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두 사진 속 책들의 차이는?
🙋잠깐! 우리 책 홍보~
📖[심심한 독후감] 아침의 책
📢소소한~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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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두 사진 속 책들의 차이는?
by 곽편🏃
안녕하세요. 곽편입니다.
머리 쥐어뜯으며 교정 작업을 하다가 조금 식힐 겸, 편집실 통신을 쓰기 위해 ‘빈 문서 1’을 띄워 놓은 지 삼십 분... 어후, 오늘따라 글감이 안 떠오르네요. 쓸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땐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적어 봅니다.
사진첩을 뒤적이면 뭐라도 나올까요. 마케터 시바가 찍어 둔 신간 사진만 잔뜩 있네요. 출퇴근길에 오가며 찍은 책 사진도 있고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도 찍어 두었군요. 저는 대출 날짜를 자주 까먹어서 사진으로 남겨 놓습니다. 그러면 도서관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 대출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요!(리빙 포인트!) 좋아요, 오늘은 이걸로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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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사진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엊그제 주말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에요.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맞아요, 한 권 빼고 모두 물리학 책이죠(가장 오른쪽에 있는 책은 시바가 다음 주에 심심한 독후감 쓴다고 빌린 거예요). 엊그제까지 어린이 물리학 책 교정을 보고 있었거든요. ‘과학 탐정 셜록 옴즈’라고 아실지 모르겠네요. 영국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재밌고 유익한 책에 주는 상인 블루피터북 상을 수상한 마이크 바필드와 《뉴욕 타임스》 그림 작가 로렌 험프리가 함께 쓰고 그린 어린이 지식 교양서예요. 1권에서는 원소를, 2권에서는 생물학을 다뤘고 이번에 물리학을 다룬 3권을 펴냈지요. 앞의 두 권은 참새 부장님이 맡으셨는데, 이번엔 제가 맡게 되었어요. 문제는, 문제는... 저는 뼛속 깊이 문과랍니다.
그리하여 사진 속 책들을 빌려오게 된 것이지요. 원고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검색해 보고, 그 정보가 확실한지 책을 통해 살피려던 것이었는데요, 것이었는데요! 어렵더라고요. 난생처음 보는 기호와 수식들... 분명 기초라 했는데, ‘초딩의 눈높이’라고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쉽다’고 했는데에...
그래도 수확은 있습니다. 편집 중인 원고의 강점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쉽다는 책보다 더 쉬운’, ‘수식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걸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물론 이게 강점이 될 것인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요. 일단 교정교열 때 물리학 책을 처음 보는 저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다듬어 봐야겠어요. 번역가 선생님께도 도움을 받을 예정이고, 물리학을 전공한 선생님을 찾아 감수도 부탁드려야겠네요.
그러던 중에 디자이너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2주 전 요청한 원고 본문 디자인을 마쳤다고요. 사실, 이 앞에 작업 중이던 원고가 있었거든요. 신자유주의를 다룬 사회과학 분야 책이에요. 본문 디자인을 맡겨 둔 뒤에 잠시 틈이 생겨 다음에 작업할 셜록 옴즈를 끌어왔던 거지요. 먼저 출간할 예정인 신자유주의 머시기(아직 제목을 못 붙였습니다) 원고의 2차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눈치 챈 분들도 있겠네요. 두 번째 사진 속 책들이 이 책을 만들며 참고하기 위해 빌린 책들이지요! 첫 번째 사진과는 완전히 다르지요? 문제는... 이쪽도 너무 어렵다는 것...(문과라며!)
물론 저 책을 다 읽는 건 아니에요. 저기 두 장의 사진 속 책 가운데 끝까지 읽은 건 두 권이나 될까요. 그래도 두 원고를 편집하며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물리학 책을 읽어 보았고요, 신자유주의의 역사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이게 또 편집자라는 직업의 묘미 아닐까 생각하며, 저는 다시 머리 뜯으러 가 보겠습니다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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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책꽂이 6화
아침의 책
가끔 새벽에 잠이 깰 때가 있습니다. 평소라면 곤히 자고 있을 시각에 의식이 반짝 돌아오는 거죠. 그럴 때 저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낮에 졸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마음에 고인 뒤, 얼른 다시 잠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몸을 웅크리게 되죠. 주말에는 달라요. 집에서 혼자 깨어 있다는 사실이 꽤 달콤해서 그대로 누워 달콤함을 즐기죠. 그러다 보통은 스르륵 잠드는데, 그렇게 가만 있다 보면 하고 싶은 게 떠오르는 날도 있어요. 그런 날엔 그걸 하죠.
지지난 토요일은 후자였어요. 설핏 잠에서 깨어 잠시 누워 있었는데 문득 책을 읽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불 밖으로 나와 거실 책상에 쌓아 둔 책을 뒤적거리다 눈에 띄는 에세이와 인문서를 한 권씩 집어 들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그렇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을 쓴 목수정 작가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으로 제 마음에 각인된 분이에요.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사유하고 글을 쓰죠.
문화이든 생각이든 습관이든 무엇인가에 젖어 살 때, 우리는 그것의 경이로움과 이상함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예민하게 알아차리면 괴로울 수 있으니 스스로 촉수를 거두었을 수도 있고, 철벽같은 현실 앞에서 무기력에 빠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목수정 작가처럼 경계를 오가는 사람은 정신이 바짝 깨어 있는 것 같아요. 다름을 수시로 경험하다 보니 정신이 더 활기찬 걸까? 그리고 양쪽을 모두 경험했기에 어떤 얘기가 사람들을 일깨우는지도 빠삭하게 아는 것 같아요. 부럽게도 하고, 화나게도 하고, 희망을 품게도 하고, 욕망을 부추기기도 하면서, 우리의 적막한 평화를 교묘하게 깨뜨리죠.
목수정 작가의 글이 그렇더라고요. 가만히 읽다 보면 의식의 해상도가 높아진달까? 마음의 대상으로 잡히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내가 무뚝뚝하게 지내 왔구나, 일상을 최적화하는 데 너무 골몰했구나, 인사를 잘 안 하고 지냈구나, 현재를 지키려고만 해 왔구나….
『파리에서 만난 말들』에서 작가는 프랑스어 단어(또는 어구)를 하나 골라서 그에 대해 짧은 글들을 써요. 예를 들어 맨 첫 글에선 doucement(발음: 두스망, 뜻: 부드럽게)을 골라서 프랑스 사람들의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러운’ 생활에 대해 들려주죠. “프랑스 사람들은 뛰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작가는 과거 모든 순간에 달리던 자신이 프랑스에 와서 doucement이란 단어와 마주친 순간들을 복기한 뒤, 이 단어가 자기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고, 그리하여 이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운 덕분인지 이 글을 읽는 내내 doucement을 소리 내어 발음했어요. 발음을 한글로 옮기면 ‘두스망’이지만 ‘망’은 ‘앙!’ 하고 똑 떨어지는 발음이 아니라 입을 살짝 벌리고 코로 숨을 밀어내며 콧소리로 부드럽게 ‘아앙~’ 하는 거예요. 뜻과 소리가 잘 어울리다 보니 글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비슷하게 Il faut oser(발음: 일 포 오제, 뜻: 감히 시도해야 할 때)로 시작하는 글을 읽을 때는 발음의 단호함이 제게 힘을 보태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envie(발음: 앙비, 뜻: 욕망)로 시작하는 글에서는 강렬한 욕망이 이는 느낌을, bonjour(발음: 봉주르, 뜻: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글에서는 서로 배려하는 유연한 관계의 편안함이 부러워졌습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책을 3분의 1쯤 읽었을 때 문득 프랑스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까지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뒤도 안 돌아보고 내팽개친 프랑스어를 말이죠. 외국어 공부가 삶의 지평을 넓혀 준다는 얘기를 들어도 시큰둥했었는데, 이렇게 감성적으로 시간이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니 언어에 대한 없던 욕심까지 꿈틀대더라고요. 진작 이런 경험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프랑스어를?’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감히 시도하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다음 편집실 통신에서는 저의 프랑스어 도전기를 들려드릴지도 모르겠네요. ^^
읽기 시작한 지는 좀 되었지만 진도는 절반쯤 나갔습니다. 아침에 한 꼭지 읽으면 ‘생각의 숨을 고르기에’ 딱이어서 그렇게 야금야금 읽고 있거든요. 아침의 책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혹시 독자님에게도 아침의 책이 있나요? 그렇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리스트에 저장해 두었다가 저도 읽어 보려고요. 그럼, 오늘도 마저 안녕하시기를!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머리털이 뽑힌
편집자 참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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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손민규 PD님의 대-기획, ‘책아 미안해’에 참여했습니다. 서점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하느라 바쁜 요즘, 1쇄를 채 팔지 못한 책을 모아... 모아...(오열) 책이 안 팔려 슬픈 편집자와 마케터의 손편지를 받아 함께 보여 주는 이벤트지요.
워낙 악필이라 꼬부랑 글씨가 부끄럽지만, 편지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겠다’라고 적었으니 레터에도 소식을 전합니다. 부디 이 기획이 널리 알려져 올 겨울 훈훈한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아니 근데, 다른 출판사 책 보는데, 왜 이 책이 여기에!? 싶은 좋은 책이 많네요. 다들 편지는 어쩜 이리 잘 쓰시는지??👀
이 재밌는 기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만화 예술의 역사』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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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카페꼼마 이달의 서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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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카페꼼마 12월 '이달의 서가'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네요~ 시집부터 소설, 사회과학, 인문, 어린이책 두루두루 선별한 이달의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보세요!
이 집, 커피뿐만 아니라 책 추천도 잘하네요~! 커피 맛집, 책 추천 맛집!☕️📚👍 우리 책 추천해 줘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당연히 맞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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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받았답니다~📬
🙍 뉴스레터 항상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시바님(+들풀님, 참새님)의 노력과 고생이 담긴 긴 레터를 너무 순식간에 훅훅 스크롤을 내려가며 읽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서도.. 다들 필력이 좋으셔서 술술 읽히네요. 선의의 순환을 원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웹소설을 요즘 읽고 있어서 이번 레터는 더 마음이 갔어요. 들풀 편집자님이 마무리 중이시라는 책이 무척 기대됩니다.
'We rise by lifting others'라는 문구를 우연히 본 이후로 메모장에 적어두고 종종 생각합니다. 그리고 때로 (어쩌면 자주) 남을 돕는 일에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분노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분노”하는 것이 포함되겠지요. 분노할 일은 많고 끊임없이 밀려들어온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연대하며 위로 또 위로 향해보겠습니다. 루이스의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용기가 생기기를!
🐶 필력이 좋다기보단, 오늘 레터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노력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답장을 보내 주시는 독자님을 떠올리며 또 한 통의 레터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분노할 일은 많고, 끊임없이 밀려들어온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희망을 가지고 연대하겠다는 말씀에 더 크게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12월도 벌써 한 주가 지났네요. 연말 따스히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 담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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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시바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원더박스 뉴스레터 서른한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가 되니 온갖 생각이 드네요. 그중 제일은 '뭐 했다고 벌써...' 아닐까 싶고요.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한 것'을 떠올려 봅니다. 마케터 시바의 공간이니, 시바가 한 걸 위주로 생각해 볼까요? 올해 나는 무엇을 해냈나!?
일단, 레터를 꾸준히 보냈네요. 도서전 때 이후로 매주 발행하여 벌써 30호를 넘겼습니다. 예순 통이 넘는 답장을 받았으니 레터 한 통에 두 분 이상의 독자님들과 소통을 한 셈이지요. 원더박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어요. 엊그제 5000명을 돌파했답니다(고맙습니다!!). 그리고 저기 위에 지렁이 기어간 자국마냥 꼬부랑 글자로 엽서에 적었듯, 올해 1월부터 서점 미팅을 가기 시작했지요. 지금까지 스무 종의 책을 펴냈으니 적어도 한 서점당 열다섯 번 이상, 쉰 번의 미팅을 해냈네요(책 소개하는 말솜씨가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해냈다'라고 쓰고 보니 근사한걸요.
마침 어제 펼친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인간은 누구든 성공과 실패를 고루 겪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작은 실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의지박약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작은 성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마음먹으면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기도 한다.(터틀넥프레스에서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출간한 『에디토리얼 씽킹』이라는 책이에요.) 독자님들도 한 해를 돌아보며 아쉬운 것보단 성취한 걸 먼저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한 게 별로 없어도 괜찮아요. 내년에 하면 되지요, 뭐!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개선하면 좋을 점, 책에 관한 내용, 레터에 대한 내용, 격려 말씀도 남겨 주시면 모두 감사히 듣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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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 누가 보내는 거야??👀
🐦편집자 참새
아침에 공원에서 한 똘똘한 참새를 만난 뒤로 틈틈이 참새를 지켜봅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물을 자주 마십니다.
🌱편집자 들풀
책, 술, 산을 좋아하는 편집자. 초등학교 때 한 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이동 도서관 덕분에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 보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곽편
좋은 이야기를 읽을 때 설렙니다. 틈틈이 두 다리로, 두 바퀴로 달립니다.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
🐕마케터 시바
홍보·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곽편의 또 다른 자아. 사람을 좋아하고 외근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원더박스 뉴스레터 디자인이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면, 그건 마케터 시바가 발로 만들었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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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숨을 고르는 책, 원더박스 wonderbox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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