린 책이라고!
마지막으로 읽지 않은 책! 디스이즈텍스트에서 들인 두 권의 책입니다. 이번 북페어에선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를 만나 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고른 책이 이김 출판사의 『아더 마인즈』와 두번째테제에서 펴낸 『자카르타가 온다』입니다.
앞의 책은 문어에 관한 책이에요. 문어를 “뇌가 아닌 온몸의 신경망으로 생각하고, 피부의 색깔로 감정을 송출하며, 단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지적 활동을 불태우다 사라지는” 생명체라고 소개하는군요. 번쩍이는 금박이 아주 멋진 책입니다. 『자카르타가 온다』는 21세기 세계사 가운데서도 손꼽을 수 있는 대량학살 사건이자 이후 세계의 흐름을 바꿔 놓은 인도네시아공산당(PKI) 대량학살을 주제로 한 책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아는 바가 단 하나도 없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일단 만만한(?) 문어 책부터 공략해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요즘 어떤 책 읽고 계신가요? 저 아래 답장하기를 통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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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의 '못그려도 괜찮아'는 쉬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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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사회의 삶은, 곳곳에 파고들어 있지만 눈에는 안 보이는 이런 이타성 없이는 잘 돌아가지 않는 면이 많다. 주변에 보는 이가 없어도 현관 앞에 신문이 그냥 놓여 있는 것도, 무장 안전요원을 따로 고용해 지키지 않아도 노약자들이 얼마든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상점들에서 선반에 값비싼 물건들을 쟁여놓고 팔면서도 고작 몇 사람의 점원에게 지키게 하면 충분한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이 흔한 상황들은 하나같이, 남의 것을 가져와서라도 자기는 어떻게든 더 잘 살겠다는 욕망을 대다수 사람이 억눌러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즉 사회학의 무미건조한 용어를 빌리면, 대다수의 사람이 생활 대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비이기적이고 친사회적 방식으로 행동을 해줘야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매일 마주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극적 이타주의의 행위들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어쩌다 비이기심을 마주쳐도, 정작 그걸 보지는 못한다.
― 린 스타우트 지음, 왕수민 옮김, 『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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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소식
📢『필사를 하자,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예약 판매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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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판매를 시작합니다!
나를 깨우고 세상을 바꾸는 펜의 힘 읽고, 쓰고, 실천하는 사회과학 필사✍️
세상을 뒤흔든 사회과학 명문장으로 구성된 특별한 필사책. 지금까지 이런 필사책은 없었다. 이 책은 감성적인 문장에 치중되어 있는 기존 필사책 시장에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다. 대중과 호흡해 온 사회학자이자 니은서점 마스터 북텐더인 노명우 교수가 루소, 홉스, 마르크스, 베버, 만하임 등 시대를 꿰뚫어 본 사회과학 거장들의 문장 100개를 모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사회과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낭만적인 위로를 주지 않는다. 그 대신 현실의 모습을 정확히 포착하고 변화의 길을 제시한다. 사회과학이 빚어낸 정교한 단어와 문장을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직시하는 훈련이 된다. 나아가 필사를 하다 보면 냉철한 현실 인식 끝에 사회를 변화시켜 온 ‘불가능한 꿈’도 함께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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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실을 정확히 포착해 낼 수 있는 정교한 단어"
"엄선된 단어가 논리라는 실로 꿰어져 만들어진 문장의 집합체"
이게 예쁜 문장이 아니라니 어리둥절합니다.
뉘앙스는 알겠지만, 예쁘지 않다는 말에 도저히 동의가 안 되네요. (ㅋㅋ)
아무튼 사회과학 필사책, 기대됩니다.
미리보기를 100개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미리보기 100개를 보시면 책을 다 보긴 건데요! 그럼요 사회과학 문장도 아름다울 수 있지요. '예쁘다'보다는 '아름답다'! 저는 현실을 기가 막히게 잘 분석하고 표현한 문장을 보면 짜릿함을 느낍니다.
💌가슴떨리는 필사책 소식에 한마디 남깁니다 하필(P) 노명우 선생님이라뇨...!!!! 굳이 니은서점에 가서 사고싶습니다. 원더박스도 많이 흥했으면... 곽편/참새/들풀님의 손글씨도 궁금해요~
🌱 저희 셋도 한 번 써보겠습니다! 글씨를 제일 못 쓰는 게 들풀이에요^^ 니은서점에 가서 사시면 저자 선생님이 좋아하실 겁니다!
💌전 이미 인스타 이벤트 3개 모두 참가하였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에게는 아직 호떡과 호빵이 남아 있습니다~!
(들풀님... 부럽..... )
추운데 감기 조심, 낙상 조심하세요~!
🌱 호떡, 호빵, 오뎅, 군고구마, 붕어빵... 겨울을 맛있게 해주는 음식들이죠. 따끈한 군것질거리들과 남은 겨울 따듯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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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etter~📮
1월 들어 책이 참 안 나간다 한탄하고 있었는데, This is Text 북페어에 가서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반가웠어요. 독자가 없는 게 아니라, 독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자를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돼갑니다. 이 레터도 그런 시도 중 하나인데, 부디 잘 가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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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 비밀요원K
외계인. SNS에서 지구인들 탐색하면서 지구인인 척 댓글 놀이를 하고 있음. 모 출판사에서 비밀요원으로 암약중이며, <못 그려도 괜찮아>라며 맘대로 막 그린 그림들을 올려서 지구인들 테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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